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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자의 숨트뷰] 카톡 '조용히 나가기',어떻게 나왔냐면요

입력 2023-05-27 08:21 수정 2023-05-2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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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카카오톡에 추가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퇴장 메시지 없이 채팅방을 나가고 싶은 사용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번달 카카오톡에 추가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퇴장 메시지 없이 채팅방을 나가고 싶은 사용자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습니다.

휴가 간 부장님을 대신해 잠시 들어갔던 회사 간부 단톡방. “이만 나가겠습니다” 인사하기도 머쓱하고, 퇴장 알림만 뜨게 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퇴장 메시지가 떠도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새벽 3시쯤이 좋을지, 다른 톡이 쏟아져서 묻힐 수 있는 타이밍을 노려야 할지, 이런 고민하던 분들이 정말 많았나 봅니다. 얼마 전 카카오톡 채팅에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추가되자 “왜 이제서야 나왔느냐”고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 걸 보면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살짝 톡방을 나갈 수 있는 이 기능,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로 찾아갔습니다.

'카톡 공지사항' 담당자를 만나다

앗, 그런데 카톡 기능은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까지 함께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구 한 명을 꼽기가 어렵다는군요. 의논 끝에 톡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입사 3년 차 정창민 매니저가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카톡 공지사항' 담당도 맡고 있기 때문일까요. 정 매니저는 패션디자인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15학번, 스마트폰을 처음 쓸 때부터 카카오톡(2010년 출시)이 “원래 있었다”는 '카톡 세대'입니다. 100% 재택근무제라서 회사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나오고, 업무도 대부분 카톡으로 합니다.

 
카카오 톡기획 서비스와 공지사항을 담당하고 있는 정창민 매니저. 일할 때 듣는 '노동요'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지난해 히트곡이지만 ″여름이 다가올 수록 더 듣고 싶어진다″고 했습니다.

카카오 톡기획 서비스와 공지사항을 담당하고 있는 정창민 매니저. 일할 때 듣는 '노동요'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지난해 히트곡이지만 ″여름이 다가올 수록 더 듣고 싶어진다″고 했습니다.


'조용히 나가기' 기능은 왜 이제서야 도입되었을까요. 이런 기능을 만들어달라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될 정도로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도요.


“도입하기까지 가장 우여곡절이 많았던 기능이에요. 각 부문 담당자들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회의를 계속했어요. 기술적으로 더 어렵거나 하진 않았는데, 과연 이 기능이 카카오톡의 취지에 맞는지가 고민이었죠.”

채팅방 입장과 퇴장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는 건 카카오톡이 '소통 수단'으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있었던, 마치 정체성 같은 기능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상대방이 나간 줄도 모르고 계속 얘기를 하거나 어디까지 듣고 나갔는지 알 수 없어서 답답한 상황 없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요.


실제로 지난해 연말 유료 팀 채팅방을 대상으로 먼저 이 기능이 도입됐을 때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고 해요. 퇴사하는 직원 송별회 장소를 팀방에 공지했는데, 정작 송별회 주인공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나가기'를 한 뒤라서 엉뚱한 장소에 가 버린 바람에요.
 
“채팅방을 언제 나갔는지 모르면 의사소통이 불편해질 수 있고, 상대가 듣고 있는지 상황을 알고 싶은 '말하는 사람의 권리'도 중요하죠. 하지만 조용히 나가고 싶어하는 '듣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으로 결국 의견이 모였어요.”

단톡방에 '불려가지 않을 권리'

정창민 매니저는 '듣는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는 또 다른 기능을 만드는데도 참여했습니다. 단톡방(그룹채팅방)에 초대됐을 때 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어떻게든 전화번호만 알아내면 누구나 단톡방으로 부를 수 있잖아요. 그걸 악용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초대해서 광고를 보내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거든요. 저희 부모님도 이런 일을 겪고 당황하셨대요. 하지만 이제는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이 부른 단톡방엔 아예 안 들어갈 수 있게 됐죠.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이 단톡방에 초대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지난달 카카오톡에 정식으로 추가되자 칭찬글이 쏟아졌습니다.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이 단톡방에 초대하면 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지난달 카카오톡에 정식으로 추가되자 칭찬글이 쏟아졌습니다.


'불려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이 기능이 올봄에 정식으로 도입된 뒤 칭찬 글이 쏟아져서 정 매니저도 놀랐다고 합니다.
“부모님께서도 불편을 겪으시긴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르는 초대'에 부담을 느꼈는지는 저도 미처 몰랐거든요.”

이런 기능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보통 두 달 정도 걸려요. 기획ㆍ개발ㆍ디자인 등 부문별 담당자가 계속 의견을 서로 주고받고 일해요.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못한 경우는 없어요. 가장 큰 과제는 어떤 기능을 먼저 도입할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거죠.”

4800만 명 입맛 맞추기, 어렵다 어려워

지난 1분기에 카카오톡 이용자가 48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만큼 요구도 다양할 수밖에 없겠지요. 사실 저도 “PC 카톡에는 왜 특정 부분을 표시해 놓는 '책갈피 설정' 기능이 없느냐”고 물어봤는데요, “PC 카톡이랑 스마트폰 카톡 책갈피가 똑같이 설정되는 게 좋을까요, 각각 다르게 설정되는 게 좋을까요”라는 반문이 돌아왔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 기능 하나를 넣는 것도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

“뭘 고쳐달라는 의견은 주변에서 정말 많이 받아요. 고객 서비스 센터에도 매일 쏟아지고요. 그중에서 우선순위를 고르고, 여러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 가장 어려워요.”


사용자가 워낙 많다보니 나이나 성별, 지역이나 직업 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라도 쓸 수 있는 '보편적인 서비스'여야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개발한 기능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애도할 수 있는 '추모 프로필' 기능입니다.

하늘나라로 보내는 카톡

카카오톡 계정은 1년 이상 접속 안 하거나 휴대전화 번호를 해지하면 쓸 수 없게 됩니다.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장치죠. 하지만 이런 이유로 사라지게 될 고인의 카톡을 유지할 수 없는지 길게 사연을 보내는 유족들이 있었습니다.

꾸준한 요청에 카톡 기능 담당자들이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용자가 많지는 않더라도 이 기능은 꼭 만들어야 한다고, 모두가 다 동의했어요. 참고할만한 다른 앱도 별로 없어서 만들기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유족분들이 소중한 의견을 주셨는데 이대로 꼭 잘 만들어야 한다고, 이건 우리 밖에 못한다고 힘을 냈어요.”

지금은 직계 가족이 요청하면 5년, 10년씩 고인의 계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생전에 고인이 있던 모든 단톡방에 “OO님이 기억할 친구로 전환됐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이젠 고인의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바뀌는 대신 사진 옆엔 국화꽃이 달리고, 추모 메시지도 보낼 수 있습니다. 고인을 기리며 그리움을 담아 보낸 개인적인 메시지는 보낸 사람 말고는 누구도 볼 수 없습니다. 고인의 유족이라고 하더라도요.


 
고인은 더이상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지만, 계정만은 계속 살려서 언제든지 추모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고인은 더이상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지만, 계정만은 계속 살려서 언제든지 추모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바꾸었습니다.


“고인을 꼭 기억하고 싶은데 소식을 전할 수 없던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기능이라서,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했어요. 유족분들이 감사 인사를 길게 보내주셨는데, 그걸 보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졌어요.”

정창민 매니저는 이제 입사 3년 차입니다. 앞으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기능은 어떤 걸까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엄청난 신기술을 쓴 기능을 선보여야지, 막 그런 꿈이 있었거든요. 막상 일하면서 이용자분들 의견을 매일 보다 보니까 달라졌어요. 초대 거부 기능처럼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불편을 없애는 기능, '이런 거 필요했었는데…' 하는 걸 잘 만들고 싶어요. 댓글 대신에 하트나 웃는 얼굴 아이콘으로 공감을 표시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을 땐데요. 어린 이용자분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기능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을 편지처럼 써서 고객 서비스 센터로 접수해 주셨는데, 정말 기운이 났어요.”
 
댓글 공감 기능이 나오자 어린 이용자들이 ″재미있는 걸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댓글 공감 기능이 나오자 어린 이용자들이 ″재미있는 걸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만 모르는 카톡 기능 있나요

이미 있는 기능도 몰라서 잘 못 쓰는 경우도 많을 텐데, '카톡 공지 담당'에게 추천을 받아볼까요.

”조용히 나가기도 지금은 '실험실' 탭에서 선택해야 쓸 수 있거든요. 초대 수락 기능도 실험실에 있다가 1년 만에 정식 기능이 된거고요. 여러 기능이 수시로 추가되기 때문에 공지사항에 다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실험실 탭에 주황색 동그라미가 뜨는지 눈여겨봤다가 들어가서 이것저것 써보세요. 이용자 분들께 새로운 활용법을 배우기도해요. 동영상 올릴 때 댓글처럼 설명을 달 수 있는 기능을 넣었는데요, 이걸 마치 꼬리표 붙여놓듯이 '강아지'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해서 설명을 적어뒀다가 나중에 검색어 기능을 써서 찾으시더라고요. 아, 지난달 열린 '카톡 설명서' 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더 여러 가지 사용법을 배우실 수 있어요.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기능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실험실.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매번 공지가 올라오진 않기 때문에, 새로 기능이 추가됐다는 표시인 '주황색 동그라미'가 뜨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기능을 마음껏 써볼 수 있는 실험실. 기능이 추가될 때마다 매번 공지가 올라오진 않기 때문에, 새로 기능이 추가됐다는 표시인 '주황색 동그라미'가 뜨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 [구기자의 숨트뷰]는 살아 숨 쉬는 트렌드를 봅니다. 그 속에 숨은 사람의 탁 트인 이야기를 시원하게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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