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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몸에도 막 붙어" 성수동 하루살이 겪어보니

입력 2023-05-13 09:01 수정 2023-05-2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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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몸에도 막 붙어" 성수동 하루살이 겪어보니
12일 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가로등 주변에 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영상=한류경 기자〉

12일 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가로등 주변에 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영상=한류경 기자〉



"하루살이가 말도 못하게 많아요. 유리창에 붙는 것뿐만 아니라 하늘에서 눈 오는 것처럼 날아다녀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빵집 사장)

최근 밤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 하루살이가 떼 지어 나타나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성수동 상권이 발달하면서 가게 조명이 늘어나자 불빛을 좋아하는 하루살이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하루살이의 이름은 '동양하루살이'입니다. 몸 길이는 1~2cm, 날개를 펴면 그 길이가 5cm에 달합니다. 크기도 큰 데다 떼를 지어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 편의점 유리창에 하루살이들이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서울 성수동 편의점 유리창에 하루살이들이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서울 성수동 간판 곳곳에 하루살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서울 성수동 간판 곳곳에 하루살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12일 밤 8시쯤 JTBC 취재진은 하루살이가 출몰한다는 서울 성수동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가로등 주변은 물론, 조명이 켜진 곳곳에 하루살이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가게 간판에도 하루살이가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상인들은 유리문에 붙어있는 하루살이를 하나하나 손으로 떼는가 하면,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루살이 사체를 빗자루로 쓸기도 했습니다.

근처에 커피를 사러 나왔다는 한 주민은 "길을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많다"며 "몸에 달라붙기도 해서 너무 싫다"고 말했습니다.
 
분식집 벽면과 선풍기 날개에 하루살이들이 붙어있다. 〈영상=한류경 기자〉

분식집 벽면과 선풍기 날개에 하루살이들이 붙어있다. 〈영상=한류경 기자〉

 

"야외에서 음식 드시다가 하루살이에 그냥 가버리는 손님도"


근처 상인들은 일찍 문을 닫거나 조명을 어둡게 하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합니다.

성수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 10시 반에 문을 닫는데 하루살이 때문에 일찍 닫는다"면서 "하얀 벽이 까맣게 될 정도로 들러붙어 영업용 청소기로 빨아들이며 청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성수동을 떠나야 하나 싶었다"며 "공황장애가 올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횟집 사장 B씨는 "야외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하고 있는데 벌레 때문에 먹다가 그냥 가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성수동 카페 밖에 하루살이를 퇴치하기 위한 모기향이 피워져 있다. 오른쪽은 실제로 한 카페 탁자에 하루살이가 내려앉은 모습.〈사진=한류경 기자〉

서울 성수동 카페 밖에 하루살이를 퇴치하기 위한 모기향이 피워져 있다. 오른쪽은 실제로 한 카페 탁자에 하루살이가 내려앉은 모습.〈사진=한류경 기자〉

카페를 운영하는 C씨는 "음료를 만들어 놓으면 하루살이가 그 안에 빠져서 음료를 다시 만들기도 한다"며 "유리창 청소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페 밖에 곳곳에 모기향을 피워놨다"고 했습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D씨는 "여기서만 20년을 근무했는데 올해가 가장 심하다"며 "어느 날은 낙엽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처럼 가득 쌓여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불이 켜진 미용실 유리문에 하루살이가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불이 켜진 미용실 유리문에 하루살이가 붙어있다. 〈사진=한류경 기자〉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미용실 근처 가로등 주변에 하루살이가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영상=미용실 직원 D씨 제공〉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미용실 근처 가로등 주변에 하루살이가 떼지어 날아다니고 있다. 〈영상=미용실 직원 D씨 제공〉

혐오스러운 모습에 관련 민원 잇따라…해충은 아냐


성동구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깨끗한 물인 2급수 이상 하천과 계곡 등에 서식합니다. 주로 5~6월쯤 서울 강동구·광진구·송파구·성동구·강남구, 경기 남양주시·하남시 등에서 관측됩니다. 수명은 4~5일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사람을 물거나 감염병을 옮기는 해충은 아니지만, 혐오스러운 모습에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성동구 보건소에는 최근 나흘간 70건에 달하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보건소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 "하루살이들이 불빛을 보고 집중적으로 모여들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혐오스러워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68건 접수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유충이 서식하는 한강 상류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수중 방역에 한계가 있다"며 "밤에는 한강 변에 해충퇴치기를 가동하고 있고, 방역 순찰을 하고 있다. 또 낮에는 풀숲에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성동구 하루살이 대처 요령 안내문. 〈사진=성동구청 페이스북 캡처〉

서울 성동구 하루살이 대처 요령 안내문. 〈사진=성동구청 페이스북 캡처〉

하루살이, 이렇게 대처하세요!


성동구청은 SNS 등을 통해 하루살이 대처 요령을 소개했습니다.

성동구에 따르면 동양하루살이는 밝은 불빛을 좋아해 가정집이나 영업장에서는 밤 8시 이후 조명의 밝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면 노란색 계통의 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또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모기장이나 방충망을 설치하고, 창문이나 벽에 붙어 있을 땐 분무기나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면 쉽게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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