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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 추적 ③] 밀수범들의 실체는?…집에서 마약 쏟아지자 "알면서 왜 물어요"

입력 2023-05-19 20:23 수정 2023-05-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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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JTBC는 넉달에 걸쳐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마약 밀수범들을 추적했습니다. 국제택배로 마약을 들여오는 갖가지 수법들과 택배원으로 위장해 밀수범을 잡는 현장에 이어, 끝으로 오늘(19일)은 이 밀수범들의 실체를 전해드립니다. 중남미 뿐만 아니라, 유럽이나 아프리카발 마약까지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박병현, 연지환, 김지성 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제택배로 마약을 밀수했다가 체포된 범인들.

이 밀수범들의 실체를 하나씩 밝혀 보겠습니다.

먼저 온수기에 마약을 들여온 50대 이모씨의 집으로 다시 갑니다.

[마약 수사관 : 여기 화물 안에 필로폰 8.8kg 들어 있어요.]

[이○○/마약 밀수 피의자 : 몰라요, 나는.]

모른다고 발뺌하지만 집을 수색하자 증거들이 하나둘 나옵니다.

[마약 수사관 : 마약 흡입 기구 나왔어요. 빨리 찍어. 찍어.]

[마약 수사관 : 이거 현금. 100달러짜리도 있네.]

그런데도 오리발.

[이○○/마약 밀수 피의자 : 잘못한 거 없어요.]

[마약 수사관 : 전화 오는 사람 누구예요. 텔레그램으로 왔던데.]

[이○○/마약 밀수 피의자 : 전화기 좀 주세요. 통화 좀 하게. 내 여자친구예요.]

[마약 수사관 : (온수기) 누가 보낸 거예요?]

[이○○/마약 밀수 피의자 : 멕시코에서 보낸 거예요. (온수기를) 집 짓는 데다 쓰려고 주문한 거라고요.]

[마약 수사관 : 어디다가 집을 지으려고 했어요?]

[이○○/마약 밀수 피의자 : 캄보디아요.]

[마약 수사관 : 이 사람 이거 웃긴 사람이네. 왜 여기서 (온수기를) 봐요?]

대화하는 동안에도 마약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마약 수사관 : 계속 나오네.]

끝내 자포자기 하는 듯한데…

[마약 수사관 : ○○씨, 이거 뭐죠? 필로폰이야?]

[이○○/마약 밀수 피의자 : 알면서 왜 물어봐요.]

[마약 수사관 : 이거 문 닫을만하네. 빨리 들어가서.]

필로폰만이 아닙니다.

[마약 수사관 : 아이고, 세트네.]

[마약 수사관 : 이거 뭐야, 이거. 이거 엑스터시예요?]

[마약 수사관 : 대박이다, 대박. 선량한 사람을 쫓아왔네.]

그래도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마약 밀수 피의자 : 기분 나쁘지, 당연히 기분 안 나쁘겠어요?]

[마약 수사관 : 뭐가 기분 나빠. 나쁜 사람 잡았는데 그게 기분 나쁘면.]

[이○○/마약 밀수 피의자 : 나쁜 사람 아닌데.]

증거물 중에서도 마약 수사관들을 아찔하게 했던 건 바로 작은 비닐 봉지들에 담긴 필로폰입니다.

[마약 수사관 : 저렇게 대량으로 오는 애들은 중간 단계 소매자들한테 싹 다 팔아버리거든요.]

입국 당일에 체포한 게 다행.

조금만 늦었어도 유통이 시작됐다는 얘깁니다.

검찰청으로 연행해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합니다.

[마약 수사관 : 집에서 발견된 거. 필로폰으로 추정되는 백색 결정이 발견됐죠?]

[이○○/마약 밀수 피의자 : 백색 그게 뭐요?]

그렇게 한국말을 잘했는데 막상 조사하려니 갑자기 영어를…

[마약 수사관 : 그거 필로폰 맞죠?]

[이○○/마약 밀수 피의자 : Why does he ask me? they tested it already? (왜 물어보는 거야, 이미 검사한 건가?)]

한국말을 바로 알아듣고 굳이 영어로 답하는 이상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마약 수사관 : 필로폰 맞죠?]

[이○○/마약 밀수 피의자 : I don't know (몰라요)]

[마약 수사관 : 알약은 MDMA 아닙니까?]

[이○○/마약 밀수 피의자 : I don't know (몰라요)]

[마약 수사관 : 양성 나왔죠?]

[이○○/마약 밀수 피의자 : Why do you ask me? You already know! (알면서 왜 물어!)]

통역사도 난감할 것 같습니다.

마약 검사도 해봐야겠지요.

소변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갑니다.

[박병현/기자 : 보통 국과수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가세요?]

[마약 수사관 : 일주일이라기보다는 건당 한 번씩 무조건 가는 것 같아요.]

결과는 양성. 밀수도 하고 본인도 마약을 한 겁니다. 

미국에서도 마약 투약과 총기 소지로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성분 검사 결과 마약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마약이었고 미국을 거쳐 밀수했습니다.

이번엔 사탕과 풍선 속에 든 마약을 택배로 받은 40대 이모씨입니다. 

온수기 밀수범과는 좀 다릅니다. 

지금 직업은 분명 일용직 노동자라고 했는데…

[이○/마약 밀수 피의자 : 제가 파키스탄에 소금 수입하러 갔었어요. 저 가이드 해주는 친구거든요.]

해외 마약 조직이 운반책으로 쓴 것 같습니다. 

다만 필로폰은 파키스탄이 아니라 멕시코에서 만들어졌고 미국을 거쳐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 사람, 지금은 마약 밀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대담하게 여행 가방 안감에 필로폰 8kg 가지고 온 60대 싱가포르 남성입니다.

[마약 수사관 : 아부다비에서 환승한 거예요? 아부다비에서 며칠 있다 갔어요?]

[통역사 : 경유해서 갔습니다. 묵진 않았어요.]

역시 마약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고 발뺌합니다.

하지만 1억분의 1g도 감지를 한다는 이온스캐너를 거치니 손과 휴대전화기에서 필로폰이 나왔습니다.

마약이 있는지 몰랐다더니 손으로 만진 건 뭐죠?

주목할 건 마약 생산지입니다. 

성분 검사를 하니 남아공, 그러니까 아프리카에서 만든 마약입니다. 

아프리카산 마약은 3년 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등장했습니다. 

동남아, 중남미 마약을 넘어 이제는 유럽, 아프리카발 마약이 우리나라를 향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넉달에 걸쳐 취재진은 검찰 수사팀과 마약 밀수범들을 추적했습니다. 

한때 마약청정국으로 불렸던 우리나라는 이제 전세계 마약상들의 타깃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영진·김지혜·장희정·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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