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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봉 얼마 받으세요?"…이 사람이 발칙한 질문 던지는 이유

입력 2023-04-12 16:16 수정 2023-04-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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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연봉 얼마 받으세요?”


길거리에서 이런 질문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울 광화문부터 부산국제금융센터까지 직장인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갑니다. 연봉은 물론이고 직무, 직급, 그리고 업무 만족도까지 낱낱이 물어보죠.

연봉은 친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지극히 민감한 내용입니다. 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이걸 캐내고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JTBC 취재진은 이런 영상을 제작한 취업플랫폼의 유튜브채널에서 일하는 김태진 팀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출처=캐치TV〉〈출처=캐치TV〉

■ “회사가 안 알려주니 재직자에게 물었다”

평소 김 팀장은 고용시장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불균형에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구직자들은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고, 뭘 배웠고 경험했는지 지원하는 회사에 다 밝히잖아요. 근데 정작 회사는 가장 중요한 정보인 연봉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아니라 재직자들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일부 대기업이나 고액 연봉 기업은 커뮤니티나 미디어를 통해 그 처우가 공개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김 팀장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길거리로 나가 무작위로 연봉을 물어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순순히 알려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거절을 많이 당합니다. 처음에는 연봉을 알려주는 사람이 10명 중 1명도 안됐죠. 근데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평소에 길에서 누가 말을 걸면 응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대답해 주시는 분들이 의외라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전보다 촬영이 수월해졌다고 합니다. '연봉 얼마 받으세요?' 시리즈가 흥행한 이후로 먼저 알아봐 주는 직장인들이 나타난 거죠.

“먼저 눈빛을 보내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께 여쭤보면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점심시간에 촬영을 하는데, 상사랑 같이 있는 분보다는 동기들과 같이 있는 분이 대답을 잘 해주는 편입니다. 이제는 10명 중 3~4명은 대답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댓글 중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영상에 출연한 한 직장인이 연봉이 낮았어요. 근데 어떤 분이 댓글로 '나도 예전에 그만큼 연봉을 받았었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좋은 직장 갈 수 있으니까 현재 연봉에 좌절하지 말고 경력을 잘 쌓아라' 이런 식으로 장문의 댓글을 남겨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조언해주는 댓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 “초봉이라도 공개하는 문화 생겼으면”

김 팀장은 영상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습니다. 연봉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거였습니다.

“적어도 초봉 정도는 공개했으면 좋겠어요. 기업이 취업준비생에게 알려줘야 할 최소한의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개하지 않는 기업이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세상이 오면 좋지 않을까요?”

미국 뉴욕시는 지난해 11월부터 급여공개법(Salary Transparency Law)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채용 시 임금의 범위를 공개해야 하는 겁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25만 달러(한화 약 3억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

올해부터는 캘리포니아주, 워싱턴주 등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2차 정책화 과제' 15건을 공개했습니다. 그중에는 기업이 채용공고에 임금을 자율 공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연봉에 대해 '회사 내규에 따름', '협의 후 결정' 등으로 표기하는 것은 취업준비생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겁니다.

“유인책이 있어야 기업들도 바뀔 것 같습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언적인 정책이라면 자발적으로 나서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김 팀장은 의견을 말했습니다.

〈출처=캐치TV〉〈출처=캐치TV〉

■ “구직자가 궁금한 건 계속 알아보고 다니겠다”

'연봉 얼마 받으세요?' 시리즈를 언제까지 할지 따로 그 기한을 정해놓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김 팀장은 앞으로도 구직자를 위한 정보 콘텐트를 계속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댓글로 의견을 받아서 계속 영상을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안산 시화공단이나, 부산 녹산공단, 그리고 부산국제금융센터도 댓글로 요청이 들어와서 간 거였거든요. 연봉 외에도 직장인과 취업준비생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을 찾아서 알려드리는 영상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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