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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까나리 내 거야"…물범과 어민 '백령도 특산품 쟁탈전'

입력 2023-05-15 20:45 수정 2023-05-1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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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5일) 밀착카메라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 사는 천연기념물 점박이물범을 만나고 왔습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까나리를 잡아먹으러 온다는데, 백령도 특산품인 까나리를 놓고 어민들과도 숨바꼭질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서해 최북단,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섬 백령도입니다.

뿌연 바다 안개 사이로 점박이물범이 보입니다.

바위에 누워 햇볕을 쬐고, 서로 다투다 헤엄도 칩니다.

물밖으로 얼굴만 내밀더니 다시 숨기도 합니다.

[김정우/백령도 까나리잡이배 선장 : 많아요. 바위에 꽉 차요. {소리도 내네요.} 소리 많이 내요. {뭐라고 내는 거예요?} 꽉꽉.]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입니다.

해마다 5월쯤 물범 400마리 정도가 서해 백령도를 찾습니다.

백령도 하늬해변에서 1km쯤 떨어진 바다에 직접 나와봤습니다.

지금 저희 앞에 점박이물범이 나타났습니다.

물범이 백령도를 찾는 이유는 풍부한 먹이 때문입니다.

주로 찬물에서 사는 까나리가 백령도에 몰리자, 물범도 이곳에 자리잡은 겁니다.

어민들이 까나리 그물을 걷어올리자, 물범 가족이 몰려듭니다.

그물을 서성이고 배를 따라 달리다 이내 포기하고 바라만 봅니다.

[이근수/백령도 까나리잡이배 선원 : 머리만 넣었다가 뺐다가.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지금 까나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어민들은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점박이물범 때문입니다.

물범이 그물에 구멍을 내서 까나리가 빠져나가기 일쑤입니다.

[김정우/백령도 까나리잡이배 선장 : 많이 얄밉죠. 까나리를 먹으려고.]

[장세광/백령도 까나리잡이배 선장 : 발톱으로 차서 찢어놓는다고.]

이번엔 바다에 통발을 던져봤습니다.

물범이 통발에 얼굴을 밀어넣고 단숨에 물고기를 낚아챕니다.

옆에 있다 먹이를 놓친 물범은 발길을 돌립니다.

[박정운/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장 : 어민들 입장에서는 물범들이 얄밉기도 하고. 그물을 찢어놓으니까 잡은 물고기도 다 놓치고.]

이곳에선 매일 어민과 물범이 '까나리 쟁탈전'을 벌입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물범을 내쫓지 않고 백령도에 함께 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김복희/인천 옹진군 백령면 : 그냥 자연으로 놔둬야지. 자기들도 살려고 그러는 건데.]

[홍기순/인천 옹진군 백령면 :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

덕분에 백령도는 생태관광지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김복혜/국가지질공원 해설사 : 지금 백령도가 까나리 철이에요. 백령도 어민들과 물범들이 생존하는 아주 중요한 장소죠.]

백령도 바다는 서해의 다른 곳보다 수온이 낮습니다.

까나리도 점박이물범도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어민들은 당장 생계를 고민하면서도 물범과 공존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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