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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관측과 예보 넘어 '행동' 강조한 WMO

입력 2023-05-15 08:00 수정 2023-05-15 16:13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83)

지구의 '몸살', 2022년에 이어 2023년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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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83)

지구의 '몸살', 2022년에 이어 2023년도? (중)

지난주에 이어 세계기상기구(WMO)가 공개한 〈2022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겠습니다. 기후변화는 갑작스러운 날씨의 변화가 더욱 잦아지도록 만듭니다. 이상(異常)은 일상(日常)이 되고,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죠. 지난 2022년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심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우리가 뿜어낸 온실가스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관측과 예보 넘어 '행동' 강조한 WMO
이산화탄소의 대기 농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배에 달했고, 메탄의 농도는 무려 2.6배 수준이었습니다. 아산화질소 또한 24% 증가했습니다. 열을 머금어 지구를 온실처럼 만드는 이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점차 많아짐에 따라, 지구의 기온은 계속 높아졌고요.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5℃2 높았습니다. 015년 이후 8년 연속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1℃ 높은 상태를 이어간 겁니다.

해빙과 빙하는 역대급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해수면의 상승 속도는 전에 본 적 없는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대기의 온도, 바다가 품은 에너지의 양, 해수온의 변화는 우리의 예측 범위를 넘어서는 기상이변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상이변은 엄청난 피해를 불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관측과 예보 넘어 '행동' 강조한 WMO
지난 2022년, 전 세계에서 보고된 극한 기상현상은 465건에 달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폭염이었습니다. 지난해 여름, 유럽에선 혹서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스페인에서만 4,600명이 더위로 숨졌습니다. 독일(4,500명), 영국(2,800명), 프랑스(2,800명), 포르투갈(1,000명)에서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여름철 가뭄도 심각했습니다. '하늘이 선물로 내려준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는 지중해 지역엔 지난해 8월 심각한 가뭄이 찾아왔죠. 라인강과 루아르강, 다뉴브강은 수상 교통이 마비될 만큼 심각한 저수위에 시달렸습니다. 프랑스에선 강의 낮은 수위뿐 아니라 높아진 수온으로 내륙 곳곳에 위치한 원전의 가동을 조절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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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는 이번 보고서에서 단순히 2022년에 있던 기상 현상만을 전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켰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내용을 담아냈습니다. 지난해 공개한 〈2021년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이 '문제 지적'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안 제시'에 나선 겁니다.

WMO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기후위기 적응이었습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폭염, 호우, 홍수, 가뭄, 혹한, 강풍, 폭풍우나 스콜 등 극한 기상현상은 심각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부릅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온실가스 감축이지만, 당장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인 이유입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밀한 예보와 인프라를 갖춰야만 합니다. 바로, 조기경보 시스템입니다. WMO는 “예보나 예측은 그저 앞으로의 기상 상황이 어떨지를 내다보는 것을 넘어, 그 영향이 어떻게 될지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위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정부와 지역사회, 개개인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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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조기경보 시스템에 있어서 지역별, 국가별 차이는 컸습니다. WMO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조기경보 시스템이 없는 환경에서 살아간다”며 “특히, 저개발국이나 군소도서국의 경우, 대부분 이 시스템을 갖추지 못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상현상의 양극화와 대비 시스템의 양극화는 곧 피해 규모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WMO는 5년내에 세계 각국에 조기경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arly Warnings for All)〉입니다. WMO는 지난해 COP27에서 이 프로젝트의 액션 플랜을 공개하고, 2027년 런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WMO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내놓은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담긴 정책만으론 기후변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IPCC의 분석”이라며 “결국, 적응 노력에 있어 개선을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기후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즉각적이고도 대대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세계 각지와 각 부문별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1.5℃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WMO는 이렇게 감축에 있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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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세계기상기구는 에너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1965년 이래로 수력발전의 발전량은 4배 규모로 성장했고, 최근 10여 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한 발전량이 급증했다”며 “풍력과 태양광만으로 전 세계 전력 생산의 12%를 공급함에 따라 2022년 발전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점을 찍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발전부문 배출이 앞으로는 감소세를 그릴 거라는 겁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으로, 또, 앞으로의 에너지전환이 더욱 빨라질 수 있는 이유로는 발전비용의 변화를 꼽았습니다. 2009년에서 2019년 사이, 각종 무탄소 전원 가운데 원자력발전의 발전단가는 MWh당 123달러에서 155달러로 높아진 반면, 태양광은 359달러에서 40달러로, 풍력은 135달러에서 41달러로 급감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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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는 “재생에너지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라며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 이슈에 대해 입장을 낸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시민들의 참여 또한 강조한 겁니다. WMO는 참여의 방법으로 UNEP(유엔환경계획)가 내세운 〈기후위기와의 전쟁에 도움 줄 수 있는 10가지 방법〉을 꼽았습니다.

UNEP가 제안하고, WMO가 다시 강조한 십계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목소리를 내라: 친구와 가족, 동료들에게 탄소 감축을 독려하고,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운동에 참여하라.
2) 정치적 압박을 가하라: 당신이 관심 갖는 환경 이슈를 선정하고, 변화를 촉구할 구체적인 요구 주제를 결정하라. 이를 바탕으로 지역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라.
3) 당신의 교통수단을 바꿔라: 각국 정부가 수송부문 탈탄소를 위한 정책을 내놓는 가운데, 당신이 먼저 변화에 나서라.
4) 당신의 전력 사용량을 줄여라: 사용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전자제품을 끄고, 에너지 효율을 높여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전력 공급자를 무탄소 또는 재생에너지 공급자로 바꿔라.
5) 당신의 식단을 바꿔라: 식물 기반의 식사를 늘린다면 지구뿐 아니라 당신의 몸도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6) 지역에서 구매하고, 지속가능 관련 상품을 구매하라: 식품 등 상품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상품, 제철 식품을 구매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식품 등 상품을 구매하라.
7) 음식물을 버리지 마라: 식품 생산량의 3분의 1이 버려지거나 잃어버리는 것들이다.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에 달한다.
8) 기후에 맞춰 스마트하게 입어라: 패션산업의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 새 옷을 적게 사고, 산 옷은 오래 입어라.
9) 나무를 심어라: 매년 1,200만ha의 숲이 파괴된다. 산림파괴를 막기 위해 개인 또는 단체의 일원으로서 나무 심기에 나서라.
10) 지구친화적 투자에 집중하라: 개인의 저축과 투자를 통해서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탄소집약 산업에 투자하지 않는 투자기관에 투자한다면, 시장에 명확한 탈탄소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쓰지 않는 전자제품의 코드를 뽑고,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해결책 외에도 시민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이처럼 더 많습니다. 국가 정책의 향방을 정하는 정치권과 국가 배출량의 증감을 결정짓는 산업계에도 시민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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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라면, 국회의 역할에 관심 갖고, 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는 것 역시 시민 참여의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린피스는 지난 연말, 시민 45명으로 구성된 〈그린뉴딜 시민행동 3기〉 출범식을 가졌고, 지난 3월, 석 달 동안의 국회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 국회에서 발의된 기후법안의 수는 총 110건에 달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주축이 되는 환경노동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체 발의 법안의 42.7%가 나왔죠.

발의된 법안은 많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 그 법안이 '법이 됐는지' 따져보면,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인 91건의 법안이 계류중으로, 살아남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원안대로 가결된 것은 6건에 그쳤습니다. 시민들은 모니터링 결과 “기후위기는 경제, 안전, 국방, 복지, 노동, 건강 등 우리 일상의 모든 문제와 관련있다”며 “기후 비상 시대에 환노위나 산자위 외에도 다양한 소위에서 큰 활약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며 “기후특위가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역할, 주요 입법 과제의 통과를 위한 정당간, 이해당사자간가교 역할 등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는 11월, 세계 각국이 내세운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전지구적 이행점검에 나섭니다. 목표만 번지르르하게 내세운 것인지, 내실있게 실천한 것인지 조목조목 따져보는 겁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10일 진행될 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앞으로 정부와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있는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내년 총선에서 기후위기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을지. 이는 정부와 기업, 정치권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생각과 말, 행동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관측과 예보 넘어 '행동' 강조한 WMO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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