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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논란' 국민 생명 위협하는 코로나 방역제

입력 2023-05-22 16:02 수정 2023-05-22 16:17

환경부 "호흡 독성 시험 공개 대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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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호흡 독성 시험 공개 대상 아니야"

JTBC는 '환경부 호흡독성시험 결과 비공개'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요양원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살포되고 있는 4급 암모늄 소독제 제품의 호흡독성시험 결과 0.193mg/L 정도의 농도에서 실험용 쥐들이 사망했습니다. 환경부는 최근까지 방역용 소독제의 흡입 독성 자료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4급 암모늄 제품 호흡독성실험 최종보고서

4급 암모늄 제품 호흡독성실험 최종보고서

JTBC의 보도에 환경부는 보도 자료를 내며 ① 방역용 소독제는 표면 소독용으로 승인되었고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우려와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으며 ② 호흡 독성 시험 자료가 없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방역용 소독제에 4급 암모늄 화합물이 들어 있다는 것만으로 과도한 우려와 공포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환경부. 또한 이 물질이 미국이나 EU 등에서도 물체 표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환경부는 표면 소독만을 한정해 물질 사용을 승인해줬고 분사 금지를 권고했다고도 알려왔습니다. 과연 현장에선 어땠을까요?
환경부 보도자료

환경부 보도자료

지난 2020년 8월 서울 광진구청에서 방역 용역을 받았던 김정태 씨. 코로나 방역 소독액을 희석하던 중 압축 분무기가 고장 나 얼굴에 소독액이 뿌려졌습니다. 얼굴이 타는 듯한 고통을 느꼈던 김 씨. 급하게 병원을 찾았지만 심각했습니다. 화학 물질로 인해 얼굴과 눈에 심한 화상을 입은 겁니다.
방역제 피해자 김정태 사고 3년 후 얼굴 상태

방역제 피해자 김정태 사고 3년 후 얼굴 상태

3년이 지난 후 상태는 더 심각해졌습니다. 화상은 한층 심해졌고, 호흡기에도 고통이 느껴집니다. 면역력이 약해져 몸에 건선까지 발생했습니다. 기관지에서는 계속 피 냄새가 느껴집니다.
방역제 피해자 김정태 3년 후 악화된 건선

방역제 피해자 김정태 3년 후 악화된 건선

4급 암모늄 물질은 호흡기에 흡입되었을 때 폐 섬유화를 일으키는 건강에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코나 입으로 들어가는 분무 형태로 사용하면 위험한 화학 물질. 우리나라에서 170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가습기 살균제 성분입니다. 그런데 광진구청은 압축 분무기를 국가 예산으로 구매했고 방역 노동자에겐 장갑만 제공했습니다. 심지어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도 분무했습니다. 문제는 광진구청에서만 가습기 살균제 물질을 분사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답변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 협회 답변

지난 4월, 사단법인 한국장기노인요양기관협회가 JTBC 취재진에게 보낸 이메일입니다. 4급 암모늄 물질을 분사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알려왔습니다. JTBC가 만난 전혜영 방역업체 대표는 요양원을 소독할 때 노약자를 옮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강원의 한 요양 업체 관계자의 이야기는 더 충격적입니다. 어르신들을 더 깨끗한 환경에 계실 수 있게 대형 분무기를 구매해 방역 소독제를 온종일 분사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제품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뿌려졌습니다. 1700여명의 사망자를 만든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떠오릅니다.
노약자에게 방역제를 분사하는 사진

노약자에게 방역제를 분사하는 사진

환경부는 보도 자료를 발표하며 호흡 독성 실험 자료가 없거나 흡입독성 실험 자체를 부인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호흡 독성 실험 자료가 없다고 말한 건 한화진 환경부 장관입니다. 지난 2월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국민의 힘 이주환 의원과 환경부 장관의 질의응답이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질의 응답 중인 이주환 의원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국회에서 질의 응답 중인 이주환 의원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이 의원은 장관에게 "환경부와 과학원이 대처하는 행정의 안일성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에는 의원실에서 호흡기 독성자료가 있느냐 물으니까 최초에는 '있다'고 했고 다음에는 '약사법 때문에 식약처에 있다'고 했다가, 결국 자료는 없었던 거다, 그렇죠 장관님?"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한화진 장관은 '네 면제 기준을 적용합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해당 방역용 소독제의 흡입독성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은 국립환경과학원 승인 당시에 흡입독성 실험의 면제규정이 적용되어 이에 따라 제출받은 흡입독성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그러나 환경부 소속기관 국립환경과학원은 2021년 2월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소독제 제품 6종에 대한 호흡독성시험을 환경공단에 의뢰했습니다. 그중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로 알려진 4급 암모늄 제품의 호흡독성시험도 포함됐습니다.
JTBC 뉴스룸 보도

JTBC 뉴스룸 보도

시험 결과는 약 6개월 뒤 2021년 8월 최종 보고서 형태로 과학원에 제출됐습니다. 약 30마리의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0.1mg/L, 0.3mg/L, 0.6mg/L 의 농도로 하루 4시간 흡입노출을 실시한 결과 0.193mg/L의 농도에서 실험체 절반이 사망했습니다. 실험용 쥐의 폐에서는 부종/충혈/염증세포가 발생했고 기관과 후두, 비인두조직에서도 궤양/ 자가 융해 등이 발견되었습니다.
4급 암모늄 제품 호흡독성시험 결과

4급 암모늄 제품 호흡독성시험 결과

시험 결과, 4급 암모늄 0.193mg/L의 농도에서 실험용 쥐들이 사망했습니다. 환경부는 표면 소독 기준으로 4급 암모늄 500mg/L의 농도를 권장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4급 암모늄 물질은 무색무취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밀폐된 공간에서 500mg/L 농도의 형태로 공기 중에 분사 된다면 0.193mg/L의 농도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환경부 4급 암모늄 물질 표면 소독 농도 지침

환경부 4급 암모늄 물질 표면 소독 농도 지침

이주환 의원실은 2023년 2월 10일 장관과의 질의 응답에 앞서 호흡독성시험 자료의 유무에 대해 환경부에 문의했습니다. 환경부는 방역용 소독제는 약사법 및 화학제품 안전법을 근거로 호흡독성시험이 면제되었으며, 관련 자료도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2023년 2월 27일 재차 살생물 물질에 대한 국내 외 모든 호흡독성시험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의원실의 요구에도, 환경부는 과거 외국에서 작성된 호흡 독성 시험자료만 제출했습니다.
2023년 2월 24일 환경부 답변

2023년 2월 24일 환경부 답변

그런데 2023년 3월 이주환 의원실에서 모든 환경부 산하 기관들에 호흡독성시험 자료를 요청하자 한국환경공단 화학물질시험처 흡입안전성시험부에서 2021년 실시된 소독제 제품 흡입독성시험 수행 현황을 제출했습니다. 의원실에 자료가 넘어간 뒤에야 환경부는 이 실험 결과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았다고 실토했습니다. 2023년 3월 7일입니다. 시험은 2021년 8월에 마무리됐습니다.

왜 실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을까요? 환경부는 21년 수행된 흡입독성시험은 24년 예정된 '살생물제품'의 원활한 평가 승인을 위해 사전 연구하기 위해서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당 실험은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수행한 것으로 공개 의무가 있는 사항도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환경부 2023년 5월 17일 JTBC 답변

환경부 2023년 5월 17일 JTBC 답변

하지만 JTBC가 확보한 4급 암모늄 제품 흡입독성시험 계획 보고에는 시험 목적이 다릅니다. 실험을 추진한 이유는 코로나 19 방역 시 살균 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는 분무소독 방식으로 사용하여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는 언론의 지적(21.1.7 KBS) 때문이라 쓰여 있습니다. 실험 배경에 적혀 있는 2021년 1월 7일 KBS 보도를 확인해봤습니다. “'분무 소독' 안전성 확보 안 돼”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습니다. 박은정 경희대 교수의 세포 독성 실험 결과, 시중에 사용되는 4급 암모늄 물질 제품의 독성이 확인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보도에서 박은정 교수는 '전 국민에게 사용되고 있는 분무 소독은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박은정 경희대학교 교수 KBS 인터뷰

박은정 경희대학교 교수 KBS 인터뷰

과학원에서 실시한 호흡독성시험은 박은정 교수의 실험보다 실제 사용 현장의 노출 조건에 더 가깝습니다. 과학원 보고 문건에는 호흡독성시험을 통해 방역용 소독제로 사용되는 4급 암모늄 계열 소독제 제품 2종의 흡입독성시험을 통해 흡입노출로 인한 유해성을 규명하고자 한다고 정확하게 쓰여 있습니다. KBS는 실험 결과를 공개하며 4급 암모늄의 분무 사용이 위험하다 경고 했지만, 환경부 소속 기관 국립환경과학원은 국가 예산이 사용된 호흡독성시험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방역제품을 분사하는 모습

어린이집에서 방역제품을 분사하는 모습

환경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환경부는 전국에서 분사되고 있는 4급 암모늄 제품의 위험성을 몰랐을까요? 그래서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걸까요? K 방역 혹은 과학 방역이라는 멋진 단어로 포장한 대한민국 정부의 방역 정책을 과연 국민이 믿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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