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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빨아도 시커먼 물"…한국타이어 화재 후 '검은 흔적들'

입력 2023-03-28 20:46 수정 2023-03-28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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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에서 큰 불이 난 지 보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그 근처 지역에선 시커먼 먼지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불안해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시뻘겋게 치솟던 불길이 꺼지고 공장 건물은 뼈대만 남았습니다.

지난 12일 큰 불이 난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맞은편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습니다.

불이 나면서 생긴 분진이 집 안까지 들어오다 보니 지금도 소파를 닦아보면 시커먼 얼룩이 묻어나옵니다. 이곳이 46층인데, 열기가 얼마나 뜨겁게 올라왔던지 방충망이 녹아서 사라졌습니다.

이불은 빨아도 빨아도 시커먼 물이 나오고

[이미영/인근 주민 : 이게 지금 몇 번 걸러낸 건데 이래요. (이 집에서) 살기도 싫어, 이제.]

창틀과 방충망에선 먼지가 계속 묻어나옵니다.

아이 용품도 살림살이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A씨/인근 주민 : 분진들이 묻어 있고 잘 닦이지도 않아요.]

신발도, 벽지도, 필터도 까맣게 변했습니다.

[A씨/인근 주민 : 외갓집, 그리고 호텔. 이렇게 다른 곳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엄마 아빠, 집에 가고 싶어' 계속 투정을 부려요.]

이번에 화재 피해를 입은 옷 가게입니다. 화재 당시에 검은 연기가 들어오면서 바닥에 그을음이 생겼는데요. 물휴지로 닦아도 잘 닦이지 않습니다. 옷에도 피해가 생겼는데요. 이 블라우스는 검게 얼룩이 져버렸습니다.

다른 상점들도 큰 피해를 봤습니다.

[김다빈/만두 가게 운영 : 재가 냉장고 안까지 들어와서 재료 같은 거 다 버렸어요. (공장 측 연락은) 한 통도 없어요.]

불이 난 공장에서 500m 떨어져 있는 유치원 놀이터입니다. 방수포로 쌓여 있는 모래들이 분진이 떨어졌던 모래들이고요. 지금은 새 모래로 교체를 해뒀습니다. 모래 유해성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렇게 통제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도 환기를 못하고 공기청정기만 돌릴 뿐입니다.

[유지혜/어린이집 원장 : 아이들이 바깥놀이 하기가 굉장히 좋은 계절이거든요. 그런데 바깥놀이를 일절 할 수가 없어요.]

[안연순/연세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화재 시에 발생하는 시안화수소, 이산화질소 등 가스류하고 이산화황이나 황산 등에 의해서 질식이나 호흡기 자극, 상하기도 염증, 피부염, 결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공장에선 2006년에도, 2014년에도 불이 났습니다.

[오한나/인근 주민 : 10년이 안 되는 시간을 여기 살면서 두 번이나 이렇게 큰불을 겪으니까. 너무 무섭죠.]

결국 공장을 옮겨달라는 요구까지 나왔습니다.

한국타이어측은 "앞으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소방인력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이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B씨/인근 주민 : 재발 방지 대책을 2014년에도 내놨다고 하는데 사실 지켜지지 않은 거고.]

같은 곳에서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불이 났다면 누가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을까요. 불은 꺼졌지만,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과 불편함은 언제 사라질지… 알 수 없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신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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