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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신건강의학과 77% 늘었다…이유는?

입력 2023-05-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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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02곳 → 2022년 534곳.

서울 시내 개인병원(의원) 중 정신건강의학과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비율로는 76.8%가 증가했죠. 여러 진료과목 병원(의원) 중 가장 많이 증가했습니다.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옛 신경정신과에서 이름이 바뀐 진료과목 병원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가 이렇게 많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병원(의원) 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병원(의원) 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정신건강의학과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병원이 계속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이 많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69만 1164명이었던 우울증 환자는 2021년 93만 3481명으로 늘었습니다. 35.1%(연평균 7.8%) 증가한 거죠.

불안장애 환자 수도 같은 기간 65만 3694명에서 86만 5108명으로 32.3%(연평균 7.3%) 늘었습니다.

연도별 수치를 봐도 우울증과 불안 장애 진료를 받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늘어났나 싶지만, 꼭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의학과 유병률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전에는 힘들어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지 않았던 분들이 병원을 찾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후기 공유하는 젊은 세대


한때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 '기록이 남는다'며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기록 때문에 진학이나 취업에 불리하다는 우려였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이 남는 건 맞습니다. 모든 의료 진료는 기록이 남습니다. 다만 그걸 제3자가 함부로 볼 수는 없죠.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들이 바로잡히면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기도 하죠.

직장인 이모 씨(33)는 지난해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면서 우울증 약을 먹고 있습니다. 이 씨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겪던 친구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으면서 치료되는 과정을 모두 공유해줬다”며 “덕분에 정신건강의학과가 그렇게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백 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학교나 직장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병원을 추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예인이나 사회유명인들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았고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진료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초진 예약 잡기도 쉽지 않아”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다 보니 요즘은 초진 예약을 잡는 것도 힘들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 씨(35)는 “최근에 지인이 추천한 병원에 예약을 하고 싶어 전화했더니 2주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많아 바로 진료를 받기가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동우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책연구소장)는 “점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어 가면서 몸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건강도 돌아보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이전보다 환자들의 상담 욕구가 강해져 최소 15~20분 이상 진료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이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시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것인데 개원하는 곳이 늘고 있으니 1~2년 이내에 이런 현상은 완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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