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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늘 하던 세리머니 없었다...손흥민 골, 숨겨진 '분노의 힘'

입력 2023-04-28 11:43 수정 2023-06-0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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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어떤 힘의 근원일 때가 있습니다. 손흥민도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골을 넣고서 그 분노가 나와 팀을 이끌었다고.

손흥민이 골을 넣고 벤치로 뛰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죠. 이번엔 메이슨 감독대행을 끌어안았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이 골을 넣고 벤치로 뛰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죠. 이번엔 메이슨 감독대행을 끌어안았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후반 34분이죠. 손흥민의 골이 터졌습니다. 0대2로 몰렸던 승부를 2대2로 바꿔놓은 장면이었습니다. 케인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 모서리에서 반대편으로 낮게 감아 차준 공을 달려들던 손흥민이 오른발로 밀어 넣었습니다.
케인이 만들어준 골이라 할 수 있지만 그리 쉬운 득점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달려들면서 몸을 비틀어 골문 반대쪽 방향으로 공을 차넣었으니까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골키퍼 데 헤아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손흥민의 골은 0대2 패배로 몰렸던 토트넘을 구했습니다. 결국 승부는 2대2로 끝났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의 골은 0대2 패배로 몰렸던 토트넘을 구했습니다. 결국 승부는 2대2로 끝났습니다. (사진=EPA연합뉴스)

손흥민은 늘 하던 세리머니를 접었습니다. 패스를 넣어준 케인에게 가볍게 손을 마주치고는 벤치로 향했습니다. 메이슨 감독대행과 얼싸안고 벤치의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습니다. 여느 때 골 넣고서 하던 리액션과는 조금 달랐죠.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한 토트넘 상황을 헤아린 듯 보였습니다.

손흥민은 골 세리머니를 자제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은 골 세리머니를 자제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은 전반전에만 맨유에 두 골을 얻어맞으며 내내 침울했으니까요. 또 패하는 줄 았았습니다. 전반전 끝나고 라커룸 풍경이 어땠을까요. 무거운 침묵이 흘렀겠죠. 손흥민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두 골을 내주고 뒤지고 있는 상황에 화가 났다. 우리는 홈에서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고, 모든 것을 꺼내놓고 싶었다”고 그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손흥민은 공중볼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손흥민은 공중볼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사진=AFP연합뉴스)

닷새 전이죠. 토트넘은 23일 뉴캐슬에 1대6으로 참패를 당한 뒤 충격에 젖었습니다. 손흥민을 비롯한 선수들은 원정 경기를 응원 온 팬들에게 사과하며 입장권을 직접 환불해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선수들이 팬들을 달래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건 정말 이례적이죠. 뭔가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맨유전은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골을 넣고 토트넘을 독려하는 손흥민. (사진=AP연합뉴스)

골을 넣고 토트넘을 독려하는 손흥민. (사진=AP연합뉴스)

골 하나가 그 이상의 가치로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맨유전 손흥민의 동점 골도 그러지 않았을까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9골째를 채우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한발 다가섰다는 기록적 의미를 내세우지만 손흥민에게 맨유전 골은 올 시즌 가장 무거운 의미를 지닌 것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메이슨 감독 대행은 “정신의 힘이 만든 골”이라 칭찬했습니다.
 골의 순간입니다. 손흥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달려나오는 데 헤아의 반대편을 향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골의 순간입니다. 손흥민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달려나오는 데 헤아의 반대편을 향했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언론 '가디언'은 '갖가지 역경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혼란스런 토트넘에 반짝이는 희망을 선사한다'고 썼습니다. 이어 '손흥민이 슬플 때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몇 주 동안 손흥민은 토트넘과 한국 대표팀 경기에 9번 나서 6골을 넣을 정도로 좋아졌으며 아마도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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