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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수 추적 ②] 택배원 위장해 배송지 추적…체포 신호는 "서명해 주세요"

입력 2023-05-18 20:37 수정 2023-05-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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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하루 평균 6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우리나라로 들어왔습니다. 사상 최대입니다. JTBC는 넉달에 걸쳐 검찰 수사팀과 함께 마약 밀수범들을 추적했는데요. 어제(17일)는 국제 택배로 마약을 들여오는 실태를 전해 드렸고, 오늘은 수사관들이 택배원으로 위장해서 밀수범을 체포하는 현장입니다.

박병현, 연지환, 김지성 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택배 배송지를 따라갈 시간입니다.

먼저 온수기 속 필로폰 주인입니다.

출발 전부터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마약 수사관 : 관리사무소 2층으로 가면 되는 거죠? 네, 공문이랑 같이 챙겨 갈게요.]

차에서도 이어진 작전 회의.

[마약 수사관 : (수갑) 뒤로 채우고 한 사람이 지켜 서서 움직이지 마. 거기 왜냐하면 뭔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경기도 김포시에 도착했습니다.

한팀은 계단, 다른 팀은 주차장에서 대기합니다.

[마약 수사관 : 우리 지금 들어가야 되는데 오피스텔 그거 엘리베이터 쪽 문 열어줄 수 있어?]

택배원으로 위장한 수사관이 상자를 내립니다.

무거워 보이지만 범인의 눈에 띌 수 있어 도와줄 수 없습니다.

[마약 수사관 : 좀 천천히 들어가 봐. 우리도 따라 들어가려고.]

범인이 건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 줬습니다.

[마약 수사관 : 기자분, 카메라 숨기시고요. {그런데 15층 아닌가요? 계장님.} 사람 있어서 일부러 16층으로.]

"서명하세요"가 체포 신호입니다.

신호가 왔습니다.

[마약 수사관 : 필로폰 8.8㎏ 밀수입 혐의로 지금 긴급 체포요.]

[이OO/피의자 : 문 닫으라고요. {알았다고요.}]

[마약 수사관 : 편히 앉아요. 편히.]

[이OO/피의자 : 아 어떻게 편히 앉아요. 팔이 이렇게 됐는데.]

밀수범에 수갑을 채우고 바로 수색이 시작됩니다.

이 집에선 뭐가 나올까요?

범인은 50대 남성 이모씨, 인천지검으로 연행됩니다.

이번엔 사탕과 풍선에 담긴 마약.

택배 주인을 찾으러 서울 강동구로 출발합니다.

[마약 수사관 : 다녀오겠습니다. {응. 검사님 카드 주셨으니까 밥이라도 맛있는 거 사 먹고.}]

[마약 수사관 : D**은 2시까지만 배달을 해버리니까.]

택배사마다 배송 시간이 다른 것까지 계산해서 출발합니다.

뛰는 밀수범을 잡으려면 날아야 합니다.

[마약 수사관 : 맞는 거 같아요. 근처 배송중인데 혹시 집에 계신가요? {네 집에 있어요.}]

이번에도 체포 신호는 '서명해 주세요'.

신호가 왔습니다.

[마약 수사관 : 문이 안 열리잖아.]

일단 뜁니다. 뛰고 또 뜁니다.

[마약 수사관 : 여기 안에 마약 들어있어요. 마약, 필로폰. {진짜요?} 네, 2.8㎏.]

모르는 척 하지만 체포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40대 남성 이모씨도 조사를 위해 연행합니다.

이번엔 필로폰이 담긴 베개입니다.

출발 전 도주로 확인은 필수.

[마약 수사관 : 2층짜리 건물로 돼 있어요. {아 이렇게, 이길로?}]

받는 사람이 없이 주소만 있습니다.

[마약 수사관 : 송장이 어제부터 뜨기 시작해가지고 얘네들이 보고 있으면 언제 배달된다는지 알기 때문에 빨리 들어가야 돼요.]

도착한 곳은 충남 서산의 태국인촌.

잠복팀이 CCTV를 설치합니다.

이제 배송을 할 시간입니다.

[우체국 집배원 : 평택에 있어요? 아 여기 충남 서산하고 전혀 관계없으시고요? 아, 예 알겠습니다.]

[마약 수사관 : 껐어요? 그래도 배송해 주세요.]

물건은 뒀고, 이제 방을 빌려 잠복을 시작합니다.

범인이 눈치챌 수 있어 밖에 나가지도 못합니다.

끼니는 김밥으로.

[김지성/기자 : 5~6끼 먹어야 할 수도 있겠네요.]

[마약 수사관 : 마지막 식사여야죠. 여기서.]

밤을 꼬박 새우고 이틀째 이어진 잠복.

그 때 누군가 택배에 손을 댑니다.

[마약 수사관 : 우리 인천지검 수사관이에요. 누가 받아 달래요 이거? {아 사장님, 나는 몰라요.}]

장소를 옮겨서 좀 더 물어보기로 합니다.

[마약 수사관 : 사장님이 뭐라고 그랬는데요?]

[원룸촌 관계자 : 어제 사장님이 옷 같으니까 '누구 거냐' 물어보더라고요.]

[마약 수사관 : 근데 박스는 왜 뜯어요?]

[원룸촌 관계자 : 아줌마가 뜯으라 그랬으니까…]

수사를 도와주는 건물 주인이 시켜서 만졌다는데 확인해보니 혐의점이 없었습니다.

다시 시작되는 잠복.

범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를 노려봅니다.

캐리어 안감에 숨겨있던 마약, 양이 8kg이었는데요.

붙잡힌 사람은 여행객으로 들어온 싱가포르 60대 남성입니다.

실제 적발된 외국인 밀수 사범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해외 마약 조직들도 점점 우리나라를 마약 유통 경로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압수한 마약들은 어떻게 처분할까요?

[마약 수사관 : 몰수 명령 나면 폐기 해야죠. 필로폰도 다 폐기하고 소각을 하거나 보건소 직원이랑 같이 참관해가지고, 동영상 촬영하고 소각하는 장면 다 촬영하고.]

이제 밀수범들의 실체를 하나씩 밝혀봐야겠습니다.

(화면제공 : 인천지방검찰청·인천본부세관)
(영상디자인 :오은솔 / 영상그래픽 : 김영진·김지혜·장희정·이송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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