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뉴스룸이 취재한 소식입니다. 최근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그리고 일부 피해자들의 은행 계좌를 들여다봤습니다. 영장까지 발부받았는데, 영장에는 이유가 범죄수사로 돼 있고, 대상자는 모두 450명입니다.
먼저 최광일 PD입니다.
[최광일 PD]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남편을 잃은 아내.
[최모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집에서 저녁까지 다 먹고 이제 소화시킬 겸 산책으로 나간 건데…]
참사 악몽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모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그나마 제가 버틸 수 있는 건 (남편이) 저를 구해주고 갔다고 생각해서 그나마 버티는 거 같고…]
그런데 참사 넉달 후 죽은 남편 이름 앞으로 날아 온 은행 통보서.
서울경찰청에서 '수사 목적'으로 요청한 남편 카드 인적사항을 제공했다고 쓰여 있습니다.
[최모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일단 제공 사유에 영장이라고 쓰여 있고 영장번호 막 이렇게 쓰여 있으니까 마치 내가 범죄자가 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죠.]
일주일 뒤 본인에게도 같은 내용의 통보서가 전달됐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물론,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까지 금융정보에 대한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일부 영장엔 이유를 '범죄 수사'로 또 다른 영장엔 '계좌거래내역'도 들여다 봤다고 돼 있습니다.
[담당 경찰 : {지금 피해자라고 말씀하신 대상이 어떻게 선정된 대상이에요?} 사망자 158분하고 피해자, 부상자 280분이거든요. 282분, 총 450명.]
경찰이 밝힌 영장 목적은 참사 당시 무정차 조치를 하지 않은 이태원역장에 대한 수사.
하지만 역장 수사 때문에 필요했다면 유족들이나 부상자들에게 사전에 동의를 구하는 게 먼저였다며, 울분을 터뜨립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담당 경찰 대화 : 제가 부상자기도 한데 제가 유가족이기도 하거든요. {네, 아. 그러세요. 누구시죠? 피해자분이?} 그건 그래서 지금 그럼 다른 은행에서도 계속 이게 (영장) 알림이 올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네, 맞습니다.}]
[앵커]
수사기관은 이태원 역장 혐의와 관련해 참사 당일 피해자들이 이태원역을 이용했는지 보기 위해 교통 카드 내역을 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교통 카드 내역뿐만 아니라 입출금 내역도 확인했습니다. 피해자들은 2차 가해라고 했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정아람 기자]
이태원 참사로 딸을 잃은 이정민 씨에게 날아온 은행 통지서입니다.
[이정민/이태원 참사 유족 부대표 : 도대체 이게 뭐냐, 어떠한 설명도 없이 갑자기 아이를 수사했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이게 사실 분노가 참을 수가 없는 정도였죠.]
유족들의 잇따른 반발에 경찰은 희생자와 생존자들이 당시 이태원역을 이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통카드 내역만 조사하는 차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은 박모 씨가 받은 통지서.
'교통 카드 사용 내역'이 아닌 '입출금 내역'입니다.
[박모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정말 카드 내역만, 대중교통 카드만 이용한 건지 아니면 전체 계좌를 뭘 또 다른 걸 수사하려고 거래내역을 전체 조회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JTBC 취재 결과, 일부는 교통카드와 상관없는 금융 거래 내역까지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담당 경찰 : (은행) 담당자의 착오로 온 거로 저희는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렇게 판단하고 아마 파기됐던 거로…]
피해자들은 '2차 가해'라며 울분을 토로합니다.
엉뚱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닌지도 의심할 정도입니다.
[박모 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이번 거래내역 조사한 것도 그거 마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너무 생각이 듭니다.]
사전 동의 없이 계좌를 털었다는 통지서에 참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립니다.
[A씨/이태원 참사 생존자 : 안 힘들고 싶은데 자꾸 국가가 힘들게 만들어요, 저를. '이런 걸 할 거다' 계획서를 저희한테 보낸 것도 아니고 그냥 통보한 거잖아요.]
[앵커]
과거에도 경찰은 이태원 역장 관련 수사라며 피해자들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하려 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검찰이 막았습니다. 2차 피해와 인권 침해 우려가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이번에는 오히려 검찰이 수사 대상을 더 늘렸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이호진 기자]
지난해 11월,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교통카드와 발급한 신용카드 전부에 대해 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이태원 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2차 피해와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려했습니다.
[경찰 관계자 : {인권 문제로 불청구했었던 게 맞는지…} 취지는 그게 맞았던 거로 알고 있습니다.]
두 달 뒤인 지난 1월 13일, 경찰은 역장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피해자들이 직접 지하철을 이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경찰이 계좌에 대한 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이번엔 검찰은 이를 받아줬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 요청 시간도 4시간에서 하루로 늘고, 대상도 희생자 뿐 아니라 생존자 250여 명을 추가했습니다.
서울서부지검은 JTBC 취재진에게 "역장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수사기관에서도 다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경찰 관계자 : 수사나 재판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거는…명확히 끝났다고 볼 수는 없어요.]
유족과 피해자들은 사전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납득할 수 없는 금융 정보 수집이 국가에 의한 2차 가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주희/변호사 : 유가족협의회나 시민대책회의 쪽에 어떠한 사전 통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수사를 하신 것인데, 이거 자체가 우리 유가족분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고…]
(VJ : 김민재·장지훈·한재혁·박서혜 / 리서처 : 김채현·고선영·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