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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아파트 못 들어가 도로가에"…수원서 또 터진 '택배대란'

입력 2023-05-11 14:10 수정 2023-05-22 11:05

아파트 "입주민 보행 안전 위해 지하주차장 배송" 입장
택배기사들 "차량 높이 제각각…특정 시간 지상 허용 등 협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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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민 보행 안전 위해 지하주차장 배송" 입장
택배기사들 "차량 높이 제각각…특정 시간 지상 허용 등 협의해야"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차량 높이가 지하주차장(입구 높이 2.5m) 기준에 맞지 않아요. 그래서 정문에 두고 갈 수 밖에 없어요"(50대 택배기사 A씨)


도로와 붙어 있는 아파트 정문 보도블럭에 상자가 보입니다. 각 가정에 배달되지 못한 택배 상자들입니다.
 

오늘(11일) 오전 11시쯤 경기 수원시 팔달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에서 JTBC 취재진과 만난 A씨는 차량에서 내린 택배를 정문 경비실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해당 아파트가 이달 1일부터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을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측은 입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측의 결정에 택배기사들은 지하주차장 구조상 출입 불가한 차량이 많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아파트 측과 택배기사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많은 수량의 택배가 아파트 정문 앞에 쌓이게 됐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1명이 택배들을 살피고 있었지만 배달과 수령을 모두 관리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택배를 수령하러 온 한 입주민은 여러개를 한꺼번에 가지고 이동 시킬 수 없었는지 택배를 뜯어 한 상자에 모으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 "특정 시간대 지상 배송 요청도 거절…택배 분실되면 책임은 우리에게"

A씨는 "택배가 분실되면 우리가 물어줘야 한다. 참 난감한 상황"이라며 "이곳만 배송을 하는 게 아닌데 비싼 돈을 들여 차량을 이 아파트 기준에 맞출 수 없는 노릇"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A씨는 "지상 운행을 금지했던 인근 다른 아파트들은 협의를 통해 특정 시간대 지상 배송이 가능 하도록 바뀌었다"며 "아이들 하교 전 시간 등에 지상 배송이 가능하도록 지역 택배 연합회에서 요청을 했지만 거절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지하주차장에서는 수월하게 배송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지하주차장 바닥에는 택배차량 동선이 그러져 있었는데 해당 동선에서만 정차해 배송을 할 수 있었습니다.

40대 택배기사 B씨는 "차량 높이가 2.4m로 간신히 맞아 들어왔다"면서도 "천장에 폐쇄회로(CC)TV 등 설치물로 인해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동선을 따라서만 배송해야 한다. 그래서 멀리 주차를 해두고 수레를 이용해 배송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처럼 동선을 따라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지하주차장.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처럼 동선을 따라 배송을 하고 있다. 〈사진=이세현 기자〉

앞서 국토교통부는 2018년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높이를 기존 2.3m에서 2.7m로 높이는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개정 전에 건설 허가 등을 받아 관련 법률을 적용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씨는 "긴급차량만 지상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고가의 전자제품, 가구 등 배송차량은 지상으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고령 일부 입주민 불편 알지만…지상 출입 허용 어려워"

일부 입주민들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80대 입주민 C씨는 "대량으로 주문해둔 생수가 곧 떨어져서 다시 구입해야 하는데 걱정이다"며 "정문 앞까지만 배송을 하면 어떻게 집으로 가져올 수 있겠나. 적절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파트 측은 입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결정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아파트 측은 "지상 배송을 하면서 사고 위험이 몇 번 발생한 적이 있다. 이후 입주민 회의를 통해 (차량의 지상 운행 불가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영상=이세현 기자〉

11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 앞. 아파트 측이 택배차량의 지상 운행을 전면 중단했고 지하주차장으로 배송이 불가능한 택배차량들은 이같이 배송을 하고 있다. 〈영상=이세현 기자〉

또 "입주민들이 추가 비용을 내 택배 차량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하주차장 일부 구간 높이를 2.3m에서 2.5m로 높였다. 할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고 덧붙였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고령의 입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따로 방안을 마련해둔 게 없긴 하다"며 "입주민 20명 이상이 모여 관련 안건을 다시 상정하면 재논의가 이뤄질 수는 있다. 다만 지상 운행을 원하지 않는 입주민들도 많아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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