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하는 걸 '야~ 와~ 오~' 하면서 봤어요. 상대가 잘하니까 지난번엔 피하려다가 졌는데 이번엔 우리 것만 하다 보니 이겼네요?"
신유빈은 짝꿍 전지희에게 무한 애정과 신뢰를 보냈습니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2023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의 쑨잉사-왕만위 조를 3-0(11-7 11-9 11-6)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한국 탁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복식 결승에 오른 것은 1987년 우승한 양영자-현정화 이후 36년 만입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쑨잉사-왕만위 조는 세계랭킹 1위로, 쑨잉사와 왕만위는 단식에서도 세계 1, 2위에 올라있는 그야말로 세계 최강의 조입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던 쑨잉사와 왕만위를 상대로 세계 12위 신유빈과 전지희 조는 정면승부를 택했습니다.
둘은 각자 장점을 살리고, 약점은 메워주면서 '환상의 콤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전지희가 반 박자 빠르면서도 힘이 가득한 포핸드를 날리면, 신유빈은 상대의 공격을 끈질기게 받아넘기는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습니다. 이같은 최강 호흡에 세계 1위 중국은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32강전부터 준결승까지 단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결승에 올랐습니다.
2004년생 신유빈과 1992년생 전지희는 띠동갑입니다. 두 사람은 결승 진출의 공을 모두 서로에게 돌렸는데요. 전지희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 한 번 올라가는 게 꿈이었는데, 파트너 신유빈이 너무 고맙다"고 밝혔습니다. 신유빈도 "언니와 준비한 것들을 성공적으로 잘 치르다보니 좋은 경기 내용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두 사람은 또 이번 승리의 비결로 '스테이크'를 꼽았는데요. 전지희가 "스테이크를 잘 먹어서 그런가?"라고 하자 신유빈은 "어제 회장님이 스테이크 사주셨다"고 자랑했습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이 전날 둘 에게 스테이크를 사주며 격려했다는 겁니다. 전지희는 "스테이크 때문에 오늘 미친 것 같다"며 띠동갑 동생 신유빈과 손뼉을 치며 웃어 보였습니다.
결승은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 1시 30분에 열립니다. 상대는 또 중국으로 세계랭킹 7위 천멍-왕이디 조입니다. 신유빈은 "다음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며 "부담 갖지 말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전지희도 "일단 옆에 유빈이가 있었기 때문에 겁 없이 파트너 믿고 즐겁게 경기할 생각"이라며 "저나 유빈이나 이런 무대는 처음인 만큼 아쉬움 없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