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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나무냐 이쑤시개냐' 흉물처럼 변해버린 가로수, 왜

입력 2023-03-22 20:34 수정 2023-03-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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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구잡이로 가지치기를 하다보니 흉물처럼 변해버린 가로수들이 있습니다. 모양만 이상한 게 아니라, 나무 속도 썩어들어가면서 쓰러질 위험도 크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현장에 가봤습니다.

[기자]

도로쪽으로 나있는 벚나무 가지들이 모두 잘려나갔습니다.

잘린 단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서 아래쪽까지 썩기 시작했습니다.

제 손 하나가 들어갈 정도로 안쪽까지 썩었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해충이 나무를 갉아먹고 나온 부산물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중태/나무의사 : 벚나무는 이렇게 강한 전정(가지치기)을 하면 이게 오래 살지 못해요.]

광주광역시의 한 가로수길.

메타세쿼이어 나무들이 이쑤시개 모양으로 잘려있습니다.

[이경숙/광주광역시 신안동 : 앙상해 갖고 좀 초라해 보이잖아요. 짜임새도 없고…]

경남 합천의 가로수길입니다.

여기 이 나무들은 은행나무인데요.

옆에 있는 전봇대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몸통만 남아있습니다.

은행나무 열매 냄새가 심해서 자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지자체 설명입니다.

충북도청 앞을 86년 동안 지킨 향나무도 지난달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렸습니다.

[김미영/청주시 수곡동 : 나무를 너무 많이 쳐 놓은 것 같은데요. 거의 향나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도청 측은 건물 앞에 새로 만든 조명을 더 잘 보이게 하려고 가지치기를 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범찬/충청북도 청사시설팀장 : 저희들이 지금 (가지치기)하지 않으면 나무가 계속 기울어지고 또 건물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나무의 모양을 고려하지 않고 굵은 윗부분을 잘라내는 것을 '무리한 가지치기'라고 말합니다.

이런 가지치기를 한 나무들은 어떤 상태일까, 전문가들과 음파측정 장비로 진단해봤습니다.

기둥 안쪽에 파란색 부분이 눈에 띕니다.

세균에 감염돼 썩고 있는 부분입니다.

[김철응/한국가로수협회 이사 : 이 나무들은 지금 이 부분이 전부 다 사실 비어 있을 거예요.]

썩기 시작한 나무줄기는 강한 바람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철응/한국가로수협회 이사 : 태풍이 많이 올때 전국적으로 따지면 6천주에서 1만주 정도 (나무가) 피해를 본다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가 덮쳤을때도 가로수가 쓰러져 인명피해가 나기도 했습니다.

지자체가 가지치기에 쓰는 예산은 해마다 수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나무에 피해가 없는지,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김민경/ 서울기술연구원 주거환경연구실 연구위원 :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나뭇잎이 자라는 부위에 4분의 1 이상은 제거하지 말 것을 명시…]

환경부는 이번달 말까지 관련 규정을 만들기로 했지만, 권고차원이라서 지자체에 강제력은 없는 상황입니다.

[최진우/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 과도한 가지치기는 기술이 부족한 미용사가 큰 가위를 들고 사람의 머리를 싹뚝 자르거나 바리캉으로 밀어버리는 행위와 똑같습니다.]

건물을 가려서, 낙엽이 많이 생겨서 올해도 수많은 나뭇가지들이 잘려나갔습니다.

가지치기는 필요한 일이지만 기둥까지 무작정 잘라버린다면 나무는 병들고, 그 피해는 우리에게도 돌아옵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 인턴기자 : 정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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