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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담장 허문 윤 대통령, 국내 반발 직면…민주 '태극기 달기 운동'

입력 2023-03-2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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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한일 관계는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죠. 오늘(2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회담을 잘했다는 여론보다는 잘못했단 여론이 더 많았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태극기 달기' 운동까지 벌이며 맹공을 폈는데요.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제12회 국무회의 (어제) :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됩니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됩니다.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대국민 담화 같았던 윤석열 대통령의 어제 발언, 한일 정상회담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일 외교를 함께 언급하며 양 진영 모두를 향한 설득전에 나섰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어제) : 당시 굴욕적이고 매국적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박 대통령은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일본이라면 무조건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 바로 굴욕적 자세라고 지적했습니다. 부침을 거듭하던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었습니다. 김 대통령은 오부치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선언했습니다.]

23분, 이례적으로 발언이 길었던 건, 국내적으론 한일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여론의 반발에 부딪혔다는 평가 때문인 듯 합니다. 실제 오늘 발표된 쿠키뉴스와 데이터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지난 회담을 잘했다는 평가는 38.8%였고, 잘못했다는 평가는 60%에 육박한 58.6%였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평가가 담긴 여론조사 결과와는 정 반대인데요. 성향별로 살펴보면 중도층에서 잘했단 평가는 32%인 반면, 잘못했단 평가는 66.5% 로 전체 국민보다 부정평가가 높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진보와 보수층의 긍정·부정 여론은 상반돼있는데, 특히 진보층의 경우는 잘못했단 여론이 80%를 넘어 압도적이었는데요. 다만 이 조사는 윤 대통령의 어제 담화 전 19~20일에 진행됐습니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여론에 발맞춰, '대일 굴종외교' 규탄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섰습니다. '역사를 팔아 미래를 살 수 없다'는 스티커를 각자 자동차에 붙이는 겁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태극기를 다시 우리 손에 들고, 각 가정에 게양하고, 차에 붙이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일본에 끌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아주 당당한 자주독립국임을 우리 국민들 스스로 보여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 중에서, 특히 '일본이 수십차례 사과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더이상 사과는 없다'는 기조였던 아베 전 총리나 자민당 극우 의원의 발언인 줄 알았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의 말부터 차례로 들어보시죠.

[제12회 국무회의 (어제) :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아이고, 또 사과해야 돼? 또 사과하란 말이냐?' 이런 태도를 취하는 가해자가 과연 진짜 사과를 한 것이겠습니까?]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더 이상의 사과를 거부했던 아베 전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아닙니다. 최소한 반성문이라도 읽을 줄 알았던 우리 국민은 또다시 절망해야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가 한일관계를 악화시켰다면서,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해제한 점을 성과로 꼽았는데요. 민주당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덕에 '소부장' 즉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이 기술독립을 이뤘다며, 윤 정부가 우리기업 지원 예산을 삭감했다고 질타했습니다.

[제12회 국무회의 (어제) : 용인에 조성될 예정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반도체 첨단혁신기지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우리 정부의 소부장 독립정책에 의해서 상당 부분의 일본 소부장 산업들이 우리 국내 산업으로 대체됐습니다. 대체 누구를 위한, 어느 나라 산업과 기업을 위한 정책입니까? 일본을 위한 대통령인지, 대한민국을 위한 대통령인지 우리 국민들께서는 헷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한일 정상회담 비판, 과도한 '반일 프레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구한말에 쇄국정책을 고집하면서 내부 권력투쟁에만 골몰하던 국가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쳤습니다. 국민들을 엄청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죠. 민주당이 그와 같은 과거의 행태를 답습하다가는 역사적 죄를 짓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어제 발언엔, 논란이 된 내용들도 빠져있었죠. 한일 간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 등이 대화테이블에 올랐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겁니다. 국민과의 대화나 기자회견 형식이 아니라, 장관들과 하는 국무회의 일부를 중계한 거기 때문에, 물어볼 기회도 없었는데요. 민주당은,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국회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여야 협상 실무를 담당하는 진성준 원내 수석입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SBS '김태현의 정치쇼') : 일본 언론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양해해 달라고 일본이 요구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그런 논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도 시인하지 않고 있어요. 또 그뿐입니까? 독도 문제도 거론했다. 일본은 어떤 입장이었고 우리 대통령은 어떤 입장이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되겠고…]

진 의원은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뒤집은 건 헌법, 즉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탄핵'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진성준/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SBS '김태현의 정치쇼') :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대통령이 잘못된 신념으로 헌법과 법률에 반해서 국익을 팔아넘겼다라고 하는 것이 명백해진다고 하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지요.]

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시는 건가요?) 대통령이 잘못된 신념으로 헌법과 법률에 반해서 국익을 팔아넘겼다라는 것이 명백해진다고 하면 그 책임을 피할 수 없지요.

다만 민주당 내에선 정상 간 대화는 국가 기밀로 보호해야할 사안들이 많아 공개적인 '국정조사'는 현실적으로 어렵단 얘기도 나왔는데요. 외통위 소속 우상호 의원입니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외교 자체가 참사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저는 외교적 기밀까지 다 공개해가면서 국정조사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청문회를 열고 공개와 비공개로 나누어서 진행한다면 몰라도 모든 걸 공개하는 국정조사 방식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탄핵까지 언급하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간 처사라고 했는데요. '학교폭력' 학폭에 빗대 '국폭', 즉 국회 폭력 이라고 했습니다.

[장동혁/국민의힘 원내대변인 :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외교적 결단까지 국정조사를 들이대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처사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국정조사나 탄핵까지 멋대로 휘두르겠다고 덤비는 것은 국회의 권한을 넘어 헌법질서 파괴행위이자 국회 현장 폭력행위, 한마디로 국폭에 해당합니다.]

국회에서의 여야 공방, 자칫 첨예한 충돌로 흐르기 쉽죠. 외교부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어제 외통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경쟁하듯 태극기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민주당이 '천공'의 발언을 재생하자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김경협/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 : 친일·대일 외교의 기조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를 바로 이 천공의 지침을 보면은 알 수 있습니다. {위원장님!} 이것은 제2의 태블릿이고 천공 선생… {천공까지를 왜…} 방해하지 마세요. 방해하지 마세요. {천공이 여기서 왜 나옵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관계있습니다. {현안질의 합시다. 현안질의!} 이게 지금 현안하고 직결되어 있는 겁니다. {어떻게 현안하고 직결… 이 외교가 지금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를 지금 밝히고 있는 거잖아요. 질의 방해하지 마세요! 태영호 의원님! {왜 이렇게 천공 이야기만 나오면 부르르 떠십니까!} {아니! 대통령의 방일하고 천공 얘기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위원장님! 저렇게 방해하는 경우에는 경고를 내려주십시오. 이것은 최순실에서 천공으로 바통터치된 제2의 국정농단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인지 아니면 천공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합니다.윤 대통령은 천공의 교시에 따라서 움직이는 과연 허수아비인가.]

다시 윤 대통령 얘기로 돌아가면요. 야당을 포함한 국내 반발 여론에 직면한 한편, 일본의 추가 조치도 이끌어내야 하는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해있죠. 윤 대통령은, 어제 비공개 회의에서 일본 야당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고 합니다. 입헌민주당 지도부가 "곧 방한해서 한국 야당의원들을 만나 설득하겠다"고 했다는 건데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본은 여야없이 한일 관계 개선을 환영하는데 한국 야당은 반대만 하고 있어 부끄럽다는 것"이란 해석을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에선 즉각, 일본은 국익에 충실한 거라며, 윤 대통령이 우리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면 앞장서서 일본 의원들을 설득했을 거라고 반발했습니다.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입헌민주당 의원도 기본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위해서 뛰죠.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피해자 문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한·일 간의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신다면 제가 먼저 앞장서서 일본 의원들을 설득하고 일본 사회에 가서 우리 입장을 설명하겠습니다.]

일본 입장에선 여당이든 야당이든 윤 대통령의 '제3자 변제안'을 비롯한 결단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죠. 실제로 한국 내 여론 악화를 우려해, 윤 대통령의 조치에 호응하자는 정치권 내 여론이 있다고 합니다.

[구로다 가쓰히로/산케이신문 객원논술위원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일본에서 그런 우려가 없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 시절에, 그 시기에, 시대에 될 수 있는 대로 윤 대통령이 잘할 수 있도록 국내 정치에 있어서도 뭔가 도와주자. 위안부 합의서처럼 되지 않도록 이 시절에… 협조, 협력, 지원을 많이 하자, 그런 분위기가 돼 있다는 거예요.]

한일 정상회담 이후의 한일 관계, 어떻게 될까요. 직접 통화해 본 결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렸는데요. '신뢰 회복을 위한 시작'이라며, 일본이 좀 더 진솔하게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단 의견도 있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강경했던 아베 전 총리와는 좀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며, 일본 내 정치 지형을 고려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Q. 이번 한·일 회담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높은데?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이번 회담이 사실은 부족하다라는 한국의 여론이 많은데…} 시작 지점이냐, 이게 결말이냐. 시작이라는 점에서 보면 앞으로 만들어가야 될 부분이 많다는 것을 말씀을 드릴 수 있고, 앞으로 해야 될 경제 협력, 안보 협력 이런 것을 통해서 시너지 효과가 점차적으로 한·일 간에 신뢰를 회복하고 앞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면, 일본도 이전에 했던 여러 가지 연설 또는 담화에서 나타난 통절한 사죄와 반성이라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진솔하게 나올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

Q. 위안부·후쿠시마 수산물 문제 등 한·일 회담 뒷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는데?

[진창수/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정치부회의와의 통화) : 보수 세력들은 아베 수상이 갖고 있었던 사죄와 반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에 대해서 기시다가 더욱더 양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굉장한 경계심과 초조감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일본 내에서도 그런 언론을 둘러싸고 가짜뉴스도 내고 일본 정치적 지형이라든지 이런 그룹들을 좀 더 우리 편으로 잘 끌어들여서 여론을 좀 더 확산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반면 일본과 미국에 일방 치중하는 외교로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익을 챙기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지금은 '미·중 간 경쟁'은 치열해지고 '북핵 위기'는 고도화되고 있는 복합적인 상황인데, 윤석열 정부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본과 미국은 우리 편이니 마냥 자애롭게,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대해선 아주 가혹하게" 대하는 방식으로, 실용적인 위기대응이 가능하겠냐고 했습니다.

[홍현익/전 국립외교원장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대통령뿐 아니라 참모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흑백론 그리고 내 편이냐, 너 편이냐. 북·중·러하고 한·미·일 간의 갈등 구도가 다시 재현이 된다면 북핵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평화 통일, 북한 급변 사태 때 원활한 수습, 이게 다 어려워져요.]

한미 정상회담 후폭풍, 당분간 계속될 듯 한데요. 최소 5월 일본의 G7 초청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시다 총리가 어떤 '조치'를 내놓을 때까지는 국내 반발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윤 대통령, 국내 반발…민주 '탄핵' 언급하며 '태극기 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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