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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딸'서 '계륵의 딸'로?…'개딸' 딜레마 빠진 민주당

입력 2023-03-27 18:29 수정 2023-03-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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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들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한 비난과 공격을 이어가고 있죠. 민주당 내에선 일부 개딸들의 도 넘은 행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친명계는 개딸 프레임 자체를 탐탁지 않게 보는 분위기인데요. 비명계는 이제라도 개딸을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 24일 공개된 한 포스터입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 얼굴 뒤에 있는 빨간 배경과 하단에 적힌 'X맨의힘'이란 문구가 눈에 띄는데요. 눈도 양옆으로 더 째지고 입고리도 비대칭으로 틀어진 느낌입니다. 원본 사진을 교묘하게 편집한 겁니다. 이 포스터를 만든 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강성 지지층 이른바 '개딸'로 추정되는데요. 이들은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을 향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보낸 스파이라고 비난하고 있죠. 이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 지역구 사무실과 아파트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의원도 개딸들을 향한 악감정을 드러냈는데요.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음성대역) : 일부 유튜버들이 악마의 편집으로 악의적 영상을 유포하더니 이제 사진까지도 조작하시는군요. 악마가 필요했나 봅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을까요? 이제 개딸들에 대한 분노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박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1인 시위였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해당 시위자는 '주인을 무는 개는 더 이상 애완견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는데요. 이 대표와 친명계에 쓴소리를 해온 박 의원을 '주인을 무는 개'에 빗댄 셈입니다. 사실 민주당 내에는 이들이 실제로 개딸일까 하는 의구심도 있는데요.

[김근식/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이거 아마 저쪽 국민의힘이 만들어낸 사진 아니야?' 이랬던 겁니다. 그건 뭐냐 하면 개딸들이 나오는 극성 지지층들을 비난하기보다는 다른 쪽으로 화살을 돌리려는 의도였죠.]

하지만 도 넘은 행태가 여러 차례 반복이 되면서 이재명 대표도 직접 경고장을 꺼내들었습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욕설과 모욕,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 적대감만 쌓일 뿐"이라고 지적한 건데요. "이재명 지지자를 자처하고도 그런 일을 벌이면 이재명의 입장이 더 난처해지는 것은 상식"이라고 자제를 권고했죠. 이 대표 입장에선 나름 강한 주의를 준 셈인데요. 그럼에도 이제 개딸은 이 대표도 통제 불능인가 봅니다. 이 대표, 지난 21일 당내 한 의원 모임에서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요즘은 나에게도 여러분들이 받는 항의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는데요. 이 대표가 개딸로부터 "원래 이재명은 사이다였는데 이젠 변했다. 손절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겁니다.

그럼 어쩌다 '개혁의 딸'이 '계륵같은 딸'이 돼버린 걸까요? 개딸을 키운 건 9할이 이 대표와 친명계인데요. 개딸의 탄생, 이 대표의 대선 패배 이후죠. 이 대표를 위로하고 응원하기 위해 2030 여성 지지자들이 뭉친 건데요. 자신을 '개딸'이라고 부르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이 대표의 팬카페 '재명이네마을'을 중심으로 지지 활동을 이어갔죠. 잠행 중이던 이 대표도 '재명파파'를 자처하며 개딸들과의 온라인 소통만큼은 적극적이었는데요.

[JTBC '정치부회의' (지난해 4월 8일) : 온라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 '이장한다잔(잖)아'라는 제목의 글을 남기며 지지자들과 소통을 했습니다. '거부할 수가 없잔(잖)아'라면서 '너무 감사하잔(잖)아'라고 밝혔습니다. {박 마커가 귀여운 척하려고 '잔아 잔아' 그러는 건 아니죠?} 제가 워낙 평소에 귀여운 캐릭터이다 보니까 그렇게 오해를 하실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그러던 개딸이 정치 무대 전면에 등장한 건 이들이 민주당에 대거 입당한 뒤부터인데요. 대선 이후 한 달 동안 14만여명이 민주당에 가입했죠. 이 가운데 4만여명, 그러니까 신규 당원 3명 중 1명꼴로 개딸이었다고 하는데요. 개딸은 강한 이재명 팬덤을 바탕으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갔던 이 대표를 다시 수면 위로 소환했죠. 이 대표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까지 끌어내며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줬는데요.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 (2022년 5월 8일) :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 위험한 정면돌파를 선택했습니다.]

감사의 표시였을까요? 이 대표는 개딸에 세계사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었죠.

[이재명/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후보 (유튜브 '이재명' / 지난해 5월 14일) : 소위 '개딸' 현상, '양아들' 현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긴 한데 저는 이게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 행태라고 생각해요.]

이런 개딸들의 정치 훌리건 같은 행태가 부각되기 시작한 건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이후부터였습니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 지방선거 패배를 두고 이재명 책임론을 내세웠죠. 그러자 개딸들이 홍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 찾아가 인신공격성 대자보를 붙였는데요.

[JTBC '정치부회의' (지난해 6월 8일) : 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는 이렇게 기다란 대자보가 붙었다고 하죠. '치매가 아닌지 걱정된다', '중증 애정결핍 증상이다' 이런 내용들이 담겼는데 이재명 의원의 지지자들 이른바 '개딸'들이 붙였다고 합니다.]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 지난해 6월 10일) : 사실은 이런 것들이 그냥 어떻게 보면 당내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래서 다 침묵하고 있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성찰이나 대책이 필요하다, 이렇게 저는 봅니다. 그래서 당내에서 요즘에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우리가 어떤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이때만 하더라도 이 대표 선에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했습니다. 홍 의원이 볼멘소리를 하자 이 대표가 친히 중재에 나섰는데요. 그러자 대자보를 붙인 개딸이 직접 홍 의원에게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상황이 점차 악화됐습니다. 문자 폭탄은 예삿일이었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한 반면 다른 후보들에게는 강한 배타성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요. 오히려 이 대표는 당선 이후 당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에게 민주당사 한 층을 내어줬습니다. 지난해 10월 민주당사에 이들을 위한 당원존을 개관했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해 10월 5일) : 우리 여러분들 오늘 보니까 특히 젊은 당원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혹시 여기가 남들이 볼 때 '어, 저기 개방을 했더니 이상하게 돼 간다' 이런 소리가 나오면 안 되겠죠. {네.} 정말 여러분들께 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민주당의 주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개딸들에게는 계속 이래도 되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가능성이 있을 텐데요.

그러다 통제의 임계점을 넘기 시작한 건 지난 2월이었습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예상과 달리 많은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부결됐죠. 이후 이 대표가 내놓은 메시지는 당의 단결과 단합이었는데요. 하지만 개딸들은 이른바 '수박 색출'에 나섰습니다.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졌을 거 같은 민주당 의원 찾기에 돌입한 건데요. 이 대표의 만류에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실에는 살해 협박 전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보좌진 (지난달 28일) : OOO 의원실입니다. 개인 투표셔가지고요, 제가 정확한 내용은 지금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선생님, 욕설은 좀 자제해 주시고요. 그런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씀하시다가 '찾아가서 죽여버리겠다. 칼을 들고 찾아가겠다, 딱 기다려라' 이런 식으로…]

당시에도 이런 행태를 감싼 건 친명계 일부 의원들이었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지난 2일) : 당원들이 느끼는 분노와 실망감은 매우 정당하고 저는 정의롭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말씀드린 것처럼 그거는 의원들이 배신한 것이거든요. 어떤 확인하는 과정이나 여기에 문제 제기하는 과정은 당원으로서는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는 개딸을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에서 본격적인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친명계는 여전히 개딸을 감싸는 분위기인데요.

[김남국/더불어민주당 의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자꾸만 보수 언론과 국민의힘에서 개딸 프레임을 만들어서 민주당 지지자들을 뭔가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이고, 무지성적이다라는 식으로 이렇게 폄훼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데 우리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그렇게까지 폄훼하는 프레임에 말려들어서 공격하는 게, 함께 비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이고요.]

이 대표의 핵심 측근 그룹인 7인회 소속 김남국 의원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 의원 가운데 후원금 모금 1위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개딸의 성원에 힘 입었다는 후문이 있었죠. 이제 와서 개딸을 내치기는 어려웠던 모양인데요. 반면 비명계는 이제라도 개딸을 끊어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태호/더불어민주당 의원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제가 보기에는 팬덤의 그런 것을 벗어났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팬덤의 영역을 벗어났다?} 네, 그리고 실제로 이제 그것이 윤석열 정권에 있어서 민주당 분열에 이용되고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고요. 지금 이 상황은 우리 당내 민주주의에 있어서 굉장히 해로운 그런 작용을 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은 우리 당내 민주주의에 있어서 굉장히 해로운 그런 작용을 하고 있다"

사실 '개딸'이란 용어의 원조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인데요. '성격이 괄괄한 딸'을 지칭하는 용어였습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딸에 대한 서운함과 속상함, 그럼에도 딸을 사랑하는 부모의 양가감정이 담긴 말인데요.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제 개딸은 정말 손절할 수도, 그렇다고 품을 수도 없는 진짜 '개딸'이 된 듯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응답하라 1997' 속 대사로 정리하겠습니다.

[응답하라 1997 : 딸아 딸아 개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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