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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노미] 콜라부터 소주까지 '제로' 열풍...알고 보니 "건강하지도 가볍지도 않다?"

입력 2023-05-17 11:09 수정 2023-05-17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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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면 뺄수록 인기입니다. '제로' 음료 열풍 말입니다. 탄산음료의 대표 주자 콜라와 사이다부터 이온음료, 술까지. 식품 회사들이 앞다투어 설탕을 뺀 무설탕 음료를 내놓고 있습니다.

무설탕 콜라 '코카 콜라 제로'와 '펩시 콜라 제로 슈거'

무설탕 콜라 '코카 콜라 제로'와 '펩시 콜라 제로 슈거'

시장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지난 9월 선보인 무설탕 소주 '새로'는 출시 7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습니다. 하이트 진로 역시 올해 1월 진로 소주를 제로 슈거로 새로이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년 전보다 4.5배 성장한 9507억원에 달하는데 올해 1조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설탕을 뺀 음료가 어떻게 단맛을 내는지, 설탕이 빠졌다는 이유로 건강한 음료라고 봐도 되는지 핫코노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설탕 빠진 자리에 '인공 감미료'

제로 음료에서 설탕을 대신하는 것은 '인공감미료'입니다. 감미료는 식품에 단맛을 부여하는 첨가물인데 국내에선 1962년 사카린나트륨과 D-소비톨이 식품에 사용 가능한 감미료로 승인된 후 현재까지 22종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식약처 승인 인공감미료 22종

식약처 승인 인공감미료 22종

최근 나오는 제로 탄산음료에 주로 사용되는 감미료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 등입니다. 롯데칠성음료의 '사이다 제로'에는 수크랄로스와 아세설팜칼륨이 '펩시콜라 제로 슈거'에는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에 더해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 '사이다제로' 원재료명

롯데칠성음료 '사이다제로' 원재료명

인공감미료는 우리 혀에서 맛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미각 수용체와 잘 결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보다 적은 양으로도 강한 단맛을 낼 수 있습니다. 수크랄로스는 설탕의 600배, 아세설팜칼륨은 200배에 달하는 단맛을 낼 정돕니다.

워낙 강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가끔 쓴맛을 느끼는 수용체에 달라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익숙한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사카린을 먹고서는 '쓴맛이 난다'고 예민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는 겁니다.

◇ '제로'면 건강할까?

식약처는 승인된 감미료를 1일 섭취 허용량 이내로만 먹으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안내합니다. 허용량은 체중 1kg당 수크랄로스 15mg, 아세설팜칼륨 15mg, 아스파탐 40mg, 사카린나트륨 5mg입니다. 2019년 식약처에 따르면 국민들은 섭취허용량 대비 평균적으로 1%에도 미치지 않는 적은 양을 먹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인공감미료를 먹기 시작한 세월이 짧아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공감미료가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고 오히려 질병을 유발한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국제보건기구(WHO)는 과학 문헌을 검토한 결과 "천연 당분을 인공감미료로 대체하는 게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인공감미료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2형 당뇨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고 조기 사망의 위험도 증가시킨다"며 당뇨 환자에게 몸무게를 줄이거나 질병의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사용하지 말라고 잠정 권고했습니다.

해태제과 '쿼카 젤리' 원재료명

해태제과 '쿼카 젤리' 원재료명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이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을 먹고 이상 증상을 호소한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해 9월 해태제과가 만든 '쿼카 젤리'를 먹고 복통과 설사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랐습니다. '무설탕 젤리'라고 홍보한 젤리에는 인공감미료의 일종인 '말티톨 시럽'과 'D-소비톨', 'D-소비톨액'이 사용됐습니다.

소화 불량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늘자 해태제과는 젤리를 전량 회수했습니다. 해태제과는 "대체 감미료인 당알코올을 흡수하지 못하는 체질을 가진 일부 소비자가 불편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젤리의 경우 한 봉지를 다 먹는 경우가 많아 더 심하게 증상이 나타났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제로'라 해도 '0 칼로리'는 아니다

'설탕 제로'를 표방하는 음료에 대한 가장 큰 착각은 열량이 없는 '0 칼로리(kcal)'로 여겨진다는 점입니다. '제로 칼로리'라고 해서 칼로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인공 감미료 대부분은 열량이 없지만, 1g당 4kcal의 열량을 내는 아스파탐과 같이 일부 감미료는 열량이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적은 열량은 '제로'라고 표기해도 무방합니다. 식품위생법상 음료수는 100ml당 4kcal 미만이면 '무(無)열량'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극히 미미한 칼로리기 때문에 0kal로 표기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겁니다.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제로' 영양 성분

롯데칠성음료 '밀키스 제로' 영양 성분

롯데칠성음료가 만든 '밀키스 제로' 한 캔(250ml)도 8kal지만 '제로'라고 표기하고 있고, 이온음료 '2% 부족할 때 아쿠아 제로'역시 500ml에 10kcal라는 적은 열량으로 무칼로리 음료라고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인공감미료도 건강하게 당분을 섭취하는 해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의 건강 상황을 잘 살피고 '무설탕'과 '제로'라는 말에 속지 말고 영양 성분표에 기재된 내용을 잘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당분 섭취를 위한 프란체스코 브라카 WHO 영양·식품 안전 국장의 말을 옮깁니다.

"인공감미료 대신 당 섭취를 줄일 다른 방식이나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식단의 단맛을 줄여야 한다."

●핫코노미는?
최근 핫한 기업 이슈를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때로는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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