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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방소멸 막자면서 난임 지원은 '불가'…집행 현장 보니 '골프장·분수'

입력 2023-04-18 20:44 수정 2023-04-2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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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방소멸대응기금이란 것이 있습니다. 지방 인구 감소에 대응하자는 기금인데 매년 1조원 규모입니다. 그런데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 돈을 각종 관광사업에 쓰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행정안전부는 정작 이 돈을 난임 시술에는 쓸 수 없도록 했습니다. 인구 감소 막자는 돈 아니었나요?

먼저 하혜빈 기자입니다.

[하혜빈 기자]

전국 지자체가 행안부에 낸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용 계획서입니다.

해안정원 조성, 호텔 캠핑카 사업 등 관광 사업이 눈에 띕니다.

2022년에만 500개가 넘는 계획서 중 문화·관광 분야만 130건에 달합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방 인구 감소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조성된 정부 예산입니다.

그런데 행안부는 상당수가 관광 사업인 계획서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지원금 2년치를 배분했습니다.

지금까지 들어간 돈만 2조원에 달합니다.

이런 가운데 행안부는 최근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난임 시술 지원에 쓰자는 복지부의 제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금성 복지는 사용 지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난임 부부 지원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낸 겁니다.

장작 인구 감소 대응과 직결되는 저출산 예산은 막으면서 본래 목적과 거리가 있는 관광성 사업에만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편성한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종성/국민의힘 의원 : (난임 치료는) 인구 증가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지방소멸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죠. (행안부의) 전형적인 탁상행정식 발상이고.]

[앵커]

저희가 실제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집행되고 있는 현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인구 감소를 막겠다는 기금인데 분수를 만들거나, 골프장을 짓는데 쓰였습니다. 골프장이 없어서 저출산인가요?

채승기 기자입니다.

[채승기 기자]

8차선 도로 옆 화단.

조경작업이 한창입니다.

부산 중구청은 이르면 올해 말 이곳에 분수광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분수광장이 들어서는 예정집니다.

LED분수와 조형물 등을 만드는데 지방소멸 대응기금 10억 원이 쓰입니다.

시민들은 회의적입니다.

[박태규 오주아/부산 부산진구 : 분수를 짓는다고 해도 인구가 유지가 되거나 늘어나거나 하는 건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분수광장은 부산 중구청장의 대표 공약사업.

지방소멸대응 예산을 지자체장의 공약사업에 쓴 건데, 중구청은 사업 신청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부산 중구청 관계자 :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을 주면서 내려오다 보니까 공약 사항을 꼭 하려고 했다기보다…]

골프장 조성도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둔갑됐습니다.

충남 논산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으로 파크골프장을 만들 계획입니다.

10여m 떨어진 곳에 이미 총 3만㎡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두 개나 있는데도 10만㎡ 규모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20억 원의 예산을 받았습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걸 막기 위해 골프장을 더 짓겠다는 취지인데, 주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단 반응입니다.

[주민/충남 논산시 : 두 군데만 있어도 내가 볼 때는 충분해. 그렇게 사람이 많지는 않아.]

약 8억원이 들어가는 강원도 철원군의 모노레일 차량 증설 등 복합문화공간 구성도 지방소멸대응 방안의 일환.

본래 목적과 무관한 곳에 기금이 들어간 것 아니냔 지적에 행안부는 "마땅한 지방소멸 대책을 찾기 어려운 지역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자료제공 : 국민의힘 이종성, 정우택 의원실)
(영상디자인 : 조성혜·오은솔 / 촬영기자 : 신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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