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이니치, 한자어로 '재일' 일본에 있다는 일본말입니다. 일본에는 재일 동포들이 주로 모여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온갖 차별과 혐오를 견디며 꿋꿋하게 버텨왔고, 결국 혐오 발언 처벌이라는 조례를 만들어 공존의 길을 만든 곳입니다.
이예원 기자가 그곳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조용하고 평화로운 한 주택가에 나왔습니다.
이곳은 일본의 사쿠라모토라는 마을입니다.
예전부터 많은 재일동포가 모여 살았던 곳입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이 모여 만들어진 마을인데, 지금까지 '일본 속 한국마을'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디 가세요?} 예배당! 예배당!]
[{몇 살이에요?]} 5살! 4살!]
[사이토 하루 : 안녕하세요! 엄마가 한국 (TV) 볼 때 있어요.]
한국말로 대화도 합니다.
[이혜자/마을주민 : 돈소쿠 사다가 만들어서 냉동에 넣어놨어. {돈소쿠가 뭐예요?} 족발.]
[언니도 이뻐졌네. {간다 간다 나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미용실.
1943년 일본에서 태어난 미용사는 부모님 고향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야나기 기쿠코 : 엄마는 경상북도 안동, 아버지는 경상남도.]
벽에 걸어둔 미용 면허증에 써 있는 국적은 '조선'.
30년이 지나 가업을 잇게된 딸의 면허증 속 국적은 '한국'이 됐습니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이들의 기억 속엔 차별과 혐오를 버텨낸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김성웅/영화감독·자이니치 2세 : 정말 예외 없이 고생한 1세들이 살아온 증거를 마치 무덤에 이름을 새기듯 (기록합니다)]
한일관계가 악화하고, 마을은 자주 혐오의 대상이 됐습니다.
혐한 세력의 증오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김초월/식당운영·자이니치 3세 : 사베쓰는 조금 옛날에 있었어요. {사베쓰가 뭐예요?} 차별. 인권 차별. (하지만) 재일동포들이 다 강합니다.]
3년 전엔 전직 공무원이 익명으로 '조선인을 말살하자'는 엽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여기 '스톱 (그만)' 밑에 무슨 뜻이에요?} 차별적인 낙서는 인권침해입니다.]
마을은 힘으로 맞서지 않고, 제도를 바꿔 일본 사회와 공존을 택했습니다.
마을이 속한 가와사키시는 조례를 만들어 지난 2020년부터 혐오 발언을 하면 처벌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선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화면제공 : 재일한인역사자료관 김성웅 감독)
(공동취재 : 김현예|도쿄 특파원 / 취재기자 : 신성훈 / 영상디자인 : 조승우·강아람·신하림 / 영상그래픽 : 김영진·김지혜·이송의·장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