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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의 중국은, 왜] #108. 루소폰 닫히나...포르투갈 화웨이 손절

입력 2023-05-30 06:57 수정 2023-05-30 09:23

포르투갈어 공용어 채택 루소폰 세계
브라질ㆍ앙골라 등 10개 국가ㆍ지역

中, 루소폰 관문 포르투갈 적극 공략
막대한 투자와 에너지ㆍ통신 협력

EU 다수 화웨이 다중포위망 펼 때
관망하던 포르투갈 막차 앞 '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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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어 공용어 채택 루소폰 세계
브라질ㆍ앙골라 등 10개 국가ㆍ지역

中, 루소폰 관문 포르투갈 적극 공략
막대한 투자와 에너지ㆍ통신 협력

EU 다수 화웨이 다중포위망 펼 때
관망하던 포르투갈 막차 앞 '변심'

〈사진= 이집트인디펜던트 캡처〉

〈사진= 이집트인디펜던트 캡처〉

루소폰(Lusophone). 포르투갈을 비롯해 브라질ㆍ모잠비크 등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쓰는 10개 국가ㆍ지역의 2억7000만명을 일컫는 말입니다.

포르투갈어권은 대항해시대 개막기 포르투갈 함대가 훑고 지나갔던 아프리카 동서 해안의 교역 거점과 남미,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마카오에 형성돼 있습니다.

루소폰의 심장이자 정서적 본향인 포르투갈은 루소폰 2억 7000만 소비시장에 진입하는 관문입니다.

루소폰 세계. 〈그래픽= gisreportsonline닷컵 캡처〉

루소폰 세계. 〈그래픽= gisreportsonline닷컵 캡처〉

중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포르투갈에 주목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아래 그래픽을 볼까요.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거나 동남아~인도양~홍해~지중해 바닷길을 거쳐 서유럽의 관문인 로테르담까지 물류망을 연결하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가 남미 경제 대국인 브라질까지 시야를 넓히려면 대서양 동부 연안에 거점이 있어야 합니다. 루소폰이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일대일로와 포르투갈어권 해상 노선도. 〈그래픽= gisreportsonline닷컵 캡처〉

일대일로와 포르투갈어권 해상 노선도. 〈그래픽= gisreportsonline닷컵 캡처〉

포르투갈과 적도 기니, 앙골라, 그리고 대서양 한복판의 포르투갈령 아조레스 제도는 루소폰 국가 또는 지역으로 일대일로 해상 물류망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수행하기에 최적 위치에 있습니다.

중국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재정 위기에 처한 포르투갈의 백기사로 등장해 에너지ㆍ건설 분야 투자를 주도하고 포르투갈의 일대일로 동참을 끌어낸 것은 루소폰의 잠재력과 이 세계의 관문으로서 포르투갈의 위상을 크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2018년 12월 포르투갈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EPA, 연합뉴스〉

2018년 12월 포르투갈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르셀루 헤벨루 지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 섰다. 양국은 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EPA, 연합뉴스〉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포르투갈 리스본을 방문해 각종 투자 양해각서에 사인할 때만 해도 양국 관계는 밀월으 절정을 향해 치달았습니다.


유럽의 일대일로 동참 국가들. 〈그래픽= 메크카토르중국연구소 캡처〉

유럽의 일대일로 동참 국가들. 〈그래픽= 메크카토르중국연구소 캡처〉

포르투갈은 인구 1인당 중국의 투자액이 가장 많은 탑5 국가에 들어갔고 포르투갈의 3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알티스포르투갈은 화웨이와 5G 장비 공급계약을 맺고 공동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을 전략 경쟁자로 규정한 유럽연합(EU)의 탈중국 흐름이 주류 관점으로 정착한 2022년 이후입니다. EU가 불안한 눈길로 포르투갈의 친중 행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대중 교역 의존도가 높은 독일조차 대외정책을 놓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마당입니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이 지난 9일 중국을 겨냥,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립은 러시아의 편을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경고했었죠. 배어복 장관은 베를린을 방문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직격탄을 날린 겁니다.

이쯤 되면 이판사판입니다. 이렇게 각을 세울 요량이면 공동기자회견을 회피하는 게 더 외교적 셈법에 맞을 텐데요.

지난 9일(현지시간) 안나레나 배어복(오른쪽)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간) 안나레나 배어복(오른쪽)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P, 연합뉴스〉

당시 배어복 장관은 “중립은 공격자의 편을 든다는 의미”라면서 “우리가 따라야 할 원칙은 피해자의 편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친강 부장은 거칠고 투박한 '전랑 외교'의 선두 주자였죠.


배어복 장관은 이어 중국 정부에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민군 겸용 재화를 공급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장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래픽= 중앙일보〉

〈그래픽= 중앙일보〉

분위기가 확 바뀐 겁니다. 포르투갈도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포르투갈 정부 산하 사이버안보위원회가 '(안보) 위험이 크다'고 판단되는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의 윤곽을 가다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화웨이 손절 수순입니다. 영국ㆍ덴마크ㆍ스웨덴ㆍ발트3국 등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화웨이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분류하고 자국 통신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포르투갈 정부가 '유럽연합(EU) 외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해 있지 않은 국가'의 공급업체들을 안보 위험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안토이노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환담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로이타, 연합뉴스〉

지난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을 방문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이 안토이노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환담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로이타, 연합뉴스〉

화웨이에 대한 다중 포위망이 조여 가기 시작했지만 포르투갈은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고 있었죠. 그리고 이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 것으로 보입니다.


루소폰 세계는 중국에 열릴까요. 일단 관문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이 감지됐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대일로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칼럼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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