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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패널 솎아내기 나선 국민의힘…당내외 비판 직면

입력 2023-05-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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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이 좌파 패널 솎아내기에 나섰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좌파 성향 패널들을 섭외해서 야당 편향적인 방송을 일삼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성과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만 보도한다는 겁니다. 당 안팎에서는 여당의 방침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는데요.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성중/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어제) : 공정한 방송은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좌파패널들에게 점령당한 KBS, MBC, YTN 라디오 더 이상 두고 볼 순 없다, 이런 내용입니다. 국민들이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면 온종일 나오는 좌편향 라디오에 몸서리를 친다는 민원인들이 많습니다.]

국민의힘, 본격적인 좌파 패널 소탕 작전에 나선 모습입니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는 패널들이 왼쪽으로 기울었다고 맹비난한 건데요. 먼저 판을 깐 건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이었습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주거니받거니하며 방송국의 패널 섭외가 편향적이란 점을 지적했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 1일) : 몇몇 좌파매체들이 KBS1 라디오를 가지고 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지난 1일) : 보도나 시사 부문에서 각종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지면서…]

비판의 근거, 보수 성향의 언론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가 분석한 자료입니다.

[박성중/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어제) : 공정언론국민연대 모니터링을 MBC 제3노조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통령 방미 기간 중에 85%가 좌파패널로 그것도 우리 우파는 아주 회색지대에 있는 부분까지 대략 해서 85% 좌파패널로 채워져 있고…]

보수 단체의 시각에서 패널들의 성향을 좌우로 나눈 셈인데요. 박성중 의원은 좌파 패널들에 대해 민·형사상 고발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럼 대체 국민의힘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요?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지난달 27일) : {공동성명과 워싱턴 선언 질의응답 다 중요한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총평을 좀 해주시죠.} 속 빈 강정입니다.]

[신지영/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지난달 28일) : 질의응답을 보면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굉장히 다르구나, 이게 느껴집니다. {어떤 면에서?} 질문에 대응하는 태도가 굉장히 다르죠. 일단은 핵심을 잘 못 잡는다든지, 그래서 엉뚱한 대답을 한다든지, 이런 게 우리나라 대통령에서는 나오고요. {예, 엉뚱한 대답 하시더라고요.}]

[박성중/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어제) : 대통령이 타국에서 국익을 위해 노력할 때 좌파세력들은 서로 앞다퉈 여론선동을 자행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프로그램이 좌편향된 패널을 앞세워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성과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는 건데요.

국민의힘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건 윤 대통령의 신호탄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어제 만찬을 함께했죠.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 가짜뉴스의 위험성을 어려 차례 언급했는데요.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7일) :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설 (현지시간 지난달 28일) : 허위 선동과 거짓뉴스가 디지털, 모바일과 결합해서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거짓 선동과 가짜뉴스라는 반지성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위기에 빠뜨립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 만찬 자리에서 "미국에서도 '가짜뉴스 때문에 골치 아프다'며 연설에 공감하더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를 뿌리뽑아야 한다는 주문이 내포된 거겠죠. 국민의힘은 바로 이 가짜뉴스의 근원을 좌파 패널에서 찾고 있는 듯합니다.

그럼 어떤 내용이 가짜뉴스고 마타도어일까요? 윤재옥 원내대표도 딱히 답은 내놓지 못했는데요.

[윤재옥 : {'마타도어로 뒤범벅 만들었다' 실제로 그렇게 볼만한 사례가 있습니까?} 어제… 충‥ 충분히… 정책위의장께서 최고위원회에서 설명드린 걸로 알고 있습니다. {패널 구성이 편파적이라는 얘기만 하셨지, 어떤 내용이 가짜뉴스와 마타도어를 했는지에 대한…} 그거는 이제 과방위에 우리 박성중 의원이 오늘 말씀을 드렸고. {박성중 의원이 패널들에 대해서 민·형사 고발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거는 좀 과도한 대응이 아니냐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사안에 따라서… 어… 그… 고발해야 될 것인지를 한번 판단할까 싶네요. {법적 대응으로 남발하는 것은 조금 부적절한 게 아닌가 싶어서} 그게, 그러니까! 남발을 하는 게 아니고 사안을, 경중을 가려서 하겠다고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사실 좌우 패널을 구분하는 기준도 모호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요. 박성중 의원은 대중적으로 우파 패널로 알려진 이들에게도 물음표를 달았죠.

[박성중/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어제) : 우리 쪽이라고 붙어있지만 장성철, 이언주 붙어있습니다. 과연 보수를 대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언주 전 의원,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데요.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한때 국민의힘에 몸 담았던 바 있습니다. 이들도 보수 패널로 보기 힘든 이유, 아마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종종 하기 때문일까요?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 지난해 12월 19일) : 국민의힘이 이제 망조가 들린 거죠. 저는 망해가고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당대표 등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우리끼리 뽑겠어'라고 자꾸 울타리를 치고 외연을 축소하잖아요.]

장 소장은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찍혔던 바도 있죠.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공개 저격에 가까운 발언을 내놨는데요.

[정진석/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12월 22일) : 대통령을 비아냥거리고 집권여당을 시도 때도 없이 공격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대변하는 패널입니까. 그들은 보수패널이 아니고, 자칭 보수패널인지는 몰라도 제가 보기엔 보수 참칭 패널입니다. 문제의 보수패널들은 우리 당의 당론이나 입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습니다.]

[장성철/공론센터 소장 (MBC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 지난해 12월 22일) : 장성철 '보수패널 호소인' 이렇게 소개시켜주세요. 심경은 좋지가 않죠. 제가 몸담았고 일을 했던 곳으로부터 그러한 평가와 또 비난을 받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당헌·당규 100% 룰을 고쳐서 당대표를 뽑겠다라는 것에 대해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에 대해서 제가 비판과 비난을 많이 한 것에 대해서 그분의 심기를 건든 것이 아닌가…]

진정한 보수 패널이라면 정부·여당을 무조건 옹호해야 하는 건가 봅니다. 보수 패널의 표본, 정 전 비대위원장이 몸소 나서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정진석/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3월 20일) : {'영업사원이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다' 이런 이야기 나왔습니다.} 삼전도의 굴욕서부터 친일파, 매국노 다 나오지 않습니까? 우리 민주당도 국익을 배가하고 확보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차분하게 좀 보자. 차분하게. 그렇게 감정적으로 반일 선동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원래 말씀을 굉장히 경청하시는 편인데 오늘은 질문을 안 들으시고 계속 말씀을 하셔가지고…} 아, 그랬어요? {평소하고 달라서 제가 당황스러워요~}]

[김현정/진행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3월 20일) : 아니, 정진석 의원님이 원래 말씀을 잘 듣잖아요. 오늘은 왜 이렇게 질문을 못하게 하시죠.]

[현근택/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3월 20일) : 제가 보기에는 아마 이제 곤란한 질문을 할까 봐 그 질문을 막기 위해서 자기 얘기를 계속 한 게 아닌가. {제 질문지를 사전에 보셨나?} 대충 이제 그건 알 수 있기 때문에…]

보수 패널의 품귀 현상, 이준석 전 대표는 "보수 패널들이 도망다니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주제가 대통령이거나 영부인이면 긴급 펑크 내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지적했는데요. "무엇보다 공천 하나만 바라보고 마이크 앞에 서기 때문에 굴종의 궤변을 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죠. 좌우 패널 모두 양당 가리지 않고 비판할 부분이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는 바람이 엿보이는데요. 비판이 곧 가짜뉴스라고 한다면 패널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다른 진영에 대한 공격 밖에 남지 않을 텐데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과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김기현/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1년 8월 26일) : (언론중재법은) 언론보도의 초기 단계에서 권력자가 가짜뉴스라고 판정해서 언론보도를 차단·삭제시키고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하여서 추가 보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권력 비리 보도에 아예 손도 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시커먼 흉계가 너무나 뻔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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