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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눈발에도 타워 올라갑니다"…안전 위해선 '불법 다단계' 풀어야

입력 2023-03-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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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건설현장 불법을 엄단하겠다며 특히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이른바 '월례비'에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현장을 살펴봤는데 월례비는 많이 사라졌지만 타워 크레인 기사들이 지적했던 안전 문제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전 문제를 지적하면 태업하냐라는 압박이 돌아왔습니다.

박민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타워크레인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쉴새없이 자재를 나릅니다.

2명이 내려받습니다.

한 명은 무전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작업을 하면 안 되는 신호수입니다.

[김경수/한국노총 타워크레인노조 국장 : 원칙적으로는 3명이 1조가 돼서 작업하게 돼 있습니다. 신호수가 줄걸이 작업자랑 병행해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거죠.]

대형 거푸집을 옮기는 것도 타워 몫입니다.

당장 떨어질 듯 흔들리는데, 안전장치는 없습니다.

그 위에서 해체 작업을 합니다.

지상에선 수십미터에 달하는 거푸집을 그대로 넘어뜨립니다.

바람이 불고, 눈발이 날려도 작업은 이어집니다.

월례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건설사도 기사들도 눈감아 온 위험 작업입니다.

정부는 이 돈을 문제 삼았습니다.

기사들은 이 돈 안 받고 안전하게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정부는 '태업'이라고 압박했습니다.

[유상덕/한국노총 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 : 원청사의 허락 없이 타워 조종사가 스스로 판단해서 중지하거나 이럴 경우에는 (면허) 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고…]

지난 주에는 대형 거푸집이 바람에 날려 크레인 조종석을 덮쳤습니다.

하마터면 인명 피해까지 날 뻔했습니다.

[임정원/민주노총 건설노조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 : 밑이랑 위랑 진짜 천지 차이입니다. 위에서 바람이 불 때 밑에 계신 분들은 몰라요, 바람이 그렇게 센지. '괜찮은 것 같은데 좀 해주시죠'…]

태업으로 몰릴까 하는 걱정에 위험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고 노동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앵커]

건설현장의 안전은 왜 이처럼 지키기 어려울까. 현장 노동자들은 소속 회사 따로, 지시하는 사람 따로인 복잡한 하청구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박민규 기자가 이어갑니다.

[기자]

월례비 근절 선언 뒤에도 노사 갈등은 그대로입니다.

'준법 근로'하는 기사는 쓰지 않겠다는 업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영훈/민주노총 건설노조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 : 52시간을 지키겠다는 이유로, 위험 작업을 안 하겠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고…교섭 자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건설현장이 안전해지려면 이 문제 살펴봐야 합니다.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불법 다단계 구조입니다.

조희선 씨는 30년 넘게 타워크레인을 몰았습니다.

그런데 소속된 곳 따로, 일하는 곳 따로입니다.

[조희선/33년 차 타워크레인 기사 : 임대사는 이제 저희한테 월급을 주는 회사가 되는 거고요. 일은, 지시는 원청에서 받고…]

시공사는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줍니다.

여기에 토목과 기계, 전기 등 여러 갈래로 또 내려갑니다.

타워 기사들은 이런 재하청 구조 속에서 다른 업체 지시를 받습니다.

[김경수/한국노총 타워크레인노조 국장 : 불법 작업을 지시한 원청이나 단종사(전문업체) 그 사람들은 어떻게 제재할 거예요. 지시한 대로 한 사람이 죄가 다 덮어 쓰이고 악마화되고…]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갈길 바쁜 건설사들도 피해를 봅니다.  

노동자만 비난하는 걸 넘어 원하청 노사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송민지 /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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