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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울었습니다, 외로워서"…그리운 고국 말하는 자이니치 1세들

입력 2023-05-22 20:50 수정 2023-05-2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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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강점기때부터 시작된 자이니치 1세대의 역사는 100여년에 이릅니다.

100년 가까이 일본에서 자이니치로 살면서, 그 긴 시간을 고국을 그리워한 사람들, 조해언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경남 합천이 고향인 소녀 서유순은 14살이던 1940년 일본행 배를 탔습니다.

[서유순/98세 자이니치 1세 : 너무 흔들려서, 배에서는 잠을 못 잤고… 화투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 뒷마당 감나무가 기억의 전부였습니다.

해방 후 돌아간 고향.

기억 속 감나무는 한국전쟁 속에 이미 불타 없어진 뒤였습니다.

[서유순/98세 자이니치 1세 : 전쟁 중에, 딸이 네 살이라 뛰어 갈 수도 없었고, 둘이서 숨으면서 도망갔어요.]

어린 딸과 함께 살기 위해 다시 일본행을 택했습니다.

[서유순/98세 자이니치 1세 : (그때는) 한국에서 살 수 있을지 불안했습니다. 일본에서 차별도 당했지만, 그때마다 좋은 얼굴, 좋은 말로 대하면서 맞추고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84년이 지나 이제 아흔 여덟살 노인이 됐습니다.

[서유순/98세 자이니치 1세 : {한국음식 중에는 어떤 거 제일 좋아하세요?} 잡채. {한국이 그리울 때는 없으셨어요?} 있었습니다. 제 나라고, 제 고향이니까. {그럴 땐 어떻게 하셨어요?}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울었습니다. 외로워서…]

열일곱의 소녀는 올해 아흔여섯 할머니가 됐습니다.

[최명란/96세 자이니치 1세 : 서울에서 왔나, 부산에서 왔나… {서울에서 왔습니다.}]

깊은 주름이 지난 세월을 말해 줍니다.

[최명란/96세 자이니치 1세 : 그때는 우리 사람들이 일본 사람하고 달라서 아무것도 못 해. 고물상 아니면 식당 그런 것밖에 안 돼.]

많은 기억이 흐려졌고, 조국을 떠나던 때의 기억만 남았습니다.

[최명란/96세 자이니치 1세 : 밀선…비행기도 안다니고 연락선도 없고 해방되고 금방이다 보니까 여자 혼자는 안 태워줘. 들키면 데리고 가버리는데 몰래 내려야 되지.]

(화면제공 : 김성웅 감독)
(공동취재 : 김현예|도쿄 특파원 / 영상그래픽 : 김영진·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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