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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환불제품? 뭐 어때"…리퍼 찾는 소비자들 급증

입력 2023-06-01 17:30 수정 2023-06-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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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40% 저렴하게 구매?'


직장인 이성은(31) 씨는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TV를 구매했습니다. 정상 가격은 100만 원이 넘었지만 이 씨는 60만 원 정도에 살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TV를 재포장해 싸게 파는 '리퍼비시(리퍼)'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리퍼 제품이란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정상품, 제조·유통 과정에서 미세한 흠집이 생긴 제품, 전시용 제품 등을 업체에서 수리하거나 재포장해 다시 판매하는 제품을 말합니다. 당연히 새 상품보다 저렴합니다.

이 씨는 “리퍼 상품도 여러 가지지만, 단순 변심으로 환불한 것이어서 기능상 하자나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면서 “무엇보다 정상가보다 훨씬 싸게 살 수 있으니 가성비를 따지면 안 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노트북 전문 매장에 진열된 노트북.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노트북 전문 매장에 진열된 노트북.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연합뉴스〉

“10명 중 8명은 리퍼 구매 경험”


국내 소비자 10명 중 8명(77.6%)은 리퍼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리퍼 제품을 구매한 이유로는 '정상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해서', '가성비가 좋은 소비인 것 같아서', '품질에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등을 꼽았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 리퍼 제품뿐 아니라 '이월 상품'이나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지도 함께 조사했습니다.

그만큼 새 제품이나 정상 제품보다 가치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리퍼 제품을 많이 찾는 건 최근의 가파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의 성향이 예전과 달라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면 '내 것이다', '획득했다'고 생각하니 완벽한 새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는 반면, MZ세대는 소유보다는 '사용성'에 방점을 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니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사용한 것이든, 반품한 것이든 거부감이 크게 없다”이라며 “오히려 가격도 저렴하고 구매 효율이 높아 중고 제품이나 알뜰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 75% '리퍼 제품 구매 의향 있어'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리퍼 제품이나 소비기한 임박 제품 등을 판매하는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티몬, 쿠팡 앱 캡처〉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리퍼 제품이나 소비기한 임박 제품 등을 판매하는 페이지를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사진=티몬, 쿠팡 앱 캡처〉


리퍼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다 보니 유통업계에서도 리퍼 상품 판매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리퍼 가전이나 리퍼 가구 등을 한 공간에 모아놓은 전문 매장이 있는가 하면,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도 리퍼 제품 판매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리퍼 제품과 함께 소비기한이 임박한 식품이나 못난이 농산물들을 정상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리퍼 제품 판매는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트렌드모니터 조사에서 소비자 10명 중 7명(74.8%)은 앞으로도 리퍼비시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 매장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응답도 81.9%에 달할 정도로 리퍼 제품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이영애 교수는 “리퍼 제품 소비는 개인적으로도 합리적인 소비지만 사회적으로도 합리성이 커지는 부분이 있다”며 “작은 하자로 인해 폐기될 제품들을 소비한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의 가치에도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듦에 따라 가성비 좋은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계속 있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 뿐 아니라 기성세대로도 리퍼 소비가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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