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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옛날 노예선 같죠?"…쉴 곳 없는 열악한 건설 현장

입력 2023-05-2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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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여름도 많이 더울 거란 예보 속에 오늘(23일) 밀착카메라는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을 따라가 봤습니다. 노동자들은 건설 자재가 쉴 곳은 있어도, 사람이 쉴 곳은 없다고 말하는데요.

상황이 어떤지, 이희령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인천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 3공장 건설 현장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식당에 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건설노동자 약 650명이 일하고 있지만, 내부 식당은 한 곳뿐입니다.

[A씨/건설노동자 : 계속 북적북적하는 거예요. (도시락도) 컨테이너 바로 옆 길바닥에서 먹고 그러는데. 보면 안쓰럽고.]

쉬는 공간은 더 열악합니다.

이곳은 헬멧 같은 보호장구, 공사용 건설 자재들이 쌓여 있는 창고입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좁은 공간인데요.

이 아래를 보면 노동자 한 분이 이미 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 안쪽으론 건설 자재를 쌓아둔 선반이 나오는데요, 이 위쪽에서도 한 분이 쉬고 있습니다.

노동자 650명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은 단 3곳뿐입니다.

결국 자재 창고 안에 다닥다닥 붙어 눕고, 입구에서 쪽잠을 잡니다.

[B씨/건설노동자 : 인원수가 너무 많다 보니까 무슨 사람이 아니라 가축 대하듯이 욱여넣는…]

천막도 설치했지만 바닥에서 쉬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곳곳에 상자를 깔고 잠을 청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C씨/건설노동자 : 다른 데 쉴 데가 마땅치 않으니까. {창고 난 싫어.} 좁아. 쪄 죽으라고?]

좁은 화단 위에도, 나무 그늘 아래에도, 컨테이너와 안전펜스 사이 좁은 틈에도 사람이 있습니다.

[A씨/건설노동자 : 망치 (작업) 하면서 용접하고, 일이 워낙 힘들다 보니까 안 쉬면 사고가 나요. 힘들면 다리도 힘 풀리고 막 이래요. 작업자들을 위하는 건 없고, 빨리 물량만 빼달라고 얘기만 하고.]

이곳은 공사 현장 바로 옆에 있는 공원입니다.

안에 쉴 곳이 마땅히 없다 보니까 이렇게 길에 그냥 앉아서 쉬시는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에는 언덕에 누워서 주무시는 분도 있습니다.

[D씨/건설노동자 : (업체가) 당부를 해, 여기서 낮에 자지 말라고. 여기 일하는 사람들은 눈치 볼 수밖에 없잖아요. 먹고살아야 하니까.]

[E씨/건설노동자 : 옛날 노예선 생각나지 않으세요? 자재가 쉴 곳은 있지만, 사람이 쉴 곳은 없다. 여기는 말 그대로 30년 전의 근무 환경인 거죠.]

셀트리온은 "원청업체와 소통해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개선하겠다"고 했고, 원청업체는 "200명 정도 누워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도로 옆, 화단 옆을 제대로 된 휴게 공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결국 기본적인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 작업 환경은 노동자와 건물의 안전 모두 위협합니다.

(화면제공 :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경인지부)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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