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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직장인 눈치게임 시작…7말8초 버리고 택한 휴가법 보니

입력 2023-05-27 09:20 수정 2023-05-27 09:39

여름휴가 앞둔 10명 중 4명 "비수기 때 간다"
비용 줄이고, 인파 피하고…"스트레스 없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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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앞둔 10명 중 4명 "비수기 때 간다"
비용 줄이고, 인파 피하고…"스트레스 없이 여행"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항공편 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영준 기자〉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항공편 일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영준 기자〉



"성수기 땐 항공기나 숙소 값이 너무 비싸요. 사람은 많아서 제대로 즐기기도 어렵고요. 6월에 가면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혼잡은 덜한 데다, 날씨까지 쾌적하니 더 좋아요. 이것이야말로 눈치싸움 승리죠." (직장인 안모 씨)

직장인 안모 씨는 6월 중순 여름휴가를 떠납니다. 남들 다 간다는 7월 말에서 8월 초, 이른바 '7말8초'도 고려해봤지만 일찌감치 포기했다는데요. 성수기답게 항공기며 숙소 비용이 평소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가 대신 선택한 날짜는 비수기인 6월. 더 일찍 움직여 알뜰하고 여유롭게 여행하겠다는 겁니다.
 
지난 25일 오후 4시쯤 김포국제공항의 모습. 가족·연인·친구 등 다양한 단위의 여행객이 수하물 검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장영준 기자〉

지난 25일 오후 4시쯤 김포국제공항의 모습. 가족·연인·친구 등 다양한 단위의 여행객이 수하물 검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장영준 기자〉

 

여름휴가는 7말8초? 10명 중 4명 "비수기 때 가겠다"

최근 성수기를 피해 여름휴가를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각종 자료를 보면 비수기 여행객이 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올해 여름휴가를 계획했다'고 답한 응답자 중 42%가 '성수기(7~8월)를 피해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대신 비수기인 5·6·9·10월에 휴가를 가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서도 비슷한 동향을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전인 2015~2019년 우리나라 국민의 6월 출국자 수를 살펴보니 5개년 간 평균 12.7%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7월(9.5%)과 8월(5.8%) 증가율보다 더 높은 수치입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성수기와 비수기의 수요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비수기 여행객을 겨냥한 업계 프로모션과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김포 출발-제주 도착 항공권 가격. 위에서부터 6월 말, 8월 초(성수기), 9월 초 금액. 단순 비교를 위해 날짜는 4박 5일(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금액은 출발시간 상관없이 최저가 기준으로 확인했다. 〈사진=항공권 비교·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캡처〉

김포 출발-제주 도착 항공권 가격. 위에서부터 6월 말, 8월 초(성수기), 9월 초 금액. 단순 비교를 위해 날짜는 4박 5일(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금액은 출발시간 상관없이 최저가 기준으로 확인했다. 〈사진=항공권 비교·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캡처〉

 

성수기 피하는 이유는 '비용'…두 배 차이 나기도

사람들은 성수기를 피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았습니다. 항공기와 숙소 등 기본 비용이 평소 대비 훌쩍 뛰어버리니 시작부터 망설이게 되는 겁니다.

지난 25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 씨는 "원래 8월에 가려고 했는데 비용이 지금보다 몇십만원은 더 비싸더라. 그래서 휴가 일정을 앞당긴 것"이라며 "아낀 돈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더 좋은 걸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취재진은 실제로 비용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알아봤습니다.

먼저 항공권은 김포 출발-제주 도착 비행기를 살펴봤습니다. 단순 비교를 위해 날짜는 4박 5일(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금액은 출발시간 상관없이 최저가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성수기 직전인 6월 말에는 1인 왕복 항공권 값이 9만6700원이었습니다. 한창 휴가철인 8월 초에는 20만3600원, 두 배로 뛰었습니다. 성수기가 끝나는 9월 초에는 다시 8만5700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숙소는 형태나 규모에 따라 금액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성수기 때 더 비싼 비용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가족여행으로 많이 찾는다는 제주 서귀포시 한 호텔의 기본 방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6월 말에는 1박당 약 24만원이었고, 8월 초에는 36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약 50% 비싸진 겁니다. 그리고 9월 초에는 19만원으로 내려갔습니다.

독채 숙소는 성수기 때 1박당 평균 5만원 정도 더 받았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 독채 숙소는 성수기 비용이 10만원 더 비쌌습니다. 비용 차이가 없는 독채 숙소도 드물게 있었습니다.

해외의 경우, 나라와 현지 상황에 따라 각종 비용이 달랐지만 7~8월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은 성수기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지난 25일 김포국제공항의 일부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량이 모여들었다. 〈사진=장영준 기자〉

지난 25일 김포국제공항의 일부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량이 모여들었다. 〈사진=장영준 기자〉

 

인파 적고 날씨도 쾌적…"스트레스 없이 여행"

비용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여유롭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휴식을 위한 여행인데 인파에 지쳐버리는 일은 겪고 싶지 않은 겁니다. 차라리 집에서 쉬는 게 더 휴가라는 말도 나옵니다.

직장인 김모 씨는 "관광지는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쏠리는 것 같다. 비수기에 가면 사람이 붐비지 않고, 여행 자체를 즐기기에도 좋았다"면서 "지인들도 비수기를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5월 초에 이미 휴가를 다녀왔다는 직장인 양모 씨는 "성수기 때는 휴가 인파로 인해 항공편 구하기도 어렵더라. 가는 편이 있으면 오는 편이 없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원하는 날짜나 시간에 떠나지 못하는 것도 스트레스라 애초에 사람들이 덜 움직이는 비수기를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도 비교적 쾌적한 날씨와 연차 일정을 잡을 때 날짜 제약이 덜한 것도 비수기의 장점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7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모습.〈사진=장영준 기자〉

지난 25일 오후 7시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모습.〈사진=장영준 기자〉

 

비수기 노리는 여행업계…전문가 "만족도 높아 인기 이어질 것"

여행업계도 분주해졌습니다. 늘어나는 비수기 여행객을 사로잡기 위해서입니다.

여행사 노랑풍선 관계자는 JTBC에 "4~6월 패키지 상품 문의가 이전과 비교했을 때 늘어나는 추세"라며 "비수기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많이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주항공 관계자도 "실속있게 휴가를 떠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비수기 수요를 유발하는 특가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처럼 요즘 소비 트렌드와 어우러진 비수기 여행이 계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늘날 소비자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행에서 내가 어떤 만족을 얻었는지가 포인트"라며 "비수기 여행에서 비용과 환경 등 여러모로 높은 만족감을 얻었다면 앞으로도 이 시기를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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