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10살 자이니치의 꿈은 '한국 국가대표'…"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입력 2023-05-24 21:06 수정 2023-05-24 21:2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재일동포의 삶, 이른바 자이니치 코리안 기획입니다. 일본 도쿄에는 신오쿠보라는 곳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데요. 불과 10여 년 전에 상당히 자주 대규모 혐한 시위가 열렸던 이곳이 이제는 일본인도 즐겨 찾는, 한국과 더 가까워지는 곳이 됐습니다. K팝 등 한류의 덕도 있지만, 스스로 환경을 바꿔온 자이니치 코리안의 노력도 있었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이예원 기자]

욱일기를 든 시위 부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온갖 혐오 표현이 담긴 피켓을 들고, 확성기를 통해 폭언을 쏟아냅니다.

[조선인, 바퀴벌레들! 조선 반도로 돌아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평일 대낮인데도 많은 사람이 몰린 이곳은 일본 도쿄의 신오쿠보입니다.

대표적인 한인 거리인데요.

그래서 보시는 것처럼 제 주변에도 한국어 간판이 많이 걸려있습니다.

식당과 카페는 물론 부동산 중개소까지 한국어 상호가 보입니다.

길거리 음식도 경주 10원빵과 똑 닮은 10엔빵부터 떡볶이, 핫도그까지 다양합니다.

[유이사 시온/18세 :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저마다 좋아하는 K팝 연예인을 외칩니다.

[나가사와 히카리, 이토우 리코/20세 : NCT 되게 좋아해요. 스트레이키즈 좋아요.]

[후리하라 유카, 와타나베 유즈카/18세 : 세븐틴, 에스파. SM 엔터테인먼트 좋아해서 알게 됐어요.]

열 아홉 학생은 한국 취업을 꿈꾸고,

[스기모토 미츠키/19세 :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하고 싶어서.]

60대 세 친구는 한국 여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토미야마 사치코, 칸자와 아츠코, 오하타 미유키/65세 : 드라마 촬영지들 갈 거예요. 한국 좋아해요. 이것도 샀고. 맛있어요. 육개장!]

신오쿠보가 삶의 터전이 된 이향순씨 부부에게 지난 2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이향순/한복대여점 운영·1992년 일본 유학 : 그때는 (90년대엔) 다닐 수가 없었어요. 한국적인 분위기가 너무 하나도 없었고. 저녁에는 위험해서 지나가지 못해서. (이제) 사극을 보고 너무 한번 입어보고 싶다고. 기쁘기도 하고 여기 있으면서 좀 목에 힘이 들어간다고 그럴까요.]

[문광수/한복 대여점 운영·자이니치 3세 : 저희가 고등학생들에게 한복 알리는 수업도 하는데, 학생들이 이제 '저희 할아버지가 한국인이에요'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분위기가 됐어요.]

[앵커]

저희는 10대인 자이니치 코리안 3세, 4세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또 한국에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조해언 기자입니다.

[조해언 기자]

유니폼을 입은 아이의 표정이 진지합니다.

힘차게 찬 공이 골망을 흔들자 두 손을 들고 웃습니다.

일본 요코하마조선학교에 다니는 10살 태경이는 남다른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박태경/5학년 : {별명이 메시라고. 어떤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 대표. 한국 대표 축구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어려웠던 한국어도 꽤 늘었습니다.

[박태경/5학년 : {좋아하는 말 있어요?} '사랑해요' 입니다.]

[송태황/6학년 : '제일' 좋아합니다, 제일.]

[리세엄/6학년 : 우리말을 잘 쓰고 축구 잘하는 중급생(중학생)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습니다.

[송태황/6학년 : 나의 증조 할아버지가 제주도에서 오셨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습니다.]

[김희주/6학년 : 언제인가 가보고 싶습니다.]

[박태경/5학년 : {왜 가보고 싶어요?} 한국의 음식을 먹어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부산과 수원에서도 뛰었던 자이니치 3세 안영학 선수입니다.

[안영학/전 축구선수·자이니치 3세 :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입니다. 2017년에 은퇴를 하고 지금은 축구 교실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부모의 뿌리를 잇겠다며 자이니치 중 6% 남짓인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일본이 조선인을 외국인으로 등록하며 만든건데, 이제는 행정상으로만 존재합니다.

[안영학/전 축구선수·자이니치 3세 : 현역시절에 괌 캠프나 베트남 캠프를 같이 가지 못했던 때도 있었어요. 출국 심사하잖아요. 다른 방에 가서 조사를 해서. 어떤 사람인지, 수상한 사람이 아닌지…]

어려움 속에서도 K리그, J리그, 북한 월드컵 대표까지 거친 그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당부합니다.

[안영학/전 축구선수·자이니치 3세 : 재일동포 후배들이 가슴을 펴고 일본 사회에서 당당하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

(화면출처 : 안영학 선수 페이스북)
(공동취재 : 김현예|도쿄 특파원 / 영상취재 : 신성훈 / 영상그래픽 : 이송의·장희정)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