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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정원, 민주노총이 공개한 북한 연대사 '삭제 심의' 요청...방심위는 '3:2'로 그냥 두기로

입력 2023-03-27 16:23

태영호 "국가보안법 위반 여지 다분"
민주노총 "노조 탄압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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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가보안법 위반 여지 다분"
민주노총 "노조 탄압 중단하라"

경찰청과 국정원이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게재된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연대사'에 대해 삭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방심위는 두 차례 통신심의 소위를 열어 논의한 끝에 민주노총에 시정 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문제가 된 글은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지난해 8월 전국노동자대회를 계기로 민주노총에 보낸 연대사입니다. 국정원 등은 지난해 12월 "연대사가 한·미 합동군사훈련 반대 등 북한의 대남선전 선동을 지지하면서 노동자가 함께 투쟁하자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며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민주노총이 게재한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연대사.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민주노총이 게재한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연대사.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연대사에는 "미국과 남조선의 윤석열 보수 집권 세력은 이 시각에도 하늘과 땅, 바다에서 각종 명목의 침략 전쟁 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려 놓고 있으며, 북침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 군사연습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습니다. 또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내는 내외 반통일 세력의 이러한 대결 망동을 단호히 짓뭉개버려야 한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방심위는 지난해 12월 통신심의 소위를 열어 해당 내용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법무법인 두 곳에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 중 한 곳은 "국가보안법상 이적 표현물에 해당할 것으로 보여 시정 요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곳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공격적인 표현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엇갈린 결론을 내놨습니다. 방심위는 통신자문 특별위원회도 열었지만, 여기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지난달 두 번째 열린 통신심의 소위에서 방심위는 민주노총에 시정을 요구할 사안이 아니라는 '해당 없음' 결론을 내렸습니다. 소위 위원 5명 중 3명이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입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황성욱 소위 위원장과 허연회 위원은 시정 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황 위원장은 "사실상 북한 당국이 보낸 것으로 봐도 무방한 단체가 보낸 연대사라는 점에서 시정 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허 위원은 "북한의 선전 선동을 그대로 가감 없이 게시해 시정 요구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다른 3명의 위원들은 반대했습니다. 정민영 위원은 "해당 글이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시스템을 통해서 전달 받은 것으로 보이고, 북한이 늘상 하는 주장을 홈페이지에 올린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광복·윤성옥 위원은 "국가의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이유로 삭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방심위가 편향됐다고 주장합니다. 태영호 의원은 "누가 봐도 국가보안법 위반 여지가 다분한 글을 그대로 유지시킨 방심위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 중심에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 1년을 앞두고 알박기한 방심위원들이 있었다고 본다”고 했습니다. 또 "북한의 반정부 활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연대사를 낭독한 민주노총 간부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입니다. 지난 1월 민주노총 본부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14일 경찰이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등을 소환 조사하자 "통일부의 승인 아래 모두 합법적으로 송수신된 것들"이라며 "노조 탄압용 공안몰이 수사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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