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입에 청테이프 발랐어요.”
교사와 조리사 등 7명이 500여 차례 아동을 학대한 혐의로 입건돼
이 중 2명이 구속된 경남 진주시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2006년 제기된 의혹입니다.
지역의 한 대학 박 모 교수 자녀 2명이
당시 해당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는데,
큰딸의 말에 박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때는 장애 전담이 아닌 통합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의사 표현이 가능했던 6살 큰딸이
'울고 말 안 들으면 선생님이 입에 청테이프 발랐다.
방에도 가뒀다' 고 말해 기관에 신고했습니다.”
박 교수는 다른 문제점도 진주시에 고발했습니다.
“어린이집에 교사가 부족한 겁니다. 알고 보니 원장이 인근에 아동발달센터를 차려놓고
어린이집 교사들을 함께 운용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교사가 부족해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됐습니다.”
진주시가 조사한 결과 원생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올려 지원금을 챙긴 문제까지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갔습니다.
박 교수의 가족에게, 그리고 직장으로 학부모들이 찾아와
폐원하면 장애 아이들은 갈 곳이 없는데 왜 신고했냐며 항의한 겁니다.
학부모들의 요구에 못 이겨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 불원서까지 써줬습니다.
결국 해당 어린이집은 운영정지 1개월 처분만 받았습니다.
“당초 운영정지 6개월인데 신고자인 제가
처벌불원서를 써주자 1개월 처분으로 낮춰졌습니다.
또 발달센터에서 교사를 유용했던 부분은 학부모들에게 돈을 모두 돌려주는
조건으로 당시 진주시에서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청테이프 사건도 무혐의가 났습니다.
“아동학대예방센터(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조사했는데
'아이들의 진술이 엇갈린다. 청테이프를 붙이는 등 학대 사실은 확인됐지만
가해 교사를 특정할 수 없다.'라며 혐의없음으로 결론 냈습니다.”
추가로 경찰에 신고하면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그때 상황을 다시 진술하는 등 마음의 상처가 깊어질까 봐
그러지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최근 이 어린이집의 학대 사실이 JTBC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박 교수는 당시의 선택을 후회했습니다.
처벌 불원서를 써주고 경찰에 추가 신고를 하지 않는 등 당시 소극적으로 대응해
지금까지 많은 아이가 학대를 받은 것 같아 후회된다는 겁니다.
또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장애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
사건이 축소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했습니다.
경남 진주시 장애 전담 어린이집 학대 피해 학부모들 기자회견 〈사진=배승주〉
피해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 50여명은
오늘(31일) 오전 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턱없이 부족해
아이들이 학대당한 곳에 계속 있거나
40~50분 거리의 먼 어린이집으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또 CCTV 열람을 요청하면 원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며
학부모들이 CCTV를 마음 놓고 볼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안 제정을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직전인 오늘(31일) 오전
원장은 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는 교사들이 모두 사직해
내일부터 어린이집 운영을 못 하게 됐다며
더는 아이들을 보내지 말라고
학부모들에게 통보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에는 아직 갈 곳을 찾지 못한
장애 아동 20여명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