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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편의점 앞에 줄 선 이유는…'위스키 오픈런'

입력 2023-05-25 17:22 수정 2023-05-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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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 앞. 한정판 위스키를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 〈사진=이지현 기자〉

25일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 앞. 한정판 위스키를 사기 위해 줄 선 사람들. 〈사진=이지현 기자〉


오늘(25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한 편의점 앞.

40명 가까운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최고기온 27도에 해도 쨍하게 내리쬐는 날씨였지만, 두 시간 전부터 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구하려고 줄을 선 것일까.

알아 보니 일명 '위스키 오픈런'입니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희귀 위스키를 한정 판매한다는 소식에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을 선 겁니다.

이날 구하기 어렵다는 일본산 위스키 두 종류는 오후 2시 판매가 시작된지 10분 만에 곧바로 '완판'됐습니다.

정오 좀 넘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박모 씨(20대)는 “오늘 판매하는 위스키 중에서는 일본산 A 위스키가 가장 구하기 어려워 인기가 많을 것 같다”면서 “일찍 와서 줄을 섰는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근처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정원석(30) 씨도 “위스키에 취미를 갖게 된 지 1년 정도 됐다”며 “평소에 구하기 어려운 위스키를 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나와서 줄을 섰다”고 했습니다. 이주홍(45) 씨는 “평소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데, 코로나 19 때 집에서 '홈술'을 하다가 위스키에 빠졌다”며 “희귀한 위스키가 많아 여러 가지를 사 모으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 편의점에서는 판매 시작 30분 만에 50병 넘는 위스키가 팔려 나갔습니다.

 
25일 한 편의점에서 진행한 '위스키 오픈런'에서 일본산 위스키를 사 가는 고객. 〈사진=이지현 기자〉

25일 한 편의점에서 진행한 '위스키 오픈런'에서 일본산 위스키를 사 가는 고객. 〈사진=이지현 기자〉

 

점점 늘어나는 위스키 수입량


한때 위스키는 폭탄주의 상징이었습니다. 주로 40~50대 기성세대가 소비하는 '아재(아저씨) 술'로 여겨졌죠. 게다가 예전보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고, 독한 술을 자제하는 음주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위스키 소비는 꾸준히 줄어들었습니다.

위스키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코로나 19 때문이었습니다.

거리두기로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과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이 늘어나면서 고급주류 시장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게다가 위스키에 탄산이 들어간 음료를 타 마시는 '하이볼'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위스키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위스키가 더 이상 아빠들이 찾는 고급술이 아닌, 쉽고 가볍게 접할 수 있는 술이 된 겁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3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8443톤에 달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해 78.2% 급증했습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최고치입니다. 전체 분기로 따져봐도 지난해 4분기(8625톤)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입니다.

대형마트에서는 한때 위스키 매출이 국민 술인 소주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위스키를 살펴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위스키를 살펴보는 시민. 〈사진=연합뉴스〉

2030 젊은 세대들이 열광하는 위스키…왜?


최근 위스키 열풍은 20~30대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위스키를 찾는 손님 중 2030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 중 20대는 25.3%, 30대는 28.0%로 집계됐습니다. GS25에서도 20대와 30대의 비중이 각각 39.6%, 43.3%에 달했죠.

자신만의 취향을 갖고 색다른 술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취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위스키 오픈런'에 참여했던 조모 씨(30대)는 “위스키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지는 꽤 됐다”며 “옛날에 비해 독특한 취향을 인정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위스키를 즐겨 마시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정보를 모은다”며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보니 좋은 가격에 좋은 위스키를 '득템'하는 재미가 있어 젊은 층 사이에서 위스키의 인기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위스키 자체가 한정판으로 판매되는 것들이 많아 소유욕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구하기 힘든 일부 위스키는 공병이 중고거래 앱에서 거래되기도 할 정도죠. 위스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비싸게는 몇만 원 대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위스키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이 교수는 “위스키처럼 '프리미엄 소비'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며 “평소에 알뜰하게 지내다가 자신의 취향 하나는 프리미엄으로 소비하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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