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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불씨 안고 사는 농촌…'논밭 태우기' 현장 찾아가보니

입력 2023-04-03 20:54 수정 2023-04-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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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최근 산불은 위험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불의 대부분은 사람 잘못입니다. 그중 또 많은 부분이 해충을 잡는다고 논밭에 불을 놓다가 불이 산으로 옮겨붙는 경우입니다. 밀착카메라가 그래서 논밭을 태우는 실태를 취재 중이었는데, 취재 중에도 바로 인근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김안수 기자입니다.

[기자]

전북의 한 농촌마을입니다.

밭두렁마다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곳에도 현재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마른 잡풀과 쓰레기를 모아 태우고 있는데요.

옆에 보시면 이전에도 한번 태운 듯한 흔적도 보입니다.

이쪽으로 와보실까요.

수확하고 남은 농산물을 태우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비하우스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또 지켜보는 사람도 없습니다. 자칫 불이 번지면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을 피운 농민은 옆 밭에서 작물을 심고 있었습니다.

[농민 : {어떤 것들 태우시는 거예요?} 딸기 (이파리)요. 거름 되라고요.]

차를 타고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한 야산 근처 밭에서 연기가 올라옵니다.

취재진이 다가가자 서둘러 불을 끄고, 자리를 떴습니다.

이곳은 불길이 잦아드는 모양새인데, 이렇게 조금만 건드려도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폐비닐과 고춧대 마른 것들을 한데 모아 태우고 있습니다.

논밭 근처 정미소에 쌓여있는 쌀포대 사이로도 연기가 치솟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불을 피운 지 한참 된 듯 잿더미가 수북합니다.

[정미소 관계자 : 불을 좀 때다가 일을 시작해요. 오전에 좀 쌀쌀하니까.]

이렇게 허가없이 불을 피우다 적발되면 최대 5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불이 번져서 산불이 나면,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최대 1,500만원 벌금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취재 중에 산불이 났다고 해서 가봤습니다.

소방헬기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소방대원들은 잡풀 사이에 남은 불씨를 향해 물을 뿌려댑니다.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게 바로 이 샌드위치 패널입니다. 태우면 안 되는 폐기물을 밭에서 무단으로 소각했던 것인데요. 불은 언덕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주민 : 조금 이렇게 태우고 그랬는데. 바람이 생겨갖고 옆으로 막 번져버리더라고.]

지난주 전북 무주에서는 80대 여성이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화상을 입고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은 지난 수십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밭두렁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불길이 갑자기 거세졌고, 발화지점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일부 농민들은 봄철 논밭을 태우면 농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민 : 퇴비도 하고 그러려고. 거름도 되죠.]

[농민 : 땅 속에 벌레 죽으라고.]

하지만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이인엽/무주군 무풍면 산업팀장 : 해충이 죽는 게 아니라 익충이 죽기 때문에 농사에 전혀 득 될 것은 없어요.]

전북 고창, 경북 군위, 충남 보령 등 어제 발생한 산불 상당수가 논밭에서 피운 불씨가 화근이었습니다.

마을 어딘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누군가는 산불이 나는 건 아닐지 조마조마해야합니다.

순식간에 번져버릴지 모를, 작지만 거대한 이 불씨들 습관처럼 무심코 태워서는 안 될 겁니다.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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