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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우지 머문 곳마다 '초토화'…유해 동물 지정될까

입력 2023-04-08 18:45 수정 2023-04-0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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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래 겨울에만 왔다가는 철새였는데, 가지 않고 한 곳에 눌러앉은 '민물 가마우지'란 새가 논란입니다. 개체수가 눈에 띄게 늘면서 머무는 곳마다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건데요. 결국 참다못한 지자체가 유해동물 지정을 요청했습니다.

최재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전 대청호의 무인도, 밀가루를 뒤집어 쓴 것처럼 하얗습니다.

범인은 나무 위를 점령한 까만 새, 민물 가마우지입니다.

새떼의 배설물이 섬 전체를 뒤덮으며 나무와 잎이 말라 죽는 백화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배설물에 요산이라고 해서 독성이 있다고 해요. 가지를 잘라서 자기 둥지 재료로 쓰기도 하고.]

고래를 닮은 이 섬은 몇 년 전만해도 초록빛이었지만 지금은 원래 빛깔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경호/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든요. {또 다른 데가 저렇게 될 수 있는 거예요?} 맞죠. 맞습니다.]

경기 양평의 족자섬도 그런 곳입니다.

민물 가마우지가 나무마다 둥지를 틀고 섬을 장악했던 3년 전 모습입니다.

지금과 비교해보니 새의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머물렀던 자리는 나무가 죽어 민둥하게 변했습니다.

민물 가마우지는 물고기들에게도 공포의 대상입니다.

수심 2m까지 잠수해 먹잇감을 찾는 먹성 좋은 사냥꾼입니다.

[이기섭/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 물갈퀴도 이용하고 순간적으로 목을 빠르게 앞으로 내밀면서 도망가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어서 상당히 사냥을 잘하는 종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민들에게도 눈엣가시입니다.

새떼가 강 곳곳을 차지하고 물고기를 사냥 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합니다.

[한진규/전국내수면어업협회장 : 그렇게 많던 잡고기 종류들이 거의 고갈된 상태예요, 지금. 자기가 먹지 못하는 고기는 부리로 찍어가지고 상처를 내서 죽여 놓기 때문에.]

민물 가마우지는 과거 2백 마리 수준의 겨울 철새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곳곳에 텃새처럼 자리 잡으며 3만 2천 마리로 개체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이기섭/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 : 계속 하천의 물을 가두면서 깊게 했거든요. 잠수를 하는 민물가마우지에게 좋은 서식 환경을 우리가 많이 만들어 준 상황입니다.]

지자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밤섬을 뒤덮은 배설물 때문에 봄마다 대규모 물청소를 벌이고, 속초시는 초토화된 섬을 다시 살리려 나무를 심습니다.

강원도는 민원이 빗발치자 민물 가마우지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 사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지난달 환경부에 요청했습니다.

[강원도청 관계자 : 쉽게 말하면 가마우지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분산을 유도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만 갖고는 관리가 안 되니까 직접적으로 포획하는 방법을 써야 된다.]

환경부는 지난해 둥지를 없애 번식을 억누르는 등의 지침을 내놨습니다.

이달까지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따져본 뒤, 유해 동물로 지정할지 말지 결정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A Shot Of Wildlife'·카카오맵)
(영상디자인 : 신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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