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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들의 무대 되다니 충격"…'주가조작 세력과의 전쟁' 칼 빼들었다

입력 2023-05-23 17:37 수정 2023-05-23 18:51

"자본시장 발 못 들이게 불법수익 추적·환수"
"부당이득 2배 과징금으로 이익 박탈"
4개 유관기관 수장 엄단·재발방지 약속
전문가들 "주가조작단 신상공개" "엄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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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발 못 들이게 불법수익 추적·환수"
"부당이득 2배 과징금으로 이익 박탈"
4개 유관기관 수장 엄단·재발방지 약속
전문가들 "주가조작단 신상공개" "엄벌해야"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달 24일부터 이어진 JTBC 보도로 라덕연씨 일당의 다단계 주가조작단 실체가 알려졌습니다.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2640억원대 부당이득이 특정되고 보도 내용 상당 부분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금융·수사당국 수장들이 주가조작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오늘(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4대 기관장들(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남부지검장)이 한데 모여 목소리를 냈습니다.

■ 양석조 남부지검장 "꾼들의 무대 됐다니 충격…골든타임 지켜 실체 규명"

양석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양석조 남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다단계 주가조작단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 남부지검의 양석조 검사장은 강력 처벌 의지를 밝혔습니다.

양 검사장은 "이번 사태는 그동안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장기·가치투자의 영역까지 꾼들의 무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줬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라덕연 일당은 기존의 전형적 주가조작 패턴과 다른 방식을 통해 금융당국 감시망을 따돌려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3년간에 걸쳐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쓴 겁니다. 대부분 100일 이내 주가 상승률 등을 살펴보는 기존 불공정거래 모니터링 방식으론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라 씨 측은 "가치를 재평가 받아야 할 종목들을 가치투자하는 차원에서 물량을 꾸준히 사들였을 뿐 시세 조종이 아니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양 검사장의 오늘 발언에 따르면 이같은 라 씨의 주장을 반박할 단서를 검찰이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양 검사장은 "자본시장 범죄가 세상에 노출됐을 때 증거인멸의 속도도 빛의 속도에 버금가고 있다"며 범행 세력이 자본시장에 발 들이지 못하도록 골든타임 안에 실체를 규명하고, 끝까지 불법수익을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이번 주가급락 사건은 시장 감시망을 회피하기 위해 시세조종 기간을 길게 가져갔다는 것"이라며 "중장기에 걸친 주가조작 시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이상거래 적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매매패턴 분석 방법도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복현 금감원장 "사태 사전 감지 못해 송구…반성의 계기 삼겠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를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습니다. 이 원장은 "최근의 주가 급락 사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데 대해 금융감독원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반성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제보 등에 의존해온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신종 불공정거래에 관한 동향 정보를 선제적으로 수집하고, 금융위·한국거래소와 조사 및 제보 관련 정보공유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하기 전인 조사 초기부터 검찰과 협력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실제 이번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JTBC 보도 다음날 곧바로 주가조작단 핵심 10명에 대한 출국금지에 나섰습니다.

이 원장은 이달 안으로 불공정거래 감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금감원장 자리에 앉게 된 것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것이었단 취지로 "거취를 걸다시피 하는 책임감으로 올 한해 중점 정책사항으로 추진해갈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 "부당이득 2배 과징금으로 시세조종 이익 박탈해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징벌적 과징금'을 대안으로 언급했습니다. 3년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한 겁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불공정거래 판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불법이익 환수가 미흡한 한계가 있다"며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불법적인 경제적 이익을 완전히 박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주가조작 범죄가 발각되면 몇 년간 형기를 버틴 뒤 출소해 범죄수익을 통해 여유로운 삶을 누리겠다는 한탕주의가 청산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정보 이용·시세 조종·부정거래)'에 대해선 징역·벌금형과 같은 형사처벌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이 장기간 진행되면서 증거가 인멸되는 등 부당이득 전모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로 시세조종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져왔단 평가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2020년 9월 국회와 금융위는 3대 불공정거래로 적발될 경우 부당이득금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신설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3년째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중입니다.

다단계 주가조작단이 손을 댄 8개 종목의 폭락사태가 벌어진 지 한달 째 되는 날. 금융·수사당국 수장들이 카메라 앞에서 각자 소회와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들의 힘 실린 말들이 책임 있는 방식으로 실현될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전문가들 "주가조작단 신상 공개해야…얼마나 만만하면 통정거래 인정하나"

오늘 토론회에선 이번 사태를 부른 원인을 명확하게 가리고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주가 '폭락'이 아니라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게 본질"이라며 "주가폭락이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없었다면 문제가 아닌가. 주가상승 상태에서 금융당국 조사로 주가가 폭락하면 당국 책임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 자본시장법이 얼마나 만만하면 라덕연이 통정매매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겠나"라며 "주가조작에 반복적으로 가담한 인물들은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불공정거래의 경우 국민들에게 영향을 주는 범위가 훨씬 넓고, 또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어 강력 범죄만큼 해악이 크다"는 겁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의 주의 의무를 강조했습니다. 연 실장은 "차액결제거래(CFD) 사업을 하는 증권사에선 특정 종목에 주문이 몰린다는 걸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개매매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이상신호를 포착했다면 감독당국에 보고토록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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