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을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약 5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아태평화교류협회 안부수 회장이 징역 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안부수 아태협 회장과 김성혜 당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 [JTBC 보도 캡쳐]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이정재)는 오늘(23일) 안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에서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제외한 모든 혐의를 유죄 선고했습니다. 안 회장은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을 북한에 연결해 준 '대북브로커'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 안부수 아태협 회장 혐의, 대부분 '유죄' 안 회장은 지난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함께 중국과 북한에서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김영철 위원장과 송명철 부실장에게 총 21만여 달러(약 2억원) 및 180만 위안(약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습니다. 외국환거래법 위반 입니다.
지난해 JTBC가 확보한 아태협 내부 문건입니다. 2018년 12월 26일 평양에서 7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기록했습니다. 또 다음 달인 2019년 1월엔 중국에서도 거액을 완전해 전달한 내역이 있습니다. 14만 5000달러와 180만 위안으로 약 43만 달러입니다. 모두 합하면 당시 우리 돈으로 5억원 넘는 돈입니다.
재판부는 이 돈이 북한에 전달됐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대북경제협력 필요성을 감안하더라도 법치주의 원칙을 벗어나 5억원이나 넘는 금액을 임의로 지급한 점에서 죄가 가볍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안 회장은 2018~2019년 경기도 보조금과 쌍방울 그룹의 기부금 12억여 원을 개인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습니다. 횡령 혐의입니다.
2019년 5월 이화영 당시 경기도평화부지사는 북한에 밀가루와 묘목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사업은 안 회장의 아태협이 맡았습니다. 경기도에서 지원받은 금액은 총 15억원. 그런데 이 중 7억여원을 안 회장이 개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횡령한 7억원은 경기도로부터 지원 사업 명목으로 받은 국민 세금"이라며 "피고인의 횡령으로 북한 어린이를 위한 밀가루 지원 중 1132t이 북한에 가지 못했는데 전달됐다고 허위보고까지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무죄' 안 회장은 검찰 수사에 대비해 직원들에게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10여개를 숨기도록 한 혐의도 받습니다.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북한 그림을 감추게 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만 무죄 선고했습니다. "자신의 형사사건 관련 증거 은닉을 타인에게 요청할 경우 방어권 남용이 아니라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겁니다.
■ '쌍방울-이화영 재판 예고편' 안부수 판결 이번 판결은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을 받는 쌍방울 그룹 관계자 재판의 '예고편'입니다. 특히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는데 3년 6개월형이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형량을 거의 채워서 선고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고 했습니다.
"비영리단체 대표일 뿐인 안 회장과 달리 경기부지사 이화영이 쌍방울을 통해 북한에 돈을 보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도
"세계 평화 질서를 유지한다는 게 유엔 방침인데 대북송금은 그걸 근본적으로 무너트린다는 점에서 엄중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안부수에서 이화영, 이화영에서 이재명까지? 안 회장은 김 전 쌍방울 회장이 2019년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내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습니다. 안 회장이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북한에 위법하게 돈을 보낸 사실은 일단 인정됐습니다.
이렇게 거액이 위법하게 쓰인 과정에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가 얼마나 개입했고 알고 있었느냐가 주목 대상입니다. 이 전 부지사는 "안 회장과 쌍방울이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 알아서 한 행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쌍방울은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당시 경기 지사의 최측근입니다. 쌍방울은 이재명 지사의 변호사비를 대신 줬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안부수에서 시작한 혐의는 쌍방울의 돈과 이화영을 거쳐 경기도와 이재명 당시 지사까지 얽혀있습니다. 첫 단계였던 안 회장의 대북송금 불법성은 법원이 인정했습니다. 이제 이 불법 대북송금의 책임이 어디까지 갈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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