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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제발 오늘은 살아서 돌아가자"…목숨 건 노동 '자유로 청소'

입력 2023-05-17 20:48 수정 2023-05-17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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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속 100km로 차들이 달리는 자유로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살아서 돌아가길 아침마다 기도하고 나온다는 이들의 일터를,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담았습니다.

[기자]

파주와 서울을 잇는 자유로에서 자동차들이 속도를 냅니다.

차가 빨리 달리는 도로에서도 누군가는 치워야 하는 것, 바로 이 쓰레기입니다.

페트병부터 담뱃갑 그리고 종이상자까지 크고 작은 쓰레기들이 있는 자유로의 48시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도로에는 작은 생활 쓰레기부터 화물차에서 떨어진 깔판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전상용/자유로 청소노동자 : 화물차들이 싣고 가다가 잘 붙어있질 않으니까 떨어지면 이게 다 못이고 (밟아서 바퀴) 구멍 나면 옆 차도…]

[이치훈/자유로 청소노동자 : 음식물 쓰레기. 집에서 먹었든지 차에서 먹었든지 귀찮으니까 그냥 자유로에다 던지고 가는 거죠.]

도로 옆에 타이어가 버려져 있습니다.

바로 수거하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데요.

이렇게 들어올려보면 제 허리까지 오는 꽤 큰 타이어입니다.

오늘(17일) 저희가 수거한 타이어만 벌써 4개째입니다.

[김환필/자유로 청소노동자 : 무단투기죠. 이거 타이어 파손 한 걸 여기다 던진 거예요. 여기서 차 수리를 하고 다 밖에다가.]

3차선 도로 한복판으로 달려가는 청소노동자들, 도로 중앙에 떨어져 있던 스티로폼을 줍습니다.

[김환필/자유로 청소노동자 : 스티로폼이 도로에 날리고 있어서. 2차 사고 예방하기 위해서…]

도로 위 작업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건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들입니다.

워낙 사고가 잦다 보니 뒤에 있는 노면 청소 차량을 두 달 전부터 배치해서 차들을 막아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차도 완전한 안전장치는 못 됩니다.

일주일 전엔 자유로를 달리던 SUV차량이 노면 청소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2015년엔 작업 중이던 청소노동자 2명이 도로 한복판에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윤경석/자유로 청소노동자 : 아침에 기도를 하고 나와야 돼요. '제발 오늘은 살아서 돌아가자.']

온종일 뜨거운 태양을 견디며 일하는 이들에겐 도로 옆 보도 블럭이 유일한 쉼터입니다.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안전관리 매뉴얼도 없습니다.

[윤경석/자유로 청소노동자 : 우리는 쓰레기도 주워야하죠, 사고 나면 사고 잔해도 치워야하죠, 민원처리도 해야 되죠. 저희의 정체성이 아직 없어요.]

고양시는 곧 안전 관리 매뉴얼을 배포할 것이라며 7월 중으론 작업보호차량을 새롭게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때까지 또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하루만 손길이 닿지 않아도 자유로는 온갖 뒤덮여 위험천만한 모습입니다.

맨몸으로 이곳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들. 더 늦기 전에 이들이 안전을 위할 권리도 지켜져야 하지 않을까요.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영진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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