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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일본인 마음 여는 데 성공" 민주 "청구서만 받아와"

입력 2023-03-20 18:23 수정 2023-03-22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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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20일)은 일본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와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했다고 일본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죠. 대통령실은, 일본에서 근거가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나오는데 대해서 외교당국이 유감을 표현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논란,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이도운/대통령실 대변인 (어제) : 대통령이 16일 호텔에 도착했을 때 대통령 일행을 보고 로비에 있던 일본인 몇 분이 박수를 쳤습니다. 일본에서는 굉장히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합니다. 숙소를 떠나서 공항으로 갈 때 호텔의 모든 직원이 일렬로 도열해서 대통령 일행이 떠난 후까지 계속 박수를 쳤습니다. 이 정도면 일본인의 마음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나…]

지난 한일 정상회담과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외교, 대통령실은 "커다란 성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일 관계에서 유리한 위치가 됐을 뿐 아니라 한미일 관계, 국제관계에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우리 정부가 먼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물 반컵을 채웠으니 일본이 '성의있는 조치'로 나머지 반을 채울 거라는 게 우리 정부의 기대였죠. 그런데 일본은 이렇다할 성의를 보이진 않았습니다. 대통령실은 어제 기시다 총리를 향해 "후속조치로 호응하라"고 말했는데요. 12년만의 셔틀외교, 기시다 총리의 답방일정은 아직 미정이지만, 이번에 못한 호응을 다음번엔 해야할 거라고 압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도운/대통령실 대변인 (어제) : 양자 관계에서 보기 드물게 양국의 여론이 일치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지도자로서 한·일 미래 관계를 위해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기시다 총리도 호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오늘 현재까지는 윤 대통령이 받는 관심이 더 큽니다만, 일본 정부의 후속 조치를 통해서 기시다 총리도 함께 주목받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일본이 호응은커녕 우리 정부에 추가 요구를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를 요구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오늘 보도한 겁니다. 정상회담 직후에는 일본이 위안부 합의 이행뿐 아니라 독도 문제를 거론했단 보도도 있었죠. 모두 우리로선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문제들인데요. 대통령실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적이 없고, 후쿠시마 오염수와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선 "어떤 얘기를 했는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과학적 안전 국민 정서 측면이란 전제조건을 달았는데요. 정식 '의제'라고 하긴 어렵지만 대화에 올랐다는 건 시인한 거란 해석이 나왔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 (음성대역) : 정부 원칙은 있습니다. 과학적 측면이 있고, 국민 정서 측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확인되지 않으면 위험한 요소가 있는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일본 측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단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들은 구체적 답변을 피했는데요. 박진 외교부 장관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상회담 대화는 다 공개 못한다"고 했습니다. 일본은 화해치유재단 기금 중 잔금 56억원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라는 입장인데, 피해자들은 수령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죠. 김태효 1차장은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위안부 합의 당시 외무상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3년 뒤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해버렸단 취지로 말했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제1차장 (YTN '뉴스와이드' / 지난 18일) : 정상회담에서 오고 간 정상들과의 대화는 공개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이 돈을 앞으로 정부가 또 바람직한 데, 청년의 교류를 위해서 사용할 수는 있겠으나 위안부 합의가 계속 존중되고 일본이 했던 그 당시의 발표가 유효하기 때문에 앞으로 양국이 추가로 할 조치는 남아 있지 않다.]

민주당은 '굴욕외교'이자 '조공외교'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강제동원 배상을 비롯한 공식 의제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일본이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까지 논의테이블에 올려서 '청구서'만 받아왔다는 게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전체적으로 보건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입니다.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것도 모자라서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부정했다는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합니다.]

민주당은 국회차원의 조치뿐 아니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요. 실제 민주당은 지난 주말 시민사회단체들과 거리로 나갔죠. 이 자리에서 이 대표의 발언도 들어보시죠.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18일) : 선물 보따리는 잔뜩 들고 갔는데 돌아오는 길은 빈손이 아니라 청구서만 잔뜩 들고 왔습니다. 아무리 불법이라도, 아무리 위헌적이라도, 아무리 상식에 반해더라도 일본의 비위만 맞출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 이런 굴욕적 태도 아닙니까, 여러분!]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전히 구한말식 '죽창가'를 외치며 '수구꼴통' 같은 반일 선동질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일 관계가 꼬이면서 잃어버린 경제효과가 20조에 달한다는 보도를 언급하면서, 양국 간 수출과 투자 복원을 더이상 늦출 수 없다고 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 : 한·일 관계 정상화가 늦어지는 순간 우리의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 자명한데도 과거 민주당 정권처럼 방치만 하는 것은 올바른 지도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민주당의 당리당략적 반일 선동을 초월하여서 미래를 위한 결단, 경제와 안보를 위한 결단으로 국익 극대화를 위한 외교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겠습니다.]

한일 의원연맹 회장으로 이번 회담에 동행했던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도, 반일 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GDP 차이는 고작 몇백불 수준, 이라면서 '식민지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정진석/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이미 일본을 우리가 추월하는 선상에 있다고 봐요. 당당하게 일본을 대하자.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 이제는 우리가 일본을 추월하는 게 시간문제입니다.]

지금부턴 당당하게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따져보려고 합니다. 먼저 국민의힘이 말한 경제적 성과부터 따져보면요. 일본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수출규제를 해제하고 우리 정부도 WTO제소를 취소했죠. 다만 '화이트리스트 복귀'에 대해선 양국의 생각이 좀 다른 듯 합니다. 우리 당정, 즉 우리 정부와 여당은 양국이 화이트 리스트 복귀에 합의한 만큼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강민국/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어제) : 양국이 상호 '화이트리스트'의 원상 회복에 합의한 바, 양국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원상 회복에 합의했다고 보진 않는 듯 합니다. 한국의 자세를 지켜보겠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일본 경제산업상 (현지시간 지난 17일) : (화이트리스트의 원상 복귀는) 한국 측의 대응에 달려 있습니다. 한국 측의 향후 자세를 신중하게 지켜볼 것입니다.]

민주당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는데요. '퍼주기 외교' 아니냐는 겁니다.

[서영교/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없고 윤석열 대통령은 셀프 WTO 제소 취하를 했습니다. 일본은 독도 도발을 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도발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굴종외교, 조공외교 원천무효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실에선 양국간 친교 강화를 가장 큰 성과로 꼽았죠. 12년 만에 셔틀외교가 복원됐다면서, 양국 정상이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번 만찬을 했습니다. 특히 2차에선 '오므라이스'를 안주로, 우리 소주에 일본 맥주를 탄 폭탄주를 두고 양국 정상이 러브샷까지 했다고 하죠.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1박 2일간의 방일 동안 전직 총리를 포함해 12명의 정치인들을 만났습니다. 일본의 야당 입헌민주당을 만났을 땐 일본 술, 사케를 선물 받았다고 하는데요. 게이오대에서 한 강연에선 대학교 새내기의 질문도 받았다고 합니다. 답변까지 들어보시죠.

[이도운/대통령실 대변인 (어제) : 연설이 끝난 뒤 게이오대 1학년 학생이 윤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저도 한·일 관계 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서 이런 식의 질문이 나온 적이 있던가요?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도 한국을 방문해 달라…']

학생들의 한국 방문, 민간교류 장려해야겠지만요. 이것만으로 한일 관계의 성과라고 볼 수 있을까 싶은데요. 이미 코로나가 어느 정도 잦아든 지난 해 부터, 일본인들은 한국을, 한국인들은 일본을 가장 가고싶은 여행지로 꼽았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게이오대 강연에서 논란의 발언도 나왔는데요. 윤 대통령이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를 인용한 대목입니다.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 (현지시간 지난 17일) :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새 시대의 문을 연 이유가 후손들에게 불편한 역사를 남겨 줘서는 안 된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오카쿠라 텐신은 일본 근대화를 주장하며 서구에 일본을 소개한 인물입니다. 일본 우월주의를 설파하며, 일본의 조선 지배를 정당화하는 이론을 내놨는데요. 저서 '일본의 각성'에는 한반도가 선사시대 때부터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윤 대통령은 이 내용을 알고도 이 사람의 말을 인용했을까요.

[(음성대역) : 조선반도는 아마도 원래는 선사시대 동안에 우리의 식민지였을 것이다. 조선에 남아 있는 고고학적 유물은 우리의 원시시대 고인돌에서 발견된 것들과 정확하게 똑같은 유형이다. 우리는 고대에 우리의 영역 안에 있었던 조선을 우리 국민의 합법적인 방어선 안에 둘 것을 고려하고 있다.]

결국 한일 관계의 시작과 끝, 역사, 혹은 과거사 문제로 돌아올 수밖에 없어보입니다. 우리 정부가 강조하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핵심도 "과거를 직시한 채 미래를 지향한다"는 거였죠. 우리 정부가 먼저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으로 물컵의 반을 채운 상황에서, 일본의 여러 추가적인 요구를 들었다면, 우리 정부가 추가로 요구한 건 뭐였을까요. 회담에 관여한 김태효 1차장은, 소위 '기브 앤 테이크' 즉 '주고받기' 방식의 접근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김태효/국가안보실 제1차장 (YTN '뉴스와이드' / 지난 18일) : 사사건건 '우리가 하나 이번에 뭘 할 테니 당신네 일본 정부는 이걸 해 다오' 하는 접근을 꾀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우리가 국내 정치에서 취할 수 있는 한·일 관계의 걸림돌을 하나씩 제거해 나갈 테니까 일본 당신들도 그동안의 입장을 심사숙고하고 그런 필요한 조치를 앞으로 해 나가기를…]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일부 반영된, 오늘 자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보시겠습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6.8%로 지난 주보다 2.1%p떨어졌고요. 부정 여론은 60.4%였습니다. 부정여론이 다시 60%를 넘은 건 지난 2월 둘째 주 이후 7주 만인데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있었던 지난 3월 첫째주를 기점으로 지지율이 하락세에 있는 겁니다.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민주당의 비판 입장은 충분히 전해드린 것 같고요.

보수 진영에서도 야당의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본과의 친교 강화에 힘썼던 정부 여당이 우리 야당, 우리 국민과도 소통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표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 저는 야당이 지금 굴욕외교다,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인데 그렇지만은 여당은 그것을 듣더라도 본인이 국민들을 설득하고 국민의 한 부분 또 야당이잖아요. 야당을 설득하는 그러한 과정이 좀 필요하다. 대통령실도 강성이고 국민의힘도 강성이면은, 국민들은 그러면 누구를 믿고 협치를 볼 수 있느냐…]

대통령실은 오늘 오늘 오후, 일본 언론에서 정상회담 관련 후속 내용들이 계속 보도되자, 근거 없는, 왜곡된 보도에 대해선 우리 외교당국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상외교에서 우리 정부의 '선의'는 다음 번에라도 일본의 '성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우리 정부의 '선의'를 강제동원 피해자를 비롯한 다수 국민들은 '선의'로 보지 않는 것도 국내적으론 우리 정부가 해결야할 숙젭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일본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요구?… 대통령실 한일정상회담 "커다란 성공" 자평에 민주당 "선물 보따리 들고가 청구서만 받아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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