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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쓰레기 태워 만드는 시멘트…수상한 연기 정체는

입력 2023-03-2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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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쓰레기를 태워서 시멘트를 만드는 공장 근처에 가봤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연기가 구름 띠처럼 하늘을 덮고 있었는데요.

이 연기의 정체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캄캄한 새벽 5시.

해발 600미터에 오르자, 마을의 모습이 보입니다.

야간투시경을 켜봤습니다.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산 위로 구름 띠를 만듭니다.

바람과 함께 빠르게 퍼져나갑니다.

안개구름처럼 보이지만 시멘트 공장의 연기입니다.

[주동식/주민 : 약간 누런…뭐가 섞여 있는지 모르죠.]

연기는 하늘이 맑은 가을에 더 잘 보인다고 합니다.

[주동식/주민 : {언제 촬영한 거예요?} 작년 9월 1일에. 날씨가 청명하고 좋아서. 공장 위에만 띠가 형성돼서 아주 뿌옇게…]

마을을 돌아봤습니다.

[김명순/주민 : 냄새가 나서 못 살겠어요. 먼지도 먼지지만 냄새가 그렇게 지독스러워.]

비닐하우스엔 시커먼 가루가 쌓였습니다.

시멘트 분진이 바람에 날려 장독대에 내려앉았습니다.

손으로 만져보니 회색빛을 띤 가루가 묻어나옵니다.

[석창화/주민 : 이게 다 사람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에요. 다 먼지죠. 눈에 안 보여도 콧구멍 다 들어간다고.]

또 다른 시멘트 공장이 있는 강원도 영월입니다.

이곳에서도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시멘트는 소성로라고 불리는 가마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가마를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해봤습니다.

섭씨 1450도에서 폐플라스틱과 폐타이어 등 쓰레기와 석회석을 태워 시멘트를 만듭니다.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취지로 소각장처럼 쓰고 있는 겁니다.

이때 공기에 포함된 질소가 고농도 질소산화물로 바뀌어 가마 밖으로 나옵니다.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환경부는 지난 2020년 시멘트 공장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을 80ppm으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 이전에 지은 공장은 270ppm으로 기준이 훨씬 느슨합니다.

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중국의 기준이 24.3ppm으로 우리나라보다 엄격할 정도입니다.

국내 시멘트 공장 12곳은 모두 2007년 이전에 세워졌습니다.

새로운 배출 기준인 80ppm이 적용되지 않지만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2021년 한해에만 배출 기준을 초과해 적발된 사례가 1700건이 넘습니다.

그런데도 공장들은 "환경부 지침을 잘 지키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합니다.

[환경부 대기관리과 : 옛날 시설 같은 경우엔 아무리 시설을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새로 짓는 것만큼의 효율을 나타내기 좀 어려운…]

전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인 오늘도 시멘트 공장의 연기는 구름 띠를 만들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쓰레기를 태워 시멘트를 만드는 일이 재활용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재활용이 오히려 대기오염을 부추긴다면 그 정책은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VJ : 김대현 /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인턴기자 :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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