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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보기] "연애? 돈 드니 화상으로" 절약법 공유 '거지방' 청년들

입력 2023-04-22 09:10 수정 2023-04-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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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거지방'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 캡처. 〈사진=JTBC 방송화면, 장연제 기자〉실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거지방' 카카오톡 오픈채팅 대화 캡처. 〈사진=JTBC 방송화면, 장연제 기자〉
"헬스장은 사치, '산스장(산에 있는 운동시설을 유머러스하게 일컫는 말)' 이용하세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를 외치던 청년들이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지갑을 닫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2030 청년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거지방'에 들어가는 것이 인기입니다.

'거지방'은 소비 지출을 공유하며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입니다.

인기를 반영하듯 카카오톡 오픈채팅에는 소위 '거지방'이 수백 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실제 거지방 대화 모습 캡처.실제 거지방 대화 모습 캡처.
■ '거지방' 직접 들어가 보니…현실적인 고민 나누며 공감대 형성

기자도 이 중 한 '거지방'에 들어가 봤습니다. 참여 인원은 500명이 넘었습니다.

우선 입장하면 닉네임을 설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쓴 돈 액수를 닉네임 옆에 적어 모든 대화 참여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방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주로 참여자끼리 소비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이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한 참여자가 '헬스장에 등록해도 되나요'라고 올리자 여러 사람이 '사치'라며 말립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산스장(산에 있는 운동시설을 헬스장에 비유해 일컫는 말) 이미 소개해 드렸습니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 쓰세요' '유튜브 보고 하세요' 등 돈을 쓰지 않고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합니다.

 
이 방 대화 참여자들은 이모티콘도 사치라며 쓰지 않고 직접 그려서 사용하기도 했다.이 방 대화 참여자들은 이모티콘도 사치라며 쓰지 않고 직접 그려서 사용하기도 했다.

이 방 대화 참여자들은 이모티콘도 사치라며 쓰지 않고 직접 그려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대출 금리, 데이트 비용 등 현실적인 고민들도 터놓고 이야기합니다.

 
참여자들은 대출 금리, 데이트 비용 등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참여자들은 대출 금리, 데이트 비용 등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한 참여자가 전세대출 금리가 올라서 힘들다고 올리자 '나도 전세대출 이자만 170만원 내는데 미친 것 같다', '금리 올라도 너무 올랐다' 등 비슷한 경험담이 쏟아집니다.

데이트 비용 부담으로 막막하다는 말에는 '연애는 사이버로만 하세요' '줌(화상회의 프로그램) 데이트 하세요' 등 다소 황당하지만 재치있는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외식비 가격 동향. 〈자료=참가격 홈페이지〉외식비 가격 동향. 〈자료=참가격 홈페이지〉


■ "안 써야 모은다" 지갑 닫는 청년들…절약에 '도전'한다는 인식 강해져

이처럼 청년들이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이유는 코로나19 이후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외식 품목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을 보면, 지난달 자장면·칼국수·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지난해보다 많게는 16.3%까지 뛰었습니다.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천원 학식'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고물가 상황 속 이른바 '짠테크' '무지출 챌린지'는 하나의 콘텐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벌어들이는 족족 최대한 모으고, 최소한만 소비하는 것을 동영상이나 게시글로 남겨 공유하는 겁니다.

절약에 '도전'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도 인기를 끌게 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자료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연합뉴스〉
■ "거지방, 힘든 시기 겪는 청년들의 쉼터"…'거지' 표현은 부적절하단 지적도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거지방은 '짠테크'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고물가로 지갑이 얇아진 젊은이들에게 놀이방이자 쉼터 역할을 한다"며 "서로 연대하고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힘든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해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취지의 놀이문화"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지'라는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거지'가 자칫 가난을 조롱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거지' 대신 '절약'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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