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24일)까지, 인천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피해자 네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피해가 몰린 곳들을 저희가 둘러보니, 또 다른 피해자들은 집을 비우란 압박과 함께 온라인에선 비난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은진 기자입니다.
[기자]
여러 세대가 전세 사기를 당한 인천 오피스텔은 조용했습니다.
피해자가 급히 떠난 집 문 틈엔 대출 안내 명함이 끼어져 있습니다.
여기 보시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서 현황 조사를 하러 왔다는 안내문이 집집마다 붙어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입니다.
만나는 주민마다 피해를 호소합니다.
[박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특별법 나왔다고 해서 전세피해센터 가서 신청하고 왔거든요.]
그런데 돈과 집을 잃은 것만 힘든 게 아닙니다.
[박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자기들이 만약에 전세사기 당했어봐요. 그 말 나오나.]
[전세사기 피해자 : 가끔 댓글을 보면 '이런 바보 같은 사람들을 뭐하러 도와주느냐…']
답답하고 억울한데 주변 시선도 상처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붙은 안내문에는 누군가 '피해자끼리라도 소통하자'는 글을 남겨놨습니다.
어제 숨진채 발견된 이모씨가 살던 아파트로 가봤습니다.
26개월 관리비 369만 9000원을 안 냈다는 공지가 붙어 있습니다.
이 씨에게 부담이 됐을 겁니다.
경매로 집을 넘겨받은 업체들은 집을 비우라고 압박합니다.
[서모 씨/전세사기 피해자 : 문을 안 열어주면 여기 도어록을 따고 들어오겠다… 공동현관 비밀번호, 개인현관 비밀번호까지 (물어보더라.)]
무이자 대출을 해준다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마음은 더 막막합니다.
[박순남/전세사기대책위 부위원장 : 그 돈을 언제 다 갚을지. 몇십 년을 갚아도 나는 다시 0원으로 시작되는데 내 나이는 벌써 50, 60이 되는 거잖아요. 끔찍한 거죠.]
'빚 내 빚을 갚으라는 식'이 아닌 실질적 지원이 없다면 또 다른 희생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VJ : 박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