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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이런 어버이날 처음" 대목인데도 울상인 꽃집들

입력 2023-05-08 17:06 수정 2023-05-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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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버이날은 처음이에요. 5월이 대목이라 항상 단기 아르바이트생 구해서 바쁘게 일했는데, 올해는 솔직히 혼자 했어도 될 뻔했어요. (매출이) 작년의 거의 반토막이에요.” (김모 씨·서울 마포구에서 꽃집 운영)

꽃집은 5월이 대목입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있어 꽃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입니다. 일 년 중 가장 바쁜 달이죠.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10년 넘게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5월이 그래도 일 년 중 가장 바쁜 건 맞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대목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 한 꽃집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이지현 기자〉어버이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 한 꽃집에 진열된 카네이션 〈사진=이지현 기자〉

■ 6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반토막' 카네이션 거래량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번 달(5월) 1~7일까지 서울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경매로 거래된 카네이션 물량은 6만 1346단이었습니다.

6년 전인 지난 2017년 같은 기간(5월 1~7일) 카네이션 거래량은 12만 6797단이었습니다. 이후 거래량은 매년 꾸준히 줄었습니다. 올해는 2017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7만 2607단)과 비교해도 올해 카네이션 경매거래 물량이 15%가량 줄어들었습니다.


■ “코로나19 이후로 회복 안 돼”

서울 서대문구에서 꽃집을 20년 넘게 운영해온 박모 씨(61)는 “오랫동안 꽃집을 했지만 꽃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건 맞다”며 “특히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회복이 잘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지난해 거리두기가 조금 풀리고 나서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올해는 어린이날부터 주말 연휴가 끼고 날씨도 안 좋아서 그런지 꽃을 찾는 사람이 더 줄어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즘은 마트에서도 카네이션을 저렴하게 팔지 않느냐”며 “가격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다 보니 꽃은 저렴하게 사고 다른 선물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심지어 배달 앱에서도 대형 프랜차이즈 꽃집과 연계해 꽃 배달을 해주니 개인 사업자들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꽃시장을 찾은 시민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꽃시장을 찾은 시민이 카네이션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카네이션 3송이에 최고 2만 원?…너무 비싸”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어버이날 꽃을 사러 나온 직장인 김성아(30) 씨는 “카네이션 3송이에 2만원을 받는 가게까지 봤다”며 “아무리 어버이날이라고 해도 너무 비싼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꽃집마다 가격 차이가 커서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그나마 저렴한 곳에서 카네이션을 샀다”고 했습니다.

점점 비싸지는 꽃 가격에 가파른 물가 상승세도 꽃 수요를 꺾는 데 한 몫한 겁니다. 같은 값이면 더 실용적인 선물을 하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꽃은 아무래도 사치품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요즘엔 경제가 어렵고 물가도 많이 올라 대부분 중산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그러니 꽃보다는 실용적인 선물을 하게 되고 점점 꽃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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