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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가 5천원?…기업은 재고 기부하고 소비자는 환경 보호하고

입력 2023-05-16 15:54 수정 2023-05-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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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화 5000원·티셔츠 7000원·미백크림 9000원.

서울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안, 한 가게에서 파는 물건과 가격입니다.

의류 회사가 기부한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의류 회사가 기부한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서울 지하철역을 지나다니다 보면 종종 볼 수 있는 기빙플러스라는 가게입니다.

이곳에선 기업에서 기부한 물건을 팝니다. 재고나 이월상품을 기부하면 그걸 싼 가격에 판매하는 거죠.

미처 팔리지 않아 매립되거나 소각될 재고를 최소화해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입니다.

판매 수익은 매장 운영과, 장애인·시니어 등 취약계층 직원 채용에 쓰이고 있습니다.

정가에서 60~90% 할인…“브랜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


지난 15일 당산역에 있는 매장을 가봤습니다. 의류·신발·잡화부터 화장품·건강기능식품·전자제품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유명 패션 기업에서 기부한 물건도 있어 소위 '유명 브랜드' 상품들도 있습니다.

의류 회사가 기부한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의류 회사가 기부한 브랜드 의류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이지현 기자〉


가격은 정가에서 60~90% 정도 할인된 수준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송정숙(61) 씨는 일주일에 1~2번 이곳을 찾는다고 했습니다. 송 씨는 “물건이 너무 저렴하고 잘 고르면 쓸만한 것들이 꽤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업이 재고를 기부하다 보니 유통기한이 많이 남지 않은 제품도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안영선 당산역점 매니저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제품들의 경우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최대한 판매하려고 한다”며 “그래도 안 되면 원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장의 취지 자체가 폐기되는 물건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되게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치약, 화장품 등의 물건도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치약, 화장품 등의 물건도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지현 기자〉


취약계층 채용·소외계층 필수품 지원 활동도


판매 수익은 매장을 운영하고, 장애인·시니어·다문화가정·경력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 직원을 채용하는 데 쓰입니다. 매장마다 1~2명씩 취약계층을 채용하고 있죠.

지난 4월 기준으로 기빙플러스에는 27명의 취약계층 직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체 현장 직원(101명)의 27% 정도입니다.

또 판매 수익으로 취약계층 지원 키트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독거 노인에게 생활필수품을 담은 키트를 지원하거나, 보호시설에 있는 어린이에게 연령대에 맞는 키트를 지원하는 식입니다.

윤은남 기빙플러스 마케팅팀장은 “판매 수익으로 매장 운영비와 취약계층 고용, 지원 사업을 모두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해 운영하고 있다”며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한 지하철역에 매장을 설치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업체는 2017년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2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7년까지 전국에 100개 매장을 세우고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300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윤 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에 재고를 기부해달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ESG 경영(기업의 사회·환경적 활동까지 고려하여 기업의 성과를 측정하고 경영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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