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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이수정 "n번방 가해자들, 우울증 갤러리로 옮겨와 괴롭힘"

입력 2023-05-11 11:10 수정 2023-05-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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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성착취 가해자들, 우울증 갤러리로 옮겨와 '극단선택' 종용 괴롭힘
▷ "우울증 갤러리 단속 폐쇄 땐 이동하면 그만"…포식자들 먹잇감 찾아 이동할 거란 얘기 많아
▷ "온라인상 익명의 호의와 제안은 모든 게 위험...접촉 자체 피해야"
▷ "성범죄 피해자 매년 수천 명, 온라인 떠돌며 우울 호소하고 약물 노출 실태 파악해야"
▷ "사생활 노출되고 범죄 피해 경험 있는 취약자 패턴 맞춤형 상담 기관ㆍ사이트 절실"
▷ "포털, 문제 영상 삭제 알고리즘 서비스로 유해 정보 클리닝 투자해야"
▷ "n번방 터졌을 때 노력만큼 당장 임시방편부터 입법까지 모든 대책 동원"

인터뷰 전문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이수정 교수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일시 - 2023.5.10

'우울증 갤러리'를 왜 '제2의 n번방'으로 규정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는 취약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고자 모인 공간인데 막상 전문적인 도움은 제공하지 않은 채 일종의 취약한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가해자들, 잠재적 가해자들이 다 로그인을 할 수 있게 공개된 게시판이다 보니 피해자 가해자가 무차별적으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이런 차원에서 보면 n번방이 결국 핵심이 여러 명의 가해자가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를 했지만 지금 우울증 갤러리에서는 자살을 종용하는 그런 형태로 지금 괴롭힘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n번방 가해자들이 우울증 갤러리로 이동했다고 보나요
"괴롭히는 행위에 가담하고 싶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n번방을 찾았지만 문제는 단속이 심해지고 처벌 수위도 높아지니까 어떤 누구를 괴롭히면서 조롱하고 이런 데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지금 우울한 피해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찾아 들어와 또 다른 피해를 유발하는 그런 상황으로 범죄가 진행되는데 과거 (n번방)보다 훨씬 더 심각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어 보여요."

(어디에서 우울증 갤러리로 옮겨온?)
"이 사람들(가해자)이 처음 이런 행위를 하는 것 같지 않고 어디선가 이쪽으로 이동한 것 같은 이런 어떤 표시를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만약 우리(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하고 단속하면 다른 데로 우리는 이동하면 그만이다. 이런 식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에요. 무슨 얘기냐 하면 우리가 어디로부터 이쪽으로 몰려왔는데 여기서도 차단당하면 어디 다른 데로 우리는 또 먹잇감을 찾아서 이동할 것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우울증 갤러리' 폐쇄가 정답이 아니라는 건가요
"폐쇄해도 결국은 이런 니즈를 결국 다른 데 가서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국내 사이트만큼은 이제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식의 아주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이런 양상이 예컨대 n번방의 주범은 엄벌되지만 그러한 영상을 소비했던 유저들은 그대로 살아 있잖아요. 온라인상에 네 그런 유저들이 지금 이런 식의 양상에까지 손을 뻗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남들을 조롱하고 혐오하면서 재미를 느끼는 이런 유저들이 계속 양산이 될 수가 있다는 거예요."

포털 책임론…왜?
"포털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포털이 광고를 통해가지고 막대한 수익을 얻는 거잖아요. 그러면 수익에 대하여 결국 유저들을 안전하게 지킬 책무도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이익만 취하고 만약에 유저들이 이렇게 자살도 폭력도 당하고 그런 것들을 뻔히 알면서도 내버려 두면 결국에 가서는 포털도 책임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죠. (문제의) 영상 삭제를 해 주는 다양한 AI를 이용하는 알고리즘을 포털에서도 돈을 들여서라도 자기 업체의 서비스를 클리닝할 수 있는 그런 투자는 해야 되는 거 아니냐는 거예요."

어린 피해자들이 갤러리에서 각별히 조심해야하는 부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접근하는 세력들의 이런 호의는 조심해야 한다, 뭐가 있을까요?)
"사이버 공간 속에서 그 사람들이 제안하는 모든 게 위험한 거예요. 처음부터 성착취 영상을 찍겠다, 자살을 시키겠다 이렇게 안 들어와요 일종의 그루밍 단계가 있고요. 특히 미성년자 또는 취약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런 친구들을 상담을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 호의를 가지고 신뢰관계를 온라인상에서 형성한 다음에 가해 행위들을 하기 때문에 사실은 미성년자들은 일단은 모르는 사람들을 온라인으로 접촉을 할 때 그것 자체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요. 그리고 소위 랜덤 채팅으로 접촉하는 상대방이 꼭 나와 같은 또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요.“

'극단적 선택' 관련한 영상도 본격적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보나요
"본격화는 아닐지 모르지만 게시 글에 그런 '지금 자살 영상 사실 분' 이렇게 올라왔다는 거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그냥 내버려 두면 정말 심각한 특히 판단 능력이 아직은 미성숙한 친구들 또는 10대보다 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니 정부 관련 기관에서는 좀 철저히 분석을 해야 될 필요가 있다..."

유해 사이트와 약물(마약)과의 상관성을 우려하는 배경은
"n번방처럼 불법 촬영죄 유포죄로 처벌받는 숫자가 지금 수천 명입니다. 그러면 가해자는 수천 명이 사건화돼서 처벌을 받는다 치면 피해자가 매년 수천 명씩 발생한다고 치면 그 피해자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결국은 피해가 회복되지 않은 채 온라인을 떠돌아다니면서 우울 또는 조울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계속 받고 싶어 할 거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일시적으로는 범죄 피해자로 어느 정도 지원을 받을지 모르지만 그건 한정적이고 (일부는) 자살을 고민하면 약물 처방을 한단 말이에요."

피해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지원책은
"이분들은 소위 말하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누가 내 얘기를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이걸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그런 서비스는 지금 대한민국에 이게 합법화가 돼 있지 않아요. 누가 상담을 해야 되는지도 불분명하고요. 이들은 정부기관에서 운영하는 공식적인 전화나 사이트는 들어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예요. 이미 온라인으로 굉장히 많은 사생활이 노출됐고 범죄 피해도 당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패턴에 맞춘 서비스 예컨대 우울증 갤러리에 누군가 상담하는 사람이 공인된 사람이 뛰어들어서 그 안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인터넷 커뮤니티의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없는가 (문제를 유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정 작용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인가요?)
"자정 작용을 하려면 포털의 책임을 물으면 되는 거죠. 사회마다 그 사회에 위협이 되는 범죄들은 다르잖아요. EU는 테러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알려져 테러 예고를 하는 테러 정보를 올리는 그런 포털에 대해서 상당한 책임을 (묻고요), 글도 삭제하라고 계속 경고를 하고 삭제를 하지 않으면 신고를 하게 되는 것이죠."

유해 사이트 차단과 폐쇄…풍선 효과 우려 없나 (뚜렷한 대책 대안 마련 없이 차단하고 폐쇄만 하면 더 숨어들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게 되겠죠. 그런데 지금처럼 그냥 내버려 두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면 뭐라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요."

현 시점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지금 일단은 어떻게든 차단하는 걸 쉽게 해야 되는 거죠. 자살 정보나 이런 게시판 모니터링만 하고 그 다음에 법적인 조치를 할 수 없어요. 일단은 긴급하게라도 국회에서 입법을 해야 되고 포털에 좀 더 자정의 노력을 의무화할 수 있게 책임을 묻는 방법 이런 것도 한 가지 있을 수 있고요. 우리가 경험이 있잖아요. n번방이 터졌을 때 굉장히 많은 입법과 개정을 했잖아요. 의제강간 연령까지 높인 걸로 법 개정까지 했던 전례를 생각한다면 이번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어쨌든 표면 아래로 밀어 넣을 수 있다, (이것이) 대책이 되느냐 물으시면 불충분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최소한 임시방편은 해야 되는 게 아닐까요. 계속 10대 자살 사고가 이렇게 일어나는 건 정상은 아니잖아요."



[담박인터뷰] 이수정 "n번방 가해자들, 우울증 갤러리로 옮겨와 괴롭힘"
※[걸어서인터뷰ON]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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