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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덮어줄 테니 돈 내라"…환경 담보로 벌어지는 '검은 거래'

입력 2023-04-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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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 밀착카메라는 환경을 담보로 벌어지는 검은 거래를 쫓아봤습니다. 폐기물 처리 현장 곳곳을 다니며 업자들에게 돈봉투를 요구하는 사람들 이야긴데요.

이상엽 기자가 직접 현장에 잠입해 돈을 주고받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기자]

경북 포항의 한 야적장입니다.

폐기물관리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곳입니다.

제 뒤로 폐기물이 쌓인 모습도 실제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 폐기물처리업체에 편지 한 통이 왔습니다.

환경오염의 실태를 다룬 신문인데, 관계기관의 강력한 조치가 요구된다. 이렇게 적혔습니다.

의혹을 제기한 안모 씨는 해당 업체에 전화도 걸었습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자꾸 나 건드리면 (기사를) 터뜨릴 수밖에 없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합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우리 김 사장이 어느 선까지 가능하다는 거야? 계좌 입금은 안 되고.]

돈을 주면 기사를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도 말합니다.

[안모 씨 (폐기물처리업체와 통화) : 본사에 얘기해야 일단 (보도를) 멈추라고 할 수 있잖아. 날짜 얘기하시고, 현찰로 만들어놓고 저랑 만나요.]

돈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장소에 취재진도 함께 나갔습니다.

안씨는 자신을 베테랑 기자라고 소개합니다.

[안모 씨 : 환경부, 국회 출입처 다 돼 있어요. 기자 생활만 지금 12년.]

업체의 불법 정황을 알고 있다며 '두 개'라는 단어를 꺼냅니다.

[안모 씨 : 기획취재가 된 거예요. (사진) 자료가 7천장에서 1만장. 두 개만 하죠. {2천만원이요?} 네.]

돈을 받고 세어본 뒤, 이제 환경오염을 시키지 말라고 훈계합니다.

[안모 씨 : (500만원 뭉치) 4개 들었으니까 맞겠죠, 뭐. 계속 이런 행위(불법야적)를 해서는 안 되는데. 서버에 있는 자료는 지워드릴게.]

취재진이 기자임을 밝히자, 안씨는 돌변해 지자체에 업체를 신고하겠다고 말합니다.

[안모 씨 : {2천만원 받으셨잖아요.} 돌려주면 되니까. 주무관 만나러 갈 겁니다. {뭐라고 얘기를 하시게요?} 뇌물을 주는데 어떡하냐고.]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하더니,

[안모 씨 : {국토부, 환경부 출입하는 거 아니죠?} 한 번도 안 가봤습니다. 욕심났어요.]

또 다른 업체들에게 돈을 받은 적이 더 있다는 사실도 인정했습니다.

[안모 씨 : (받은 돈이) 몇천만 원 될 수도 있겠습니다. 생활비로 썼죠. (폐기물처리업체) 다섯, 여섯 군데 정도.]

안씨의 동료인 최모 씨도 같은 수법으로 또 다른 업체에 1300만원을 받았습니다.

[최모 씨 (폐기물수집운반업체와 통화) : 지금 본사에 (취재 내용이) 전달 안 되도록 막아놓고 있다는 말이야.]

최씨는 광고비로 돈을 받은 거라고 해명합니다.

[최모 씨 : {기사는 쓰셨어요?} 안 썼습니다. {왜 안 쓰셨어요?} 행정조치로 하는 것보다 자기들이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하고.]

이들이 본사라고 말하는 명함 주소로 가봤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이었습니다.

[통장/서울 상월곡동 : {안OO라는…} 없어요. {들어본 적도…} 없어요. {안OO.} 없어요.]

이번엔 신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해봤습니다.

해당 매체 측은 "돈을 받은 적이 없고 기사도 나갔다"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매체 측 : 포항시청에도 (신문을) 다 보냈어요. 틀린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기자는 몇 명이 있는 거예요?} 몇 명 있는지 저도 잘 모르고.]

포항시는 폐기물을 쌓아놓은 업체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안씨 등 2명을 공갈 등 혐의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한 곳에 방치된 폐기물. 이를 담보로 주고받는 돈 봉투.

암암리에 이뤄지는 검은 거래 앞에서 환경은 멍들고 있습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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