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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입력 2023-03-27 08:00 수정 2023-03-27 10:2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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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76)

지난 25일, WWF(세계자연기금)은 지구촌 곳곳에서 '어스 아워(Earth Hour)'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저녁 9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잠시라도 어둠에 잠김으로써 지구와 자연에 쉬는 시간을 선사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입니다. 미국의 UN본부, 브라질의 예수상,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호주의 하버브리지, 홍콩의 빅토리아 하버 등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의 조명은 1시간 동안 꺼졌습니다. 한국에서도 곳곳이 캠페인에 동참했습니다. 서울의 한강대교와 낙산공원, 경주의 경주타워 등도 잠시 자연스러운 어둠과 함께 했습니다.

 
 한강대교와 경주타워, 낙산공원 등 국내 곳곳에서도 '어스 아워(Earth Hour)' 소등행사가 진행됐다. (자료: WWF) 한강대교와 경주타워, 낙산공원 등 국내 곳곳에서도 '어스 아워(Earth Hour)' 소등행사가 진행됐다. (자료: WWF)
이러한 '어스 아워'를 앞두고, 지난주 국내외에선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순간들이 찾아왔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있었던 일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 승인이었습니다. 2021년 8월, IPCC WG(워킹그룹) I의 첫 6차 평가보고서를 시작으로 WG II, III가 잇따라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저녁, IPCC는 이를 종합한 보고서를 최종 승인했죠. 전 세계 195개국 과학자들과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보고서의 문장 하나하나를 들여다봤고, 만장일치를 얻은 내용만이 보고서에 남았습니다.


앞선 연재에서 WG별 6차 평가보고서에 대해 상세히 다뤘던 만큼, 이번엔 종합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지구의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09℃ 올랐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수해야 한다고 외친 '1.5℃ 목표'에 벌써 상당히 가까워진 겁니다. 이처럼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한반도의 대표적인 봄꽃도 개화가 당겨지고 있습니다. 서울 기준, 올해 벚꽃은 3월 25일에 폈습니다. 지난 2021년 3월 24일 개화 이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이른 시기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그저 기온만 오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산업화 이후 과거(1901~1971년),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가 연간 평균 1.3mm였던 것에 비해 2006~2018년, 연간 평균 3.7mm로 빨라졌습니다. IPCC는 이처럼 기온이 높아진 개별 요인에 대해서도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기온은 우리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도, 지구 스스로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달라집니다. '기후변화 회의론'의 근거로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연적 요인입니다. 인간의 활동과 상관없이, 자연적 요인만으로 기온이 오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195개국 과학자들일 머리를 맞대고 살펴본, 이후 만장일치로 동의한 내용은 '오롯이 인간의 영향으로 기온이 올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의 기온은 약 1.5℃ 높아졌고,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약 0.4℃ 낮아졌다는 것이 IPCC 저자들과 각국 정부 관계자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공식적인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과연 '남의 일'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장, 지금까지 진행된 온난화만으로도 가뭄은 늘고, 산불에 취약해졌으며, 홍수가 늘어났고, 바다는 점차 산성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IPCC의 설명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갈수록 점차 가속화하고 있는 온난화로 1980년대생 이후의 세대들은 죽기 전 '최악의 상황'을 마주하게 될 걸로 예상됐습니다. 이는앞으로 많은 청년 세대와 학생, 어린이들이 기후변화를 몸소 체감할 것이라는 뜻입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1980년대생의 경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2.4℃ 오른 상황을 겪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대생의 경우, 무려 4℃ 넘게 오른 지구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지구는 어떻게 될꺼요, SSP(공통사회경제경로) 시나리오를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습니다. IPCC는, 우리가 그 어떤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결국 1.5℃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설 거라 내다봤습니다. 당초 SSP 시나리오는 RCP(대표농도경로) 시나리오처럼 4가지의 시나리오가 공개됐었는데, 이번엔 경로가 5개로 이전 대비 1개 늘었습니다. 1.5℃ 목표 달성 자체가 기존 시나리오로는 불가능해졌기에, 이를 달성하는 시나리오를 새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시나리오에 따라 적게는 1.6℃, 많게는 4.4℃ 넘게 기온이 오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 가량 높아질 경우, 세계 각지의 도시에서 4억명 넘는 이들이 물 부족에 시달릴 걸로 예상됩니다. 또, 5℃가 오르면 육상 및 담수 생태계에서 최대 60%의 생물이 멸종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다가올 문제는 그저 '고온 현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금세기 말, 수산자원의 어획량은 15.5% 줄고, 농축산업 용도의 땅 가운데 30%가 농축산업에 부적합할 걸로 예상됐죠.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인간이 겪게 될 문제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당장 1.09℃ 오른 지금의 상황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보면 심각합니다. 이미 '50년에 한 번 겪을' 극한 고온은 산업화 이전의 4.8배가 됐습니다. 가뭄은 1.7배, 폭우는 1.3배 잦아졌죠. 우리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1.5℃가 오르면, 극한 고온은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가 됩니다. 그리고 2℃가 오르면, 극한 고온은 13.9배, 폭우는 1.7배, 가뭄은 2.4배가 될 전망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이처럼 뜨겁게 달궈지는 지구는 우리 인간에게도 당장 '물리적 위협'을 가합니다. IPCC는 이번 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 '열과 습도에 따른 연간 보건 위기 일수'를 담았습니다. 만일,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4℃ 이상 높아진다면, 적도 부근은 1년 365일 내내 보건 위기를 겪게 될 겁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가 속한 중위도 지역에선 열과 습도에 따른 연간 보건 위기 일수가 100일 안팎까지 늘어날 걸로 예상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이처럼 뜨거워지고, 폭우와 가뭄이 빈번해지는 상황은 비단 인간 그 자체뿐 아니라 우리의 '먹을 것'조차 위험에 빠뜨리고 맙니다. IPCC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만을 보더라도 기후변화로 농업 전반의 생산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오세아니아에선 기후변화가 일부 작물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지만, 대부분의 작물은 그 생산성에 타격을 입고 맙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IPCC는 종합보고서에 각 농축산물의 생산성 변화 양상도 담았습니다. 전 세계 주요 곡물 자원 중 하나인 옥수수의 경우, 점차 생산량이 줄어들 걸로 예상됩니다. 지구 평균기온이 1.5~2℃ 가량만 상승하더라도 극한 고온 현상과 각종 전염병 등의 영향으로 동시다발적인 흉작이 40%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쌀 역시, 지난 연재 〈[박상욱의 기후 1.5] 역대급 가뭄과 고온의 콜라보…식량안보 '위기'〉에서 자세히 다뤘듯, 기후변화로 인한 생산성 악화가 우려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또, 지구 평균기온이 1.5~2.5℃ 오르면, 해양 동물의 생물량(Ocean Animal Biomass)은 13%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됩니다. 어획량 또한 덩달아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195개국의 과학자들은 소와 닭, 돼지 등 가축들은 심각한 기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참사를 막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IPCC의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즉각적인 감축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10년이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더는 미뤄선 안 된다는 겁니다. 각각의 SSP 시나리오 5개가 나타낸 미래 모습을 보면, 특히나 그 시급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기존 4개의 감축경로(SSP5-8.5, SSP3-7.0, SSP2-4.5, SSP1-2.6) 가운데 1.5℃ 목표를 지킬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결국 SSP1-1.9, 소위 '최저배출 시나리오'라는 것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시나리오조차 금세기 중반, 기온은 1.6℃까지 오릅니다. 이후 하향세로 접어들면서 기온 상승폭은 다시 줄어듭니다. 이는, 그만큼 우리 모두가 급격한 감축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2021년 WG I의 보고서에서 위의 그래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보고서 저자인 말트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는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에겐 2030년까지 기다릴 만큼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량의 그래프를 '우상향'에서 '우하향'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탄소중립은, 1.5℃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마인스하우젠 교수는 그 이유로 '누적 배출량의 문제'를 꼽았습니다. 지구를 달구는 온실가스는 한번 뿜어져 나오면 매우 오랜 시간 대기 중에 머물게 됩니다. 이산화탄소만 하더라도 200년은 족히 존재하죠. 우리가 당장 오늘부터 탄소 배출을 '0'으로 줄인다 한들, 어제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200년 후까지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셈입니다.

 
IPCC 6차 평가보고서 저자인 말트 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가 JTBC와 인터뷰하고 있다.IPCC 6차 평가보고서 저자인 말트 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가 JTBC와 인터뷰하고 있다.
“기후과학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지금의 문제를 '누적 배출량'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 가능 총량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IPCC가 처음 보고서를 내놨던 1990년 당시엔 우리에게 약 1,500Gt의 탄소 예산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30년의 세월이 지나 6차 평가보고서를 내놓는 지금, 우리는 이미 이 중 3분의 2를 써버렸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탄소 예산은 500Gt 정도에 불과하죠. 지금의 연간 배출량을 유지만 해도, 15년이면 다 써버릴 양에 불과합니다.

더 일찍 감축에 나설수록,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에 더 연착륙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안팎 사이입니다. 2030~2035년 사이, 일단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으로 줄이는 것부터 달성하고, 이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야 하는 겁니다.”
말트 마인스하우젠 호주 멜버른대학교 교수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이산화탄소와 온난화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인간의 활동으로 뿜어져나온 이산화탄소 1,000t마다 지구의 기온이 0.45℃씩 높아진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1.5℃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 예산을 구할 수 있습니다. 2020년 기준, 남아있는 탄소 예산은 500Gt 가량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를 1.5℃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8%, 2035년까지 65%, 2040년까지 80% 줄여야 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나름의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기업과 기관들도 '넷 제로 목표 수립'을 홍보하는 요즘이지만,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는 요원해 보입니다. 이번 종합보고서엔, 지금까지 세계 각국이 내놓은 감축 정책들을 반영했을 때의 결과 예측 값도 함께 담겼습니다. 정부와 기업 기관의 정책과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나온 정책대로라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2100년 3.2℃까지 오를 전망입니다. SSP2-4.5 시나리오보다도 못 한 수준이죠. 1.5℃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연간 19~26Gt의 탄소 감축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이 IPCC의 설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AR6 종합보고서 발간 직후,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내놨습니다. 단순 목표만 제시하지 않고, 2030년까지의 감축 과정 또한 세부적으로 발표했죠.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그래프는 모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수년간 '제자리걸음'처럼 보일 만큼, 정부가 제시한 안은 '경로'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래프는 초기 완만한 기울기를 보이다 2030년 갑작스레 1년새 17.5%를 줄이는 모양새죠. 감축 초반, 가장 급격한 기울기를 보였던 IPCC의 SSP-1 1.9 시나리오와는 정반대입니다.

앞서 마인스하우젠 교수가 설명한 누적 배출량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에도, 여기엔 커다란 문제점이 있습니다. 얼핏 2030년이라는 시점에서만 봤을 때엔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그에 앞선 10년 가까운 기간, 배출량은 계속해서 상당한 수준을 유지하게 됩니다. 선형적으로 감축했을 때에 비해 앞으로 10년의 시간 동안 뿜어낸 온실가스의 양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1톤, 1톤의 이산화탄소가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Every ton of CO2 adds to global warming)”고 강조하곤 합니다.

이러한 미래 배출량 추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그래프 모습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감축의 부담을 미래로 미뤘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런데, 비단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다른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는데요, 과연 우리의 전략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다음 주 연재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 대응 남은 시간, 10년뿐"…'조삼모사', 'NIMT'로 빛바랜 많은 이들의 노력 (상)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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