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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명품 습지'가 죽어간다…천연기념물 사라지고 악취 가득

입력 2023-03-30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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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30일) 밀착카메라는 자꾸만 메말라가는 습지에 대한 얘기입니다. 탄소를 흡수하고 가둬놓는 습지가 말라갈수록 온난화도 빨라지고, 수많은 희귀 생물들의 터전도 사라져갑니다.

습지가 많이 모여있는 함안에 정재우 기자가 가봤습니다.

[기자]

천연기념물 346호 늪지 식물 보호지역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쪽을 보시면 갈대와 나무들로 숲인지 습지인지 구별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딱딱한 땅에서 자라는 갈대는 마른 공간을 좋아하는 식물입니다.

습지가 말라 육지화되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입니다.

[도윤호/공주대 생명과학과 : 육상식물이 들어오면 뿌리가 이제 모래를 잡고 있기 때문에 그쪽부터 마르기 시작하는 거죠. 그쪽이 아마 더 육지화가 빨리 진행될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는 폐가구까지 쓰레기들이 나뒹굽니다.

5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대평늪은 가시연꽃을 비롯해 희귀 식물이 자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유일한 습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희귀 식물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해 피었던 연꽃들의 흔적이 이렇게 쌓여 있습니다.

습지를 뒤덮어 물을 썩게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천연기념물인 가시연꽃은 몇 년 사이 이 연꽃에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박은자/경남 함안군 법수면 : 이 연꽃이 번식한 지가 한 4년 내지 5년. 한 세 나무 정도 저쪽에 나더니 4~5년 동안에 많이 번식돼 버렸어요. 연꽃이 너무 많이 점령을 해버렸어.]

함안은 전국에서 습지가 가장 많이 밀집된 곳입니다.

하지만 농경지와 공장이 들어서고, 기후 위기로 강에서 오는 물의 양이 줄면서 예전과 같은 모습은 찾기 힘들게 됐습니다.

함안의 대표적인 습지인 질날늪입니다.

수심이 2미터쯤 되던 물은 바닥을 보이고 있고, 습지 가장자리는 거의 육지처럼 돼버렸습니다.

사막처럼 말라버린 모습에 마치 웅덩이 같습니다.

[완전 여기도 그래. 전부 늪이었다니까요.]

경상남도는 3년 전 이곳을 도 대표 우수 습지로 지정했는데 지금은 '수영 금지' 표지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대평늪보다 훨씬 더 크지만 서식하는 생물은 70종이나 적습니다.

늪이 망가지면서 생태계도 파괴된 겁니다.

[황용판/경남 함안군 법수면 : 지금은 뭐 늪도 아니지. 솔직한 말로 여기에다 그냥 모 막 심어도 농사지을 수 있을 만큼 그렇게 된 거거든. (희귀 식물은) 아예 없습니다.]

사방이 공장으로 둘러싸인 이 늪도 84%가 사라졌습니다.

기름으로 뒤덮였고 악취가 새어 나옵니다.

지자체는 외래종을 관리하고 습지를 복원하겠다고 나섰는데 습지가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도윤호/공주대 생명과학과 : 생물 다양성이 됐든 수질 정화가 됐든 원래 갖고 있는 기능들이 사라졌을 때, 인공적으로 탄소 저감 장치를 만든다거나 공장을 개선해야 한다거나 훨씬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거든요.]

탄소의 저장고, 희귀 생물의 터전. 습지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쓰레기로 뒤덮이고 메말라가면서 습지는 육지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나의 습지가 사라질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는 걸까요. 

(작가 : 강은혜 / 영상디자인 : 조성혜 / 영상그래픽 : 장희정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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