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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김포만 지옥인 줄 알았는데…인천 계양역도 '악'

입력 2023-05-20 09:06 수정 2023-05-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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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7시 37분쯤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에 승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김천 기자〉

19일 오전 7시 37분쯤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에 승객들이 가득 차 있다. 〈사진=김천 기자〉

"여기도 김포골드라인만큼 심각해요. 진짜 숨 쉴 틈 없이 빽빽해요." - 인천시민 A씨

오늘(19일) 아침 취재진은 '출근길 지옥철'로 악명이 높은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를 찾았습니다.

인천 지하철 1호선과 공항철도 환승역인 인천 계양역은 오전 7시 20분부터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서울 방면 승강장은 에스컬레이터 앞부터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습니다.

열차는 약 4~5분마다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바로 탈 순 없었습니다. 취재진 앞으론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열차가 들어올 때마다 "안전과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는 무리한 승차는 하지 말아달라", "가방은 앞으로 메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열차가 한가득 승객을 싣고 떠나도 승강장엔 금세 승객들이 찼습니다. 특히 인천 지하철 1호선에서 승객들이 쏟아져 나올 때면 안 그래도 긴 줄은 더욱 길어졌습니다.

열차 1대를 보내고 가까스로 겨우 열차에 탔습니다. 한 승객은 "금요일이라 비교적 덜 붐비는 편"이라며 "다른 날에는 2대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열차 안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가득 찬 열차 내부에선 몸을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열차 문에 거의 얼굴을 맞대고 서 있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더 탈 수 없을 것만 같은 열차 안으로는 승강장마다 승객들이 물밀 듯 들어왔습니다. 김포골드라인 못지 않았습니다.
 

계양역 승객 절반 이상이 '인천 1호선 환승객'

19일 아침 7시 37분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 모습. 〈영상=김천 기자〉

19일 아침 7시 37분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 모습. 〈영상=김천 기자〉


공항철도에 따르면 출근시간대 계양역 전체 승객 가운데 절반 이상은 환승객입니다.

공항철도가 JTBC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기준 계양역 평일 출근시간대(오전 7~9시) 서울방면 공항철도 이용객 수는 1만1791명입니다.

계양역에서 타는 승객이 5610명, 환승하는 승객이 6181명(52.4%)입니다.

인천 1호선을 타고 계양역에서 내려서 환승하는 인천 시민이 상당히 많다는 의미입니다.

버스를 타고 계양역에서 내려 탑승하는 인원까지 생각하면 서울로 가기 위해 계양역을 방문하는 인천 시민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계양역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까?

19일 아침 7시 25분쯤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에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천 기자〉

19일 아침 7시 25분쯤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에 사람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김천 기자〉


계양역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서울로 향하는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인천 1호선을 타고 계양역에서 내린 뒤 공항철도로 환승해 서울로 출근하는 겁니다.

또 청라국제도시, 검단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유입된 것도 계양역이 붐비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청라국제도시와 검단신도시가 있는 인천 서구의 인구는 지난해 7월 57만여 명이었지만 지난 4월에는 60만여 명까지 늘었습니다.

인구 상승 추이를 보면 계양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출·퇴근 배차 간격 단축…2025년 상반기에 열차 9대 추가

19일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 승강장에 달린 안내문. 〈사진=김천 기자〉

19일 인천 계양역 공항철도 승강장에 달린 안내문. 〈사진=김천 기자〉


공항철도 측은 인천 계양역 혼잡률을 줄이기 위해 여러 대책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당장 이달 1일부터는 평일 출·퇴근 시간대 열차 배차 간격을 줄였습니다.

아침 7시 30분부터 아침 8시 30분까지(서울방면 계양역 기준) 배차 간격을 기존 6분에서 5분으로 바꿨고 저녁 6시부터 저녁 7시까지(인천방면 서울역 기준) 배차 간격은 기존 6분 30초에서 5분 30초로 줄였습니다.

공항철도 관계자는 "인천 1호선에서 내린 승객들이 공항철도 환승 승강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열차에 탈 수 있게끔 고려해서 배차 간격을 조정했다"며 "바로바로 승객들이 지하철을 타면 혼잡도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공항철도 관계자는 "현재 열차를 추가로 만들고 있고 2025년 상반기에 투입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공항철도 일반 열차는 22대인데 여기에 9대가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양역 9호선 연결 시급…인명 사고 날 수도"

 
김래호 인천검단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계양역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을 계양역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김래호 인천검단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계양역 혼잡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을 계양역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하지만 인천 시민들은 계양역 혼잡 문제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김래호 인천검단신도시총연합회 회장은 JTBC 취재진에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는 이들 대부분은 서울로 출근한다"며 "분산 대책은 없이 인구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계양역으로 가는 버스는 많이 늘었지만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로 나갈 수 있는 열차는 한정돼있다"며 "검단신도시 1단계 입주가 거의 마무리돼 2~3단계로 넘어가는데 앞으로 유입되는 인구 또한 계양역으로 가서 서울로 출근해야 할 판이다. 이거는 지옥이다"라고 했습니다.

또 계양역에 많은 승객이 몰려 안전 사고가 우려된다고도 했습니다. 김 회장은 "김포골드라인에서 승객이 쓰러지는 사건이 있었는데 계양역에서도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김포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11일 오전 7시 50분쯤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선 과밀문제로 10대 여학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습니다.

김 회장은 "서울 9호선을 계양역에 연결하면 어느 정도 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다 할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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