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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코노미] 쿠팡의 도발 "내가 제일 싸, 대형마트 덤벼"…고물가 시대 판 커진 PB 최저가 전쟁

입력 2023-04-05 08:00 수정 2023-04-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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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 4.8%에 이어 1년 만에 가장 낮은 폭이지만, 석유 가격이 떨어진 영향이 컸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줄줄이 오르고 있죠.

안팎으로 먹거리 비용이 뛰면서 마트 앱 장바구니에 담는 건 물건 대신 한숨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래서 요즘 소비자들은 물건을 고를 때 '가성비'를 꼼꼼히 살핍니다.
"이거 아니면 나 안 먹어" 이렇게 취향이 확고한 제품이 아니라면,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도 나쁘지 않은 제품에 더 손이 가는 거죠.

◇PB가 뭔데?
이처럼 가성비를 살피는 소비자들에게 PB(Private Brand)상품은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PB는 유통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만들어 파는 상품을 말합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숍 앱에서도 볼 수 있죠.

PB는 제조설비가 없는 유통기업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상품을 제조업체에 생산을 맡겨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직거래로 물류비와 판매관리 비용 등 유통비를 낮출 수 있어서 PB 상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커머스 1위 쿠팡 "PB상품 우리가 최저가"
그동안 PB 상품의 강자는 대형마트였습니다. 대형마트들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최저가'를 강조했죠.

그런데 이커머스 선두업체인 쿠팡이 최근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쿠팡 PB 상품이 최저가 라는 건데요.
실제 쿠팡 PB상품의 가격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쿠팡의 가격변동 알림 앱 '역대가'를 기반으로 지난해 2월 대비 올 2월 팔린 가공식품 품목 주요 PB 인기 상품을 분석한 결과, 상품들의 평균 가격은 1년간 하락했습니다.

통계청에서 매달 소비자 물가를 산정하는 전체 가공식품 품목 73개 가운데 쿠팡 PB상품이 있는 40개 품목 인기 상품의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 셈입니다.

여기엔 고추장, 된장, 김, 햄, 즉석밥, 만두와 생수, 탄산음료 등이 포함됩니다.

같은 기간(2022년 2월~2023년 2월) 동안 해당 40개 품목의 통계청 기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약 11%였습니다.
[핫코노미] 쿠팡의 도발 "내가 제일 싸, 대형마트 덤벼"…고물가 시대 판 커진 PB 최저가 전쟁
쿠팡 PB상품인 곰곰 국산콩 부침두부(170g) 가격은 지난해 2월 1950원에서 현재 135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1년 새 가격이 30.8% 내렸습니다. 같은 기간 C사의 국산콩 두부 평균가격은 11%가량 올랐습니다. 통계청 품목별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두부 가격은 11%가량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핫코노미] 쿠팡의 도발 "내가 제일 싸, 대형마트 덤벼"…고물가 시대 판 커진 PB 최저가 전쟁
곰곰 광천 도시락김(5g X 32개)가격은 현재 6980원입니다. 10g당 436원꼴입니다. 이 제품 지난해 이맘때는 8000원에 팔렸습니다. 1년 새 가격이 12.8% 떨어진 겁니다. 비슷한 중량을 기준으로 시중 대기업 제품 C사와 P사의 도시락김은 10g당 가격이 820~870원 정도입니다. 경쟁상품 대비 절반 정도 가격인 셈입니다.
[핫코노미] 쿠팡의 도발 "내가 제일 싸, 대형마트 덤벼"…고물가 시대 판 커진 PB 최저가 전쟁
즉석밥 PB상품인 곰곰 소중한 우리쌀 밥(200g X 10개)가격도 지난해 2월 11,590원에서 최근 9,990원으로 13.8% 떨어졌습니다.


반면 대기업 제품 중 상당수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여 O사의 제품은 210g 제품 기준으로 약 13% 올랐습니다.

쿠팡의 재래식 된장 PB상품 곰곰 고소한 된장(1kg X 2개) 가격은 6880원에서 6990원으로 10원(0.1%) 올랐지만, 대기업 H브랜드 재래식 된장 1kg 가격은 6600원에서 8200원대로 23% 넘게 뛰었습니다. 쿠팡 PB상품의 kg당 가격은 3495원이니까 대기업 제품 가격의 40% 정도 됩니다.

이처럼 즉석밥(-13.8%), 김(-12.8%), 냉동만두(-11.8%), 우유(-12%) 등 9가지 제품 가격이 내렸고, 주스와 된장은 1년 전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기에 가격이 역주행한 비결은 뭘까요?

쿠팡 PB상품 두부를 만드는 '맑은물' 김승원 대표는 "지난해 초 수입콩 가격이 50% 가까이 뛰자 국산콩으로 원재료를 바꾸면서 쿠팡에서 발주량을 10배 이상 크게 늘렸기에 가능했다"고 밝혔습니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생산비용이 하락하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봤다는 의미입니다.

◇판 커지는 PB 최저가 전쟁
이렇게 이커머스 선두업체인 쿠팡이 PB 상품 개발에 적극 뛰어들면서 대형마트가 벌이는 '최저가 전쟁'의 판이 커질 걸로 보입니다.

유통기업들이 더 싸게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건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 일이죠.

쿠팡은 PB상품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곳 이상 물류센터를 바탕으로 물류비용을 줄인 덕에 제품 가격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70%는 집에서 반경 10여분 거리에 쿠팡 물류센터가 있는 셈이죠.
촘촘한 물류망과 빠른 배송에 1800만명이 넘는 활성고객(분기별 한 번 이상 물건 구입한 고객)확보도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핫코노미] 쿠팡의 도발 "내가 제일 싸, 대형마트 덤벼"…고물가 시대 판 커진 PB 최저가 전쟁
대형마트들도 가성비 좋은 PB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홈플러스가 삼양식품과 출시한 '이춘삼 짜장라면'은 1봉지에 500원이라는 강점으로 지난해 말 출시 직후 9일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습니다.

이마트 PB상품인 노브랜드 '라면 한그릇'은 2016년 출시해 아직 5봉지 한 묶음에 1980원에 팔고 있습니다. 라면 한봉에 396원이라는 최저가에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에만 100만개 넘게 팔렸습니다. 올해 1분기(1~3월) 판매량만 이미 50만개 넘게 팔려 전년 동기 대비 98% 늘었습니다.

롯데마트 PB상품 다리집떡볶이(20%), 대한곱창 소곱창전골(20%)도 올해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매출이 상승했습니다.

◇유통기업 PB는 중소 제조기업과 상생
유통회사의 PB는 경쟁력 있는 중소 제조업체와 상생으로도 이어집니다. 앞서 소개한 쿠팡 두부 PB 상품을 만드는 업체는 2019년 연매출 20억원에서 지난해 240억원으로 3년 만에 1100% 증가했습니다. 쿠팡에서 PB상품을 만드는 업체의 90%는 중소업체들입니다. PB상품 확대로 이들의 매출은 2019년~2021년 3년 동안 평균 500%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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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한 기업 이슈를 소비자 입장에서 쉽게, 때로는 깊이 있게 다루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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