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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꿈 앞에 늦은 나이는 없다...체흐, 아이스하키도 우승하나

입력 2023-03-25 07:53 수정 2023-03-2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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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체흐 맞습니다. 마흔하나, 지금은 아이스하키 선수입니다. 지금도 맨 뒤에서 골문을 지킵니다. 항상 쓰던 머리 보호대 대신 제대로 된 헬멧을 하고 있다는 게 달라졌을까요. 뭘 막아내는 것, 체흐에겐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체흐는 2019년 은퇴 후 4개월 만에 아이스하키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엔 길드포드 소속으로 골문을 지켰습니다. (사진=체흐 페이스북 캡처)체흐는 2019년 은퇴 후 4개월 만에 아이스하키에 뛰어들었습니다. 처음엔 길드포드 소속으로 골문을 지켰습니다. (사진=체흐 페이스북 캡처)
2019년 아스널에서 은퇴한 뒤 4개월 만에 아이스하키에 뛰어들었습니다. 뜨악했죠. 축구랑 아이스하키는 너무나 다른 스포츠여서 한 번 놀랐고, 은퇴하고 힘든 운동을 더 하나 싶어서 또 한번 놀랐습니다. 취미 삼아 하는 도전이겠거니 생각했죠.
그런데 심심풀이로 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체흐는 또 한번 우승컵을 들어 올릴 기회를 잡았습니다. 체흐가 속한 첼름스퍼드는 영국 내셔널리그 디비전1 사우스컵(아이스하키 3부리그) 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첼름스퍼드의 주장이 내놓은 평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체흐는 우리 팀에 침착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 섞여 농담을 던지고 웃음을 준다. 우리에게 지혜로운 말을 건네는데,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영국 'BBC')
 
체흐는 은퇴 후 첼시의 테크니컬 디렉터도 겸했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 이 자리를 맡다 물러났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체흐는 은퇴 후 첼시의 테크니컬 디렉터도 겸했습니다. 지난해 여름까지 이 자리를 맡다 물러났습니다. (사진=AP연합뉴스)
체흐의 아이스하키 경기를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가 어린 선수들과 어떤 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골키퍼는 쏟아지는 슛만 막아내는 게 아니라 그 앞에 선 동료들과 함께 상대의 공격을 미리 어떻게 차단하느냐도 중요하죠. 체흐는 '함께 하는 수비', '다 같이 뛰는 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냉정하게 차분해질 수 있는 그 경험을 얘기해주면서. 그러다 보니 승리가 쌓이고 우승 도전까지 이어지는 거겠죠.

 
체흐는 2006년 경기 중 머리를 다쳐 이후 보호대를 쓰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사진=체흐 페이스북 캡처) 체흐는 2006년 경기 중 머리를 다쳐 이후 보호대를 쓰고 경기에 나섰습니다. (사진=체흐 페이스북 캡처)
한번 골키퍼는 뭘 해도 못 막는 게 없는 것일까요. 어떻게 좋은 골키퍼가 됐을까요. 빠른 손, 빠른 발을 끌어내기 위해 뛰어든 훈련도 가지가지였습니다. 여느 골키퍼처럼 '손과 눈의 협응 능력'(Hand-Eye Coordination), 다시 말해 눈과 손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신경을 썼죠. 테니스공은 기본이고 탁구공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기계를 놓고 훈련한 일화도 소개됐습니다. 계속 튀어나오는 작은 공을 한손으로 잡아내기도 하고, 색깔을 표시한 공을 잡으면서 어떤 색인지 말하기도 하면서 잠재된 몸의 다양한 능력을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체흐는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에 집중하고, 시야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뇌가 공을 잡는 것 이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뭔가 더 좋은 것을 얻으려면 뭔가 더 나가는 도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체흐는 요즘 축구장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첼시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화양연화'를 열었던 최고의 골키퍼였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체흐는 요즘 축구장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첼시의 아름답고 찬란했던 '화양연화'를 열었던 최고의 골키퍼였습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19년 한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어떤 나이에도 배울 수 있는 도전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가끔 '배우기에 너무 늦었어요'라 말한다. 그것은 아니다.”

체흐는 '꿈꾸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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