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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도 들어갔다"…극한직업 기자의 '하루살이 취재기'

입력 2023-05-24 08:53 수정 2023-05-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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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 기자]

< 입에도 들어갔다 >

서울 동부권과 경기 하남 등을 중심으로 동양하루살이가 요즘 난리라고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도시락있슈에서 소개했던 내용인데요.

그리고 이 내용을 생생하게 보도한 기자도 화제인데요, 잠시 영상 볼까요?

[앵커]

영상 나가는 사이, 직접 취재한 사회부 함민정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로 지난주 목요일 방송을 했고, 이후에도 온라인에서 계속 반응 뜨거웠는데, 댓글 좀 읽어보셨나요?

[함민정 기자]

우선 방송 나가기 전까지 제 기사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전혀 생각 못해서, 솔직히 처음에는 엄청 당황스러웠는데요.

제가 엄청나거나 대단한 일을 한건 아닌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기자로서 제 기사를 잘 봐주셨다는 뜻이니까 감사함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앵커]

온라인 영상이 여러개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유튜브 조회수 3일만에 330만회, 댓글이 7800개가 넘게 달렸어요. 그 중 저는 "기자님의 노력에 하루살이 양만큼 칭찬해야한다"는 댓글이 재치있으면서도 따뜻하더라고요. 당시 현장 취재 상황이 어땠나요?

[함민정 기자]

사실 누가 이렇게 하라고 시키거나 특별히 뭔가 준비를 한 건 전혀 없었고요.

그때 장소가 한강 근처 테니스장 앞 주차장이었거든요.

진짜 하루살이가 비오듯이 떨어지면서 주변 차에 막 달라붙더라고요.

거기 잠깐만 서 있었는데도 카메라 기자나 오디오맨, 같이 갔던 인턴기자 옷에도 엄청나게 저희 힘으로 어떻게 통제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없는 거잖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그대로 보여주게 됐습니다.

[이도성 기자]

스탠드업이라고 하죠.

현장에서 기자가 가장 그 현장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에서 준비된 멘트를 하는 건데, 아니 벌레가 저리 많으니까 촬영자체가 쉽지 않았겠는데요?

[함민정 기자]

일단 제가 멘트를 해야 하는데 하루살이가 입에도 들어가고 눈과 귀에도 달려들어서 엔지가 정말 정말 많이 났습니다.

입 주변에 붙어서 안으로 들어갈까봐 갑자기 발음이 꼬이고 그랬거든요.

근데 제가 엔지를 내면 앞에 계신 카메라 선배가 너무 힘드실거 같아서 무조건 그냥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생각만 하고 겨우 마쳤습니다.

[캐스터]

특별히 '동양하루살이' 현장 취재를 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함민정 기자]

동양하루살이가 올해 처음 나온 건 아니고, 날이 더워질 때쯤이면 나와서 수년간 문제가 되어온 사안이거든요.

트위터나 SNS에 관련 사진들도 많이 올라왔고, 지역 주민 제보도 들어왔었고요. 

JTBC 뉴스룸 '밀착카메라' 코너는 말그대로 현장을 정말 가까이 보여주는 사안이라 실태를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취재하게 됐습니다.

[앵커]

사안의 본질도 좀 더 짚어보면, 동양하루살이가 저 지역에 특히 저렇게 많은데 인체에 해가 없는 것은 맞는 겁니까?

[함민정 기자]

관련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보니 일단 "입이 없기 때문에 다른 생명체를 물거나 병을 옮기진 않구요.

인체에 해를 입히진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친근하게 생각하긴 또 어렵잖아요.

실제로 제가 서있어보니까 하루살이가 그냥 달려드는 것만으로 공포스러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그냥 본능적으로 이해가 되더라고요.

[앵커]

보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체에 피해가 없다고 해서 다가 아니잖아요? 생활하는데 너무 불편하니까.

[함민정 기자]

맞습니다. 상점에 진열대에 다닥다닥 붙어서 사실 영업 방해가 될 정도인데요.

장사하시는 분들은 하루살이가 들어오지 않게 하려고 문을 닫는데 그러면 에어컨을 틀고, 전기 요금도 더 많이 나오고, 아예 영업을 못하겠다고 일찍 문 닫는 경우도 있었고요.

[앵커]

보도 이후 지자체에서 대책이 나왔다거나, 움직임이 있나요?

[함민정 기자]

제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한강유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살충제를 뿌릴 수가 없고요.

JTBC 보도 이후 어제 서울시와 한강사업본부, 그리고 강남과 광진, 성동, 송파, 강동 이렇게 하루살이가 많이 나오는 다섯개 구에서 공동으로 대책 회의를 했다고 해요.

지금 일단 각 구별로 피해 실태나 상황이 어떤지 공유를 했고 전문가 자문도 구해서 향후 대책을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입사 4년차인 사회부 기자로서, 많은 응원을 받은만큼 시청자 여러분께 각오한마디 해주시면서 마무리하죠.

[함민정 기자]

사실 저는 원래 경찰서를 출입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주로 사람 사이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취재해 왔거든요.

우연히 기회가 닿아서 이번에는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담게 됐는데, 이게 결국은 그냥 징그럽다 없애야한다, 이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하면 공존을 하는거지 이런 고민을 끌어내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여러 현장 부지런히 다니면서 이런 고민을 담고 조금이나마 해법에도 도움이 되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앵커]

네, 도시락 잇슈 그리고 아까 댓글처럼 동양하루살이 개체수만큼 많은 응원을 받고 있는 함민정 기자 취재 뒷이야기까지 잘 들었습니다. 이도성 기자도 선배 기자로서 열정이 샘솟지 않습니까? 잘 알겠습니다.

[이도성 기자]

그래도 벌레는 무서워요.

[앵커]

잘 알겠습니다. 만약에 스튜디오에 바퀴벌레 나오면 저희 아무도 못잡는거 아닙니까? 그때 함민정 기자 다시 불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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